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김성현 기자 25일 통영국제음악회 개막 기자 간담회. 왼쪽부터 김소현 통영국제음악재단 본부장, 작곡가 진은숙, 이용민 대표

“제 작품에 대해선 자부심이 크게 없지만, 통영음악제만큼은 언제나 입이 찢어져라 자랑하고 다녀요.”

25일 통영국제음악제 개막 기자 간담회. 세계적 현대음악 작곡가 진은숙(60)씨가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올해는 음악제 20주년이자, 진씨가 예술감독을 맡은 첫해다. 음악제로서는 겹경사를 맞은 셈이다.

진씨는 “20년 전 맨땅에서 삽질하면서 시작했는데, 지금은 명실상부한 세계적 페스티벌로 성장했다는 자부심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통영음악제의 국제적 위상에 대한 질문에 “전 세계의 페스티벌은 딱 두 가지로 나뉜다. 다시는 안 가고 싶거나, 아니면 반드시 또 가고 싶거나. 통영은 명백히 후자”라며 웃었다. 올해의 주제는 ‘다양성 속의 비전’. 진씨는 “한국의 문화적 역동성을 가장 잘 보여주는 단어가 다양성”이라며 “앞으로도 음악뿐 아니라 시각 예술까지 다양한 장르의 혼합을 통해서 비전을 찾겠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국제 음악제의 위상을 가늠할 수 있는 잣대가 상주 연주자와 작곡가 제도다. 진씨 역시 2005년 상주 음악가로 선정되면서 통영음악제와 인연을 맺었다. 올해는 노르웨이 출신의 세계적 첼리스트 트룰스 뫼르크(60)와 미국 작곡가 앤드루 노먼(42)이 각각 상주 연주자와 작곡가로 초청받았다. 뫼르크는 해외에서 잦은 공연 취소로도 유명한 연주자. 진씨는 “실은 그가 한국 땅을 밟고 무대에 올라갈 때까지 마음이 계속 조마조마했다”며 웃었다. 그는 노먼에 대해서는 “현대음악이라고 하면 머리 아프고 힘들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발랄한 아이디어를 통해서 재치 있고 호소력 넘치는 현대음악도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걸 보여주는 작곡가”라고 소개했다.

25일 개막한 올해 음악제는 4월 3일까지 열린다. 지난해부터는 유튜브를 통해서도 전 공연을 실시간 생중계하고 있다. 김소현 통영국제음악재단 본부장은 “현대음악이 많은 특성상, 저작권료 등으로 인해서 예산이 늘어나는 부담이 있지만, 코로나 상황에서 직접 방문하기 힘든 관객들을 위해서 실시간 중계를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