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마지막 날인 31일 브람스의 곡을 5시간에 걸쳐서 연주하는 ‘릴레이 콘서트’에 참여하는 피아니스트들이 24일 스타인웨이 갤러리 서울에 모였다. 피아니스트 박재홍(왼쪽부터)·선율·최현호·노현진·김송현·이윤수·정재원씨. 촬영을 위해 잠시 마스크를 벗었다. /장련성 기자

‘더하우스콘서트’는 가정의 거실 같은 일상적 공간이 음악의 무대가 되고, 연주자와 관객이 가까운 거리에서 만나야 한다는 취지에서 2002년 출발한 시리즈 음악회. 작곡가이자 피아니스트 박창수(57)씨의 서울 연희동 단독 주택에서 출발해서 광장동·역삼동·도곡동의 녹음실과 사진 스튜디오를 거쳐서 2014년부터 대학로 예술가의집(한국문화예술위원회 구청사)으로 둥지를 옮겼다. 올해로 벌써 831회.

무대와 객석의 경계가 없고, 지정된 좌석도 없이 마룻바닥에 앉아서 듣는 운영 방식은 지금도 그대로다. 피아니스트 최현호(31·서울대 박사과정)는 “청중이 바로 눈앞에 있기 때문에 연주 중에도 함께 호흡하는 듯한 교감과 친밀감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올해 20년째를 맞은 더하우스콘서트가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7월 한 달 내내 같은 작곡가의 작품을 연주하는 페스티벌을 열기로 한 것. 지난해 베토벤에 이어서 올해의 주인공은 브람스(1833~1897)다. 7월 1~31일 한 달간 31차례의 음악회가 예술가의집에서 매일 열린다. 그중에서 신진 음악가를 소개하는 월·화요일을 제외하고, 수요일부터 일요일까지 매주 5차례는 오로지 브람스의 실내악과 피아노곡으로만 채운다. 그래서 축제의 부제도 ‘여름에 만나는 브람스’.

최연소인 13세 김가은(바이올린)·권지우(첼로)부터 바이올리니스트 이성주(66) 한국예술영재교육원장까지 연주자 141명이 이 무모한 프로젝트에 동참했다. 올해 축제에서 세 차례 무대에 서는 피아니스트 선율(21·한국예술종합학교)은 “브람스의 실내악을 공부할 절호의 기회라고 여겨서 ‘여기에 노는 사람 있으니까 얼마든지 저를 가져다 쓰라’고 용기 내어 손을 들었다”며 웃었다. 한국 음악계에서 유례를 찾기 힘든 ‘작곡가 집중 탐구’가 펼쳐지는 셈이다. 강선애 더하우스콘서트 수석 매니저는 “클래식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 작곡가들의 음악 세계를 집중적으로 듣고 이야기 나누는 것도 소중한 문화적 경험이 될 것이라고 여겼다”고 말했다.

7월 축제의 대미(大尾)를 장식하는 행사가 마지막 날인 31일 펼쳐지는 ‘작곡가 이어달리기’다. 지난해에는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 전곡(32곡)을 장장 13시간에 걸쳐서 피아니스트들이 한 곡씩 연주하는 음악 계주(繼走)가 열렸다. 당시 소나타 31번을 연주한 피아니스트 김송현(19·뉴잉글랜드 음악원)은 “내 연주 시간보다 일찍 도착해서 다른 피아니스트들의 연주도 들었다. 피아니스트들이 마룻바닥에 옹기종기 앉아서 서로의 연주에 귀 기울이는 진귀한 풍경이 오랫동안 기억에 남았다”고 말했다.

당시 오전 11시에 시작한 연주회는 자정 무렵에야 끝났다. 올해도 브람스의 교향곡 전곡(4곡)과 변주곡, 소나타 등을 피아니스트 12명이 5시간에 걸쳐서 연주하는 릴레이 무대가 31일 열린다. 피아니스트 노현진(21·서울대)씨는 “모든 연주자들이 같은 방향을 바라보면서 땀 흘리며 함께 뛰는 듯한 재미가 있다”고 말했다.

사실 오케스트라를 위한 교향곡을 피아니스트가 연주할 기회는 드물다. 이번에는 두 연주자가 두 대의 피아노에 앉아서 마주 보는 ‘투 피아노(two piano)’ 버전으로 브람스 교향곡들을 연주한다. 피아니스트 박재홍(22·한국예술종합학교)은 “브람스 교향곡의 웅장한 매력을 피아노로 제대로 표현할 수 있을지 벌써 부담이 크다”고 말했다. 지난 10년간 이 음악회에 꾸준히 참석한 피아니스트 정재원 성신여대 교수는 “중학생 꼬마 연주자부터 중견·원로 교수까지 나이도, 직책도 관계없이 피아노의 길을 함께 걷는 동반자라는 소중한 교훈을 축제를 통해서 얻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