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새해 결심

작심삼일(作心三日)이라 했다. 마음을 굳게 먹어도 사흘이면 흐지부지된다는 뜻이다. 입춘이 지나고 봄꽃이 북상한다는데, 숱한 새해 결심들은 지금 어떻게 됐을까. 내가 남보다 더 나약하거나 거꾸로 더 강인한 건 아닐까.

본지는 최근 SM C&C ‘틸리언 프로(Tillion Pro)’에 설문조사를 의뢰했다. 20~50대 남녀 4022명이 응답했다. 2022년 어떤 결심을 했는지, 그렇게 마음 먹은 이유는 무엇인지, 무너지기까지 시간이 얼마나 걸리는지 등 ‘새해 결심의 빅데이터’가 드러났다. <그래픽>

◇젊을수록 결심을 덜 한다

설문조사에는 20대부터 50대까지 약 1000명씩 참여했다. 2217명(55%)은 “새해 결심을 했다”고 답했는데 20대에서 47%로 가장 낮았다. 30대는 51%, 40대는 56%였고 50대는 66%까지 치솟았다. 연령대가 높을수록 새해 결심을 더 하는 셈이다.

결심의 내용은 무엇일까. 이 문항에는 복수응답이 가능했는데 ‘운동’이 42%로 으뜸이었다. ‘저축’(37%) ‘다이어트’(32%) ‘공부’(25%) ‘금연’(12%) ‘금주’(9%) 순으로 나타났다. ‘운동’은 50대, ‘저축’은 40대, ‘다이어트’는 30대, ‘공부’는 20대에서 상대적으로 높았다. 새해 결심을 했다는 응답자들에게 이유(복수응답)를 묻자 ‘지금 나에게 필요해서’(70%) ‘단순한 자기만족’(26%) ‘주변에서 원해서’(9%) ‘남들도 하니까’(9%)라고 했다.

1805명(45%)은 아무 결심 없이 2022년을 시작했다. 왜 그런 선택을 했을까(복수응답). 44%가 ‘자유롭게 살고파서’라고 했고 ‘실패할 게 뻔해서’(28%) ‘현재 모든 걸 만족해서’(19%) ‘남이 불편해해서’(13%)가 뒤를 이었다. ‘자유롭게 살고파서’라는 응답은 50대(53%)에서 가장 높았다.

◇무너지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조사 시점까지 ‘결심 생존율’은 64%. 새해 결심을 한 100명 중 64명은 실패하지 않은 것이다. ‘계획대로 실천 중’이라는 응답은 50대(69%)에서 가장 높았고 30대(59%)에서 가장 낮았다. 인생에서 새해 결심을 하고 이룬 적이 얼마나 있는지 묻자 ‘반반이다’(43%) ‘거의 없다’(31%) ‘이루는 편이다’(17%) 순으로 조사됐다.

그렇다면 경험상 결심이 무너지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얼마나 될까. 결론부터 말하면 작심삼일은 아니었다. ‘한 달’(26%) ‘석 달’(19%) ‘일주일’(18%) ‘무너지지 않고 해냄’(17%)에 이어 ‘사흘’은 11%에 그쳤다. 결심을 이루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나의 의지’(52%)였고 ‘내가 놓인 상황’(21%) ‘인센티브나 페널티’(14%) ‘주변의 관심·감시·격려’(13%) 순이었다. 40대 회사원 이모씨는 “다이어트를 결심했는데 벌써 망했다”며 “‘점심을 걸렀으니 저녁에는 먹어도 돼’처럼 합리화하면서 스스로 기만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새해 결심에 대한 찬반

서울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채정호 교수는 “이상과 현실 사이의 갭을 메우기 위한 희망적 행동이 새해 결심”이라고 정의했다. “이루기 쉽다면 이전에 성공했을 것이다. 실패하고 자기합리화도 하면서 다시 도전하는 게 정상이다. 자괴감에 빠지거나 자학하거나 우울해할 필요 없다.” 다이어트라면 한 달에 5㎏ 감량이 아니라 0.5㎏ 감량으로 목표를 낮게 설정하라고 그는 조언했다.

반면 행복 연구학자인 연세대 심리학과 서은국 교수는 “상습적으로 새해 결심을 하고 자신을 변화시키려는 사람은 일반적으로 행복감이 높지 않다”고 해석했다. 서 교수는 “새해 결심은 ‘너도 할 수 있어’라고 유혹하지만 의지를 과대평가해 결국 사람을 괴롭히는 자기계발서들과 비슷하다”며 “한국 사회가 초고속 경제발전은 이뤘지만 그만큼 변화와 성공에 대한 강박과 피로감이 크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