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0년 산부인과 전문의 경험을 쌓은 전종관 서울대병원 교수가 예비 엄마들이 알아둬야 할 임신·출산 관련 의학 지식을 풀어드립니다. 임신과 함께 찾아올 수 있는 여러 증상에 대한 대처법을 알 수 있습니다.

임신부가 산부인과를 방문했을 때 태아 상태에 이상이 없으면 진료 시간은 길지 않다. 이에 “특별히 하는 게 없는데 왜 자주 진찰을 받아야 하나” 의문을 가지는 임신부들이 있다. 그래도 산전(産前) 관리는 꼭 받아야 한다. 임신부와 태아의 건강을 주기적으로 살피면 괜한 걱정을 덜 수 있을 뿐 아니라, 증상이나 징후가 없어 모를 수 있는 위험한 상태를 빨리 발견하고 조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소한 궁금증도 물어보세요

임신부가 병원을 처음 가면 우선 임신이 맞는지 확인한다. 대부분 소변 또는 초음파로 진행한다. 간혹 혈액으로 하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아기집 개수와 자궁 종양 여부, 난소의 크기와 혹도 확인한다. 또 과거 임신 경험이나 병력, 가까운 가족 병력 등 임신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요인을 알아보고, 혈액형 검사, B형 간염 검사, 매독 혈청 반응 검사 등까지 해 임신 기간 중 겪을 수 있는 위험 요소를 파악한다.

임신부와 태아 상태에 따라 병원을 자주 갈 수도 있고 가끔 갈 수도 있지만, 보통은 첫 방문 이후 임신 28주까지는 약 4주 간격으로 병원을 방문한다. 그 다음 28주부터 36주까지는 2주 간격, 마지막 한 달간은 1주 간격으로 간다.

그래픽=송윤혜

병원에 가면 우선 태아의 심장 박동, 혈압, 체중 등을 잰다. 지난번 방문 이후 임신과 관련된 증상이나 특별한 일이 있었는지도 확인한다. 이때 뭔가 사소한 증상이라도 꼭 적어뒀다가 진찰할 때 의사에게 물어보는 게 좋다.

초기 검사 외에도 임신부는 시기에 따라 계속 여러 검사를 받는다. 검사 종류나 시기는 임신부 병력과 현재 상태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일반적으로 임신 12주까진 혈액, 소변, 자궁 경부암 검진을 하고, 임신 11~18주엔 ‘기형아 검사’를 진행한다. 그 뒤엔 정밀 초음파 검사(임신 20~22주), 임신성 당뇨 검사(24~28주), 빈혈 검사(28~32주), 초음파 검사(30주 이후) 등이 이어진다. 임신부들은 진료 때마다 초음파를 통해 태아 상태를 직접 확인하고 싶어 하는 경우가 많지만 비용이 적잖이 드는 반면, 매번 도움되는 정보를 주진 않기 때문에 병원 갈 때마다 할 필요는 없다.

◇'기형아 검사’ 겁내지 마세요

전종관 서울대병원 산부인과 교수

임신 11~18주에 하는 ‘기형아 검사’를 망설이는 임신부가 많지만 사실 이 검사는 기형아 진단을 위한 건 아니다. 기형아 진단을 위한 예비 단계라고 할 수 있다. 이 ‘기형아 검사’의 정식 이름은 ‘초음파 통합 선별 검사’다. 임신부의 혈청을 이용하거나 초음파로 태아 목 뒤 피하(皮下) 두께를 측정해 정식 기형아 진단 검사를 시행할 임신부를 선별한다. 이 초음파 선별 검사에서 임신부가 고위험군으로 나왔을 때만 태아가 기형아일지 아닐지 진단하는 양수 검사로 넘어간다. 처음부터 양수 검사를 하지 않는 이유는 이 검사가 드물게 유산을 유발할 수 있다는 위험이 있어서다.

초음파 통합 선별 검사 외에도 태아 DNA를 이용한 ‘비침습(非侵襲)적 산전 검사(NIPT·니프티)’가 있다. 이 검사 역시 양수 검사를 할 대상군을 선별하는 과정이다. 장점은 초음파 선별 검사보다 양수 검사를 할 대상을 더 줄일 수 있다는 데 있다. 초음파 선별 검사가 고위험군으로 보통 전체 중 5% 정도를 뽑아내지만 NIPT는 그 비율이 0.1~0.2%다. 문제는 NIPT 검사에서는 결과를 알 수 없는 ‘노 콜(no call)’ 사례가 전체 중 2~4% 나오고, 노 콜 결과가 나온 이들은 양수 검사 대상이 되는 경우가 많아 고위험군을 줄였다는 장점이 반감된다는 점이다.

‘기형아 검사’를 한다고 해서 너무 겁먹을 필요 없다. 각 선별 검사의 장단점을 알고 판단하면 된다. 설사 선별 검사에서 고위험군으로 분류됐다고 해서 그게 곧 태아에 이상이 있다는 뜻도 아니다. 추가 검사가 필요하다는 뜻이니 진단 검사 결과가 나오기 전까진 큰 의미를 두지 않아도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