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잔치에서 아기가 혼자 걸어주기를 기대했다가 속상해하는 부모가 적지 않다고 한다. 아기가 한두 달 늦게 걷기 시작했다고 인생에서 뒤처지는 것은 아니다. 아기 스스로 준비될 때까지 기다려주는 부모의 인내심이 필요하다.
◇16~18개월쯤 혼자 걸어
일반적으로 생후 16~18개월쯤 혼자 걸을 수 있다면 문제가 없다. 이후에도 혼자서 못 걸으면 소아 재활 전문의 진료를 받고 소아 재활 치료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다.
걷기가 좀 늦더라도 배밀이나 네발기기를 하고 있다면 혼자 주변을 탐색할 수 있으므로 아기 인지 발달을 저해할 요인은 아니다.
선천적으로 균형감각이 떨어지는 아기는 걷는 시기가 늦어질 수 있다. 종종 소아 물리치료의 도움 없이 24개월쯤 걷는 아기도 있다. 생후 10개월까지 배밀이나 네발기기를 할 수 있으면 걷기 준비가 돼 있다고 보면 된다. 그런데 생후 12개월에도 소파 잡고 일어서기가 안 되거나, 생후 15개월에 엄마의 양손을 잡고 걷지 못하면 치료 없이 아기가 혼자서 걷기 어려울 수 있다. 부모가 보기에 문제가 있겠다 싶으면 소아 재활병원에서 진료받기를 권한다.
◇소파 잡고 일어서기
걸음마는 어른이 얼음판에서 스케이트를 배우는 것과 비슷하다. 첫걸음을 시작할 때는 아기의 무릎이 굽어 어정쩡하고 보폭은 지나치게 넓고 한 발 떼기를 주저한다. 잡은 손을 놓지 않으려 한다.
심리적으로 겁이 많아서가 아니라 근력이 약하고 균형감각이 발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부모의 역할은 아기가 스스로 자신감을 갖고 걷도록 인내심을 갖고 도와주는 것이다.
아기가 걷기 위해선 스스로 뭔가를 잡고 일어서기부터 해야 한다. 튼튼하고 낮은 탁자나 소파가 제격이다. 소파 위에 아기가 좋아하는 장난감을 놓아두자. 스스로 소파를 잡고 일어서도록 유도할 수 있다. 소파 위 장난감을 한 보폭만큼 옆으로 옮기자. 아기도 따라서 한 발자국 걷는다. 아기 스스로 자신감이 생기면 소파를 한 손으로 잡고 죽 따라서 걷는다. 이제 엄마 손을 잡고 걸을 수 있다.
엄마가 양손을 잡아주면 소파 없이 걸어볼 수도 있다. 한 손을 잡고도 잘 걷게 되면 가만히 손을 놓아서 혼자 걸어갈 기회를 줘보자. 그러면 바로 주저앉아서 배밀이로 돌아가기도 한다. 아직 두 발이나 한 발로 자기 몸무게 지탱이 어려울 뿐이니, 몰아붙이지 말고 아이가 원할 때까지 한 손 걸음마 연습을 시키면 된다. 손잡고 걷기 외에도 뒤에서 아기 골반을 잡아주면 안정적인 자세로 걷기 쉬워진다.
걷기 시작하면 탄탄한 운동화를 준비하자. 양말을 신기면 미끄러워서 넘어질 수 있으므로 집 안에서는 양말을 벗기고 걷기 연습을 하는 것이 좋다. 천 재질로 되어서 물렁물렁한 운동화나, 아기 발이 빨리 자라더라도 커서 헐렁한 운동화는 곤란하다. 운동화만큼은 아기 발에 맞는 것으로 자주 바꿔줘야 한다.
◇계단 오르내리기
아기가 혼자 잘 걸으면 계단 오르내리기 연습을 일찍 시켜보라고 권한다. 계단 오르내리기를 통해 다리 근육량이 늘어나고 균형감각도 좋아질 수 있다.
낮은 턱이나 낮은 계단 오르기부터 시작해보자. 집 안에 있는 턱도 연습 대상이다. 턱을 넘으려면 아기는 다리를 더 높이 올려야 한다. 따라서 처음엔 엄마 손을 잡고 넘어가 본다. 같은 장소에서 반복적으로 연습한다. 턱 근처에 못 가게 막으면 균형감각을 잡는 운동의 기회가 사라진다. 턱에 색깔 있는 테이프를 붙여서 시각적으로 알려주면 좋다.
이어 낮은 계단에서 오르기 연습을 해본다. 실내 놀이터 계단은 푹신하고 쿠션이 있어서 균형감각을 잡기 어렵다. 가능하면 탄탄한 일상의 계단을 권한다. 엄마가 먼저 계단에 올라 양손을 잡고 오르게 도와줘도 좋다. 한 손만 잡거나 계단 옆 난간을 잡게 해도 된다. 무서워하면 억지로 시키지 않는다. 대신 경사진 길에서 손잡고 천천히 오르는 연습을 해서 아기 하체를 강화시켜주자. 생후 17개월쯤엔 다소 낮은 성인용 계단을 내려가는 연습도 해보면 좋다.
아기가 계단을 내려가고 싶어할 때 엄마 손이나 난간을 잡고 아주 천천히 시도해볼 기회를 주자. 다만 아기가 넘어질 수 있으니 부모는 순간적으로 받칠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 아기가 재미를 붙이면 계속 하자고 조를 수 있다. 아기 속도로 계단을 오르내리는 일은 부모의 인내심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