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20대를 보라. 턱선이 살아 있던 시절을.”
“20대 사진 올리는 거 유행이에요? 저도 투척!”
지난 28~29일 페이스북에는 젊은 남자, 젊은 여자의 사진이 넘쳐났다. 누가 먼저 시작했는지, 왜 그래야 하는지 영문도 모른 채 “20대 사진 공개하는 날이라고 해서 저도 올립니다” 같은 글과 함께 흘러간 청춘의 한 컷이 앞다퉈 올라왔다. ‘이래 봬도 남 못지않게 젊음이 있었다’는 걸 증명하는 챌린지나 놀이로 받아들여졌다. 유행인 것 같아 동참했다는 장모(48)씨는 “포토샵도 없던 시절의 사진과 사연이라 더 솔직하게 다가왔다”며 “요새 즐거운 일이 없는데 모처럼 기분전환이 됐다”고 했다.
20대 ‘리즈 시절’ 혹은 지금과 전혀 다른 모습의 사진을 올린 게시물에는 ‘좋아요’가 무더기로 쏟아졌다. “풋풋하네” “이뻐요” “누구십니까?” “미모가 후덜덜”···. 반응도 긍정적이고 화기애애했다. 자발적으로 올린 20대 사진들이 타임라인을 지배한 탓에 정치, 경제, 사회 문제에 대한 골치 아프고 날선 주장도 이날은 훨씬 덜 보였다.
한 네티즌은 이 현상에 대해 “과거의 사진은 현재의 사진과 달리 긍정적인 피드백을 받기 쉽다”며 “어떤 사람의 과거는 현재 그의 사상이나 사회적 지위, 나와의 관계와 떼어놓고 더 순수하게, 더 관대하게 바라볼 수 있다”고 적었다. 페이스북이 얼굴 인지 능력 향상을 목적으로 이 이벤트를 기획했다는 추측도 나왔다.
‘오래된 연장통’을 쓴 진화심리학자 전중환 교수(경희대)는 “사람은 과거가 아름다웠다(good old days)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며 “나쁜 기억은 잘 지워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전 교수는 또 “과거는 다 좋았는데 현재는 다 나빠졌다고 흔히 여기고, 자신의 미래는 나아질 것이라 믿지만 우리 사회, 세계의 미래는 암울하다고 여기는 경향도 있다”고 했다.
미국 하버드대의 심리학 석학인 스티븐 핑커는 국내에 미번역된 저서 ‘Enlightenment Now’에서 “나쁜 일도 시간이 지나면 희미해지면서 우리는 과거를 향한 향수에 젖는다”며 “인간의 기억 속에서 시간은 대부분의 상처를 치유한다”고 썼다.
이번 20대 사진 투척에 참여한 사람들은 40대 이상이 대다수였다. 20~30대는 페이스북을 거의 사용하지 않는 데다 20대는 엊그제 일이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페이스북이 ‘아저씨·아줌마의 놀이터’라는 사실을 방증하는 이벤트였다는 해석도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