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드 코로나’ 시행을 하루 앞둔 31일 오후 서울 용산CGV. 백신 2차 접종 완료자를 위해 마련된 ‘백신 패스관’에서 일행이 영화 관람과 함께 취식도 할 수 있게 되는 등 각종 제한이 해제된다. /고운호 기자 2021.03.02

자정 넘어서도 심야 영화를 볼 수 있다. 백신 접종을 마친 관객들은 별도의 전용관에서 팝콘과 음료를 먹을 수 있다. 미술관이나 박물관에서는 시간대별 인원 제한 없이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정부의 ‘단계적 일상 회복(위드 코로나)’ 1단계 계획에 따라 당장 1일부터 달라지는 문화계 풍경들이다.

가장 발 빠르게 대응에 나선 곳은 영화관이다. CGV·롯데시네마 등 복합 영화관들은 백신 접종을 마친 관객들을 위한 ‘백신 패스관’을 운영하겠다고 29일 밝혔다. 2차 접종을 마친 뒤 14일이 지난 관객들만 입장 가능한 전용 상영관이다. ‘백신 패스관’에서는 일행이 함께 앉아서 영화를 볼 수 있고, 팝콘이나 핫도그를 관람하면서 먹을 수 있다. 조성진 CGV 전략지원담당은 “전국 상영관의 20~30%는 ‘백신 패스관’으로 운영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자정 이후의 심야 상영도 부활한다.

영화관·미술관 11월~ 방역지침

또 영화진흥위원회는 주말과 평일 상관없이 6000원을 할인해주는 쿠폰 203만장을 지급한다. CGV·롯데시네마·메가박스 등은 11월 한 달간 4주에 걸쳐서 영화 티켓을 구입할 때 선착순으로 할인 쿠폰을 다운 받으면 1인 2장까지 영화 요금에서 각각 6000원을 빼준다. 복합 상영관뿐 아니라 독립·예술영화관 등 전국 521개 영화 상영관에서 할인 쿠폰을 사용할 수 있다.

국립현대미술관은 1일부터 서울·덕수궁·과천·청주 등 4개관에서 관람 인원 제한을 없앤다고 29일 밝혔다. 지금까지는 예약제를 운영했지만, 1일부터 온라인 예약과 현장 접수를 병행한다. 다만 서울관에서 열리는 ‘이건희 컬렉션 특별전’은 당분간 온라인 예약제를 유지한다. 대신 시간당 관람 인원은 30명에서 60명으로 늘어난다. 12월에는 시간당 관람 인원을 추가 확대할 예정이다. 서울시립미술관·서울역사박물관·한성백제박물관 등도 예약제 운영을 폐지하고 관람 인원에 제한을 두지 않는다.

21일 서울 종로구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열린 ‘이건희컬렉션 특별전: 한국미술명작’ 전시 첫날 사전 예약자들이 작품을 감상하고 있다.

클래식·뮤지컬 등 공연장에서는 좌석 거리 두기의 기준이 ‘일행 간 한 칸 띄우기’(최대 10인)로 통일된다. 이에 따라서 ‘빌리 엘리어트’ 등 인기 뮤지컬은 1일부터 추가 좌석 판매에 들어간다. 지금까지는 전체 좌석 가운데 60~70%를 판매했다면, 앞으로는 80%까지 좌석 판매 비율이 늘어날 것으로 공연계는 예상하고 있다. 예전처럼 ‘퐁당퐁당(한 좌석씩 띄어 앉기)’나 ‘퐁퐁당(두 좌석씩 띄어 앉기)’은 사라진다는 뜻이다.

다만 개막 서너 달 전부터 예매에 들어가는 공연계의 특성상, 당장 모든 좌석을 채우기는 쉽지 않다. 공연 관계자는 “다시 확진자 증가로 사회적 거리 두기가 강화될 경우 이미 판매한 좌석을 모두 결제 취소한 뒤 처음부터 재판매해야 하는 악몽을 겪을 수 있기 때문에 일단 연말까지는 사태 추이를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대중음악계는 아직 불만이 크다. 잠실종합운동장 올림픽주경기장 등에서 열리는 대형 콘서트는 접종 완료자라고 해도 500명까지만 입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500명 이상일 경우에는 문화체육관광부 승인을 받아야 한다. K팝이나 록 페스티벌처럼 수만 명이 관람하는 초대형 콘서트는 아직은 시기상조라는 의미다. 한국대중음악공연산업협회 등 관련 단체들은 “뮤지컬·연극 같은 다른 공연계는 물론이고, 백화점·마트와 비교해도 유독 대중음악 공연만 제약이 심하다. 형평성 있게 지침을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12월 중순으로 예정된 2차 개편에서 백신 접종을 마치거나 음성 판정을 받은 관객들을 대상으로 수만 명 규모의 K팝 콘서트도 허용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