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연이는 더 많이 살다 갔어야 하는데...”
임권택 감독은 지난 7일 故강수연 장례식장으로 가는 차 안에서 이같이 말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임 감독은 “내가 나이가 많으니까 곧 죽을 텐데 (영결식) 조사나 뭐가 됐든 간에 ‘수연이가 와서 읽어주겠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이게 거꾸로 된 상황이니까 참 말이 안 된다. 내가 죽어도 벌써 죽었어야 하고, 수연이는 더 많이 살다 갔어야 했는데...”라며 애통함에 잠겼다.
고인과 임 감독의 인연은 각별하다. 두 사람이 호흡을 맞춘 작품만 총 세 편이다. 시작은 1987년 씨받이다. 고인은 임 감독의 영화 씨받이를 통해 한국 배우 최초로 베니스국제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며 ‘월드 스타’의 길을 걷게 됐다. 2년 뒤, 두 사람은 ‘아제 아제 바라아제’에서 다시 만났다. 이 작품으로 고인은 모스크바영화제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2010년에는 임 감독의 101번째 작품인 ‘달빛 길어올리기’에 출연했다.
임 감독은 “(씨받이에서)수연이가 연기를 참 잘했다. 어디서 이것저것 많이 보고 왔다는 걸 피부로 느낄 정도로 꽤 능숙하게 연기해 속으로 깜짝 놀랐다. (미혼인데)그걸 어떻게 느꼈는지. 참 젊었는데 너무 빨리 죽었다”며 비보에 황망함을 드러냈다.
임 감독이 느낀 고인의 첫 인상은 어땠을까. 임 감독은 “워낙 좋은 얼굴을 갖고 있기 때문에 자신이 갖고 태어난 외모를 과장도 안 하고, 그렇다고 안으로 수줍어 감추는 것도 없고 그냥 당당하게 해냈던 연기자다. 선천적으로 연기자로서 자질이 갖춰진 사람이었다”고 했다.
임 감독은 지난 11일 고인의 영결식에서 추도사를 남기기도 했다. 임 감독은 “수연아, 친구처럼, 딸처럼, 동생처럼, 네가 곁에 있어 늘 든든했는데, 뭐가 그리 바빠서 서둘러 갔나. 편히 쉬어라”라며 짧은 추도사를 남기고 눈물을 훔쳤다.
배우 문희가 기억한 고인은 리더십이 넘치는 사람이었다. 문희는 “체구는 작아도 담대하고 큰 여자다. 그런데다 포용력도 있다. 김동호 위원장과 (부산국제영화제)집행위원장을 한다는 건 대단하다. 미모, 연기 등을 다 떠나 아주 리더십이 있는 사람”이라고 회상했다. 문희는 강수연의 영정 사진에 마음이 아팠다고 했다. 발인식에 다녀온 문희는 “진짜 허망하고 꿈을 꾸는 거 같다. 영정 사진을 보니까 왜 이렇게 슬픈지. 아련함에 더없이 마음이 아프더라”고 했다.
고인이 생전에 키운 반려동물은 배우 이용녀가 대신 키우기로 했다. 이용녀는 “19년동안 수연이와 함께 산 가족은 반려 동물이다. 수연이 가슴에 맺혀 있는 건 반려동물이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이어 “(반려동물들은) 엄마가 없어진 걸 모른다, 쟤네는 세상의 전부를 잃은 거다”라며 “제가 데리고 갈 건데 문제는 우리 집에 애들이 있고 또 수연이처럼 온종일 대화를 해줄 수 없다는 거다. 내가 노력을 할게”라고 말했다. 이용녀는 연예계 대표 애견인이자, 현재 유기견 보호소를 운영하며 수십마리의 유기견 등을 보호하고 있다.
강수연은 5일 오후 서울 강남구 자택에서 심정지 상태로 발견돼 병원으로 이송됐다. 이후 입원 치료를 받았으나 끝내 의식을 찾지 못하고, 7일 55세의 나이로 영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