라스무스 닐슨 로이터연구소 총괄 디렉터

“코로나는 모든 사람에게 영향을 미쳤고, 사실(fact)을 알려주는 뉴스는 자신과 가족의 목숨을 지켜주는 생명줄과도 같았습니다. 저널리즘이 새롭게 시작되고 있습니다.”

영국 옥스퍼드대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로이터연구소)는 세계 주요 국가별 뉴스 이용 트렌드와 신뢰도 등을 조사해 매년 디지털 뉴스 리포트를 발간하고 있다. 지난해 코로나 발생 이후 미국, 영국, 독일, 스페인, 아르헨티나, 한국 등 6국을 대상으로 별도 실시한 추가 조사(2020년 4월)에서 TV뉴스와 소셜미디어 뉴스 소비가 5%포인트나 증가했다는 결과가 나와 눈길을 끌었다.

이번 연구를 총괄한 라스무스 클레이스 닐슨 옥스퍼드대 정치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지난 1일(현지 시각) 인터뷰에서 “기성 언론(legacy media)들은 새롭게 등장한 독자들을 붙잡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가 봉쇄 상황인 영국은 도시 간 이동이 법적으로 금지돼 런던의 기자는 옥스퍼드에 있는 라스무스 교수를 화상 전화(MS팀즈)로 인터뷰해야 했다.

코로나, 뉴스에 대한 관심을 다시 불러일으키다

–왜 뉴스를 찾는 사람들이 다시 늘었다고 보나.

“‘바이러스가 어떻게 퍼진 거지' ‘백신은 어떻게 만들어지나.’ 사람들은 이런 의문을 품은 채 정보를 뒤졌다. 방대한 정보가 쏟아졌지만, 믿을 수 있는 정보가 없어 고군분투했다. 믿을 수 있고, 시의적절한 정보를 제공한 곳은 결국 기성 언론이 제공하는 뉴스였다.”

–언론의 어떤 기능이 이용자들의 욕구에 부응했다고 보나.

“유용하고(useful), 중요한(important) 정보를 잘 전달하는 것이 언론의 핵심 기능이다. 인류는 인터넷과 소셜미디어에 정보가 넘쳐나는 상황에서 코로나 대유행이라는 위기를 맞았다. 그런데 역설적으로 그동안 우리가 얼마나 부정확하고 쓸모없는 정보에 둘러싸여 살았는지를 확인시켜 줬다. 오히려 신뢰할 수 있는 저널리즘의 위상을 확인하게 된 것이다.”

그래픽=백형선

–독자들의 관심이 코로나 이후에도 유지될까.

“그건 전적으로 언론에 달렸다. 가치 있는 뉴스를 위해 돈을 지불할 용의가 있다는 사람들이 늘었다는 것은 고무적이다. 우리가 매년 시행하는 조사에 따르면 Z세대(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태어난 세대)의 뉴스 소비도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젊은이들의 뉴스 소비가 늘고 있다는 징후를 어떻게 제시할 수 있나.

“커피 얘기를 해보자. 중장년층에는 커피 마실 때 프림을 타는 사람들이 지금도 많다. 프림은 여전히 중요하고 의미 있다. 하지만 젊은 세대가 프림을 시도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하지만 프림을 사용하지 않을 뿐 커피 자체는 끊임없이 마시고 있다. 뉴스도 신문·방송이 아니라 영상, 팟캐스트, 디지털 인포그래픽 같은 다양한 방식으로 더 열렬하게 소비하고 있다.”

양극화된 정치가 언론 신뢰도 갉아먹어

–코로나 이전인 작년 1월 조사에서 한국은 미국, 영국, 프랑스와 함께 언론 신뢰도 하위 그룹에 포함됐다.

“언론 신뢰도는 미디어 자체뿐 아니라 사회·정치적 맥락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유감스럽게도 정치적 양극화가 심하고, 정부에 대한 신뢰도가 낮은 국가들은 대개 신뢰도가 낮다. 신뢰받지 못하는 정치 상황을 매일 전하다 보니 뉴스 신뢰도까지 영향을 받는 것이다.”

–한국의 순위가 낮은 것도 같은 맥락인가.

“그렇다. 거의 항상 정치가 뉴스에 대한 신뢰도의 차이를 만든다. 여기에 국민들이 언론을 편향적으로 볼 가능성도 높다. 예를 들어, 우파 신문에 아무리 좋은 저널리스트가 있어도 좌파 성향 독자는 이를 높게 평가하지 않는다. 이는 반대 경우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로이터연구소 조사에서 한국 독자(시청자)들은 ‘나와 같은 관점의 뉴스를 선호한다’고 답한 비율이 44%로 미국(30%), 프랑스(20%), 영국(13%) 수준을 크게 웃돌았다. 한국은 뉴스 소비의 편향성이 높은 국가에 속한 것이다.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방법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코로나 시대를 보면 답이 보인다. 정치적 뉴스 대신 사실 기반 뉴스가 많았던 이 시기에 뉴스에 대한 신뢰도가 올라갔다. 신문은 정치인들에게 너무 쉽게, 너무 많은 지면을 할애하고 있지는 않은가. ‘가짜 뉴스’는 정치인들이 만든다. 정치인 발언을 의도적으로 무시하는 전략도 필요하다. 정치인들 말이 사실인지 확인하고 전달하는 것이 진실을 추구하고 사실을 보도하는 언론 본연의 임무와 맞닿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