엠넷 오디션 프로그램 `프로듀스′ 시리즈의 시청자 투표를 조작한 혐의로 기소된 안준영 PD 등 제작진이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실형을 선고받았다. 이날 법정에선 피해 연습생 12명의 이름이 공개됐다.
서울고법 형사1부(재판장 정준영)는 18일 업무방해와 사기 혐의로 기소된 CJ ENM 김용범 총괄 PD에게 징역 1년 8개월을 선고했다. 연예 기획사들에게 접대를 받은 혐의(배임수재·청탁금지법 위반)가 더해진 안준영 PD는 징역 2년에 추징금 3600여만원을 선고받았다. 보조PD였던 이 모 PD는 투표 조작 관련 혐의로 벌금 1000만원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사기 범행의 피해액이 1심 판단보다 적다고 보고 1심 판결을 파기했지만, 엄벌의 필요성을 고려했다며 1심 형을 그대로 유지했다. 또 안 PD에게 향응을 제공한 혐의로 기소된 연예기획사 관계자들에 대해서는 1심이 선고한 벌금형이 너무 가볍다며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고 120시간의 사회봉사 명령을 내렸다.
2016년부터 2019년까지 방영된 CJ ENM 채널 Mnet의 오디션 프로그램 ‘프로듀스’ 시리즈는 시청자들이 ‘국민 프로듀서’가 되어 아이돌 멤버를 직접 뽑는다는 점을 내세워 인기를 끌었다.
안 PD 등은 생방송 경연에서 시청자 유료 문자투표 결과를 조작해 특정 연습생들에게 혜택을 준 혐의(업무방해·사기)를 받는다. 이와 별도로 안 PD는 2018~2019년 연예기획사 관계자 5명으로부터 3600여만 원 규모의 향응을 접대받은 혐의(배임수재·청탁금지법 위반)로도 기소됐다.
안 PD는 “연예기획사 관계자들과의 술자리는 친분관계에 의한 것으로 프로듀스101의 출연이나 방송 분량 등과 관련해 부정한 청탁은 없었다”고 주장했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안 PD가 자신에게 향응을 제공한 연예기획사 소속 연습생들의 순위를 실제 조작해줬다는 사실이 확인됐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순위 조작으로 억울하게 탈락시킨 피해 연습생들은 평생 트라우마를 지니고 살 수밖에 없게 됐고, 국민 프로듀서로서 자부심을 가졌던 시청자들은 방송에 대한 극도의 배신감을 느끼게 됐다”고 했다. 이어 “프로그램에 참여한 모두가 승자가 될 수 있었던 오디션 프로그램의 결과는, 참담하게도 모두가 패자가 되고 말았다”고 했다.
재판부는 오늘 법정에서 투표 순위 조작 범행으로 억울하게 탈락한 연습생 12명의 이름을 일일이 언급하기도 했다. “피해 연습생이 누구인지 밝혀져야 실질적인 피해보상이 가능하다”는 판단에서다.
법정에서 공개된 피해 연습생은 시즌 1의 김수현·서혜린, 시즌 2의 성현우·강동호, 시즌 3의 이가은·한초원, 시즌4의 앙자르디 디모데·김국헌·이진우·구정모·이진혁·금동현 연습생이다.
다만 재판부는 순위가 유리하게 조작된 연습생 명단은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유리하게 조작된 연습생 명단도 공개하는 것이 최선이지만, 이들이 안 PD 등을 대신해 희생양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이 사건 재판은 순위를 조작한 피고인들을 단죄하는 재판이지, 오디션 프로그램의 진정성을 믿고 최선을 다해 젊음을 불태운 연습생들을 단죄하는 재판이 아니다”라고 했다.
한편 오늘 선고공판에서 재판부는 이들의 범행으로 문자 투표 비용 100원을 손해 봤다며 배상 명령을 신청한 A 씨에게, 세 PD가 공동으로 100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배상 신청액보다 사건 진행을 위해 들어간 비용이 훨씬 많았으나, 문자투표 비용 100원이 피고인들이 시청자를 속인 기만행위임이 명백하다”며 “시청자를 속인 사기 범행에 해당한다는 것을 인정한다는 큰 의미가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