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지잡대' 출신 등장인물들의 비애를 가감없이 담아냈던 웹툰 '복학왕'이 7년 만에 완결됐다. 졸업장 때문에 회사 면접장에서 모멸감을 겪는 주인공. /네이버웹툰

‘복학왕’이 마침내 졸업했다.

취업률 대신 출산율 1위를 자랑하는, 수능 최저 등급이 복작대는 어느 지방대를 배경으로 밑바닥 청춘의 생활상을 그려 논란과 인기를 동시에 누렸던 웹툰 ‘복학왕’이 7년 만에 완결한 것이다. 이 작품이 전작 ‘패션왕’의 후속임을 감안하면 10년 대장정이 끝난 셈이다. 마지막화를 ‘미리 보기’ 유료 서비스로 지난주 공개한 만화가 기안84(본명 김희민)는 “기획으로 시작된 만화가 아니라 매주 마른 수건 짜내듯 그려낸 것 같다”며 “아쉬움 남는 이야기가 많았다”고 짧은 소회를 밝혔다.

◇'이대남'의 비애 드러낸 사회파 웹툰

흙수저 주인공 우기명과 고만고만한 동료들을 앞세워 20대 남성, 이른바 ‘이대남’의 비애를 자조적으로 드러낸 만화로 평가받는다. 근본 없는 지방 대학의 멸칭 ‘지잡대’ 출신들의 좌절과 현실적 한계를 적나라하게 묘사하며 청년 담론의 창구 역할을 겸했고, 부익부 빈익빈과 도전 의식 박탈 등의 주제가 최근 사회적 이슈와 맞물려 큰 호응을 얻었다. 계명대 사회학과 최종렬 교수는 책 ‘복학왕의 사회학’을 펴내기도 했다. “착한 척하지만 실상은 지방대의 패배 의식을 안고 살아가는 시린 영혼들. 주변 어디를 둘러봐도 쉽게 만날 수 있는 서로 가족 같은 평범한 영혼들. 자신의 시린 영혼을 드러내지도 남의 시린 영혼을 파헤치지도 않는 그 도저한 선(善)함.”

이른바 '지잡대' 출신들의 현실과 좌절을 그려내며 큰 인기를 끌었던 웹툰 '복학왕'이 완결됐다. 취업·결혼·부동산 문제 등 20대의 현안을 건드리며 2030 독자의 열렬한 관심을 얻어왔다. /네이버웹툰

◇부동산 실책 저격… 남녀 갈등 논란도

이들의 처지를 웃음으로 승화하는 건 만화적 픽션, 풍자다. 가장 뜨거운 반응을 부른 건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실책을 꼬집은 ‘부동산’ ‘청약 대회’ 편. 배달 알바로 저축하며 내 집 마련의 꿈을 키우던 등장인물이 며칠 새 1억원이 올라버린 아파트 매매가를 보고 실신해 땅에 머리를 부딪히는 지난 1월 연재분은 ‘대깨문’ 풍자라는 해석을 불렀다. 사회파적 리얼리티를 코믹 요소로 과장하다 보니 문제적 장면으로 구설에 여러 차례 올랐다. 자가(自家) 및 결혼 포기를 상징하며 모든 젊은이가 자웅동체 달팽이로 변해버리는 상상(‘인류의 미래’)은 “너무 과하다”는 혹평을 불렀고, 외국인 노동자·장애인 캐릭터 비하 논란은 웹툰이 리얼리티를 추구할 때 고려해야 할 ‘감수성’에 대한 고민점을 남겼다. 대기업 정직원이 되려는 여주인공이 회식 자리에서 해달로 빙의해 조개를 까는 장면이 ‘성 상납’을 은유했다고 일부 여성계가 발끈하는 소동도 일었다. 이 회차에만 댓글이 4만개 가까이 달렸다. 한창완 세종대 교수는 “웹툰이 2030의 가장 민감한 사회·정치적 토론장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 실례”라고 말했다.

별별 산전수전을 겪으며 파란만장한 인생을 예고한 '복학왕' 주인공 우기명은 그러나 평범한 삶으로 자족하는 아저씨가 된다. /네이버웹툰

◇평범한 삶은 새드 엔딩인가, 해피 엔딩인가

웹툰테이너 1세대 만화가 기안84 역시 화제의 중심에 있었다. 일약 스타 작가로 부상했고, 서울에 40억원 상당의 상가까지 소유한 부자가 됐다. 잦은 지각 연재와 기복으로 찬사와 야유를 오갔고, 최근 동료 작가와의 유튜브 인터뷰에서 “차기작은 없다. 만화가 힘들다”고 말했다. “20대에는 나도 청년이었고 직업을 찾아 헤맸지만 이제는 잘 먹고 잘사는 축에 들어가 버리니까 그런 사람이 약자 편에서 그런 만화를 그린다는 게 기만이 되더라.” 만화 속 극단적 맨발의 청춘을 상징하던 주인공은 10년 뒤 배 나온 욕심 없는 아저씨가 된다. 나락에서 허우적대던 주인공의 반전 서사를 기대하던 독자들의 댓글 반발도 거세다. “나도 이제 지킬 게 생겼으니까… 억누르면서 살고 있는데… 내가 꿈꾸던 미래는 이게 아니라고!” 이윽고 “더 이상 특별한 내가 아니어도 좋다”고 자족하는 주인공. 이 결말이 해피 엔딩인지 새드 엔딩인지 만화는 말해주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