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스테이지

“범 내려온다/범이 내려온다/장림 깊은 골로/대한 짐승이 내려온다.”

‘1일 1범’ 열풍을 불러일으킨 이날치의 “범 내려온다”다. 이날치는 2019년 데뷔한 7인조 혼성 밴드. 서울대 국악과 출신인 신유진·안이호·이나래, 한양대 국악과 출신인 권송희, 장기하와 얼굴들에서 베이스를 담당한 정중엽, 씽씽 밴드 출신인 장영규·이철희 등이 2019년 판소리 ‘수궁가’를 모티브로 한 음악극 ‘드라곤킹’ 작업을 하며 처음 만났다. 밴드명은 조선 후기 8명창 중 한 명인 ‘이날치(본명 이경숙·1820~1892)’에게서 따왔다.

지난해 9월 현대무용 그룹 ‘앰비규어스 댄스컴퍼니’와 함께 공연한 ‘온스테이지 2.0’ 영상이 유튜브 조회 수 698만회를 넘으며 화제가 됐다. 현재 한국 관광 홍보 영상으로 전 세계 조회 수 2억을 기록했고, 문화체육관광부가 만든 한국판 뉴딜 광고에도 등장했다. KT 아이폰, 피자 알볼로 광고도 찍었다. 이대화 대중음악 평론가는 “이날치의 신선한 노래와 앰비규어스의 재밌는 안무가 결합하면서 인터넷 중심으로 큰 관심을 끌어냈다”고 말했다.

◇국악+K팝=국악팝 인기

국악과 K팝을 합친 ‘국악팝’이 인기다. 조선 시대 팝이라고 해 ‘조선팝’이라고도 부른다. 서태지와 아이들의 ‘하여가’부터 방탄소년단 슈가의 ‘대취타’까지 대중음악과 국악을 합치는 시도는 늘 있었다. 그러나 최근 뜨는 ‘국악팝’은 국악이 중심이 돼 대중음악의 감성과 공식을 입히는 경우다. 밴드 멤버들도 이날치처럼 대부분 국악계 출신. 이들의 시도가 유튜브를 중심으로 새로운 것을 찾으려는 젊은이들의 감성과 맞물렸고, 춤과 무대가 B급 감성과 만나 대세가 된 것이다.


/잠비나이 인스타그램

시작은 2010년 데뷔한 ‘잠비나이’다. 이일우(피리, 태평소), 김보미(해금), 심은용(거문고) 등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 출신들에 유병구(베이스), 최재혁(드럼) 등이 모였다. 대표곡은 ‘나부락’ 등으로, 해금·피리·거문고 같은 전통 악기로 재즈⋅록⋅메탈 등이 섞인 새로운 음악을 선보인다. 2014년 북미 최대 음악 축제 사우스바이사우스웨스트와 영국 글래스턴베리 등에 초청, 해외에서 더 유명하다. 2015년에는 아시아 뮤지션 최초로 영미권 대표 인디 레이블인 ‘벨라 유니언’과 계약했다. 정민재 대중음악 평론가는 “잠비나이는 국악기를 활용한 포스트록 성향 밴드로 국악팝의 문을 열어준 밴드”라고 했다.

◇해외에서 더 유명한 ‘조선의 아이돌’

/NPR 유튜브

‘국악팝’을 정착시킨 건 2015년 데뷔한 ‘씽씽밴드’다. 소리꾼 6명이 모여 만든 민요 록밴드로 2016년 스페인 방송에 출연하며 유명해졌다. 별명은 ‘조선의 아이돌’. 지난 9월 방탄소년단이 ‘다이너마이트’를 공연해 화제가 된 미 국영 라디오 NPR의 ‘타이니 데스크 콘서트’에 3년 전 먼저 출연했다. 여기서 씽씽밴드는 뮤지컬 헤드윅 속 주인공 같은 분장을 하고 “베틀을 노세/베틀을 노세/옥난간에다 베틀을 노세”라며 ‘베틀가(베 짤 때 부르는 노동요)’를 불렀다.

유튜브 서도밴드

국악팝의 미래는 ‘서도밴드’다. 국악인 출신인 스물네 살 보컬 서도를 중심으로 김성현(건반), 연태희(기타), 김태주(베이스), 드럼(양정훈), 박진병(퍼커션) 등이 모였다. 2019년 대한민국 대학국악제 대상 수상 등 국악계에서 유명한 신예였으나, 최근 ‘조선팝’ 장르로 화제다. 자우림의 보컬 ‘김윤아’가 반한 밴드로 유명하며, 여성 팬이 많다.

보컬 서도는 세련된 옷차림과 트렌디한 목소리로 “이리 오너라/업고도 놀자/우리 오늘밤/업고도 놀자”라며 ‘사랑가’를 부른다. 유튜브 댓글에는 “가사는 내가 아는 사랑가인데 그냥 들으면 너무 트렌디한 팝송”이란 반응이 나올 정도. 이대화 대중음악 평론가는 “국악팝의 인기는 비주류 장르라도 세대의 감성을 잘 이해하고 보여지는 방식을 고민하면 큰 관심을 이끌어낼 수 있다는 걸 보여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