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피아니스트 조재혁이 18일 서울 서초구 코스모스 아트홀에서 '쇼팽' 음반 발매 및 전국 투어 리사이틀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2022.04.18. pak7130@newsis.com

스포츠에서 여러 포지션을 두루 소화하는 만능 선수를 흔히 ‘올라운드 플레이어’라고 부른다. 클래식 음악계의 대표적인 만능 선수가 피아니스트 조재혁(51) 전 성신여대 교수다. 본업인 피아노는 물론, 오르간과 피아노의 전신인 하프시코드까지 두루 다루는 건반 연주자이면서 동시에 방송·공연 진행자로도 인기가 높다. 그가 진행하는 해설 음악회는 가장 먼저 매진을 이루는 것으로 유명하다. 독주(獨奏)뿐 아니라, 마술사 이은결이나 발레리나 김주원과의 협업도 활발하다.

그가 본업인 피아니스트로 돌아왔다. 쇼팽의 발라드와 피아노 소나타 3번으로 6번째 음반을 발표하고 29일부터 전국 8개 도시에서 독주회를 여는 것. 최근 독일 베를린·뮌헨·함부르크에서 3차례 독주회도 마쳤다. 매년 60회 가까이 무대에 서고 있지만, 그는 18일 간담회에서 “전국 투어는 살면서 처음”이라며 웃었다.

피아니스트 조재혁씨가 18일 간담회에서 쇼팽의 곡을 들려주고 있다. /목프로덕션

강원도 춘천 출신인 그는 만 5세에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했고, 오르간은 미국 맨해튼 음대 예비학교 시절에 부전공으로 택했다. 하프시코드는 줄리아드 재학 시절 수업 시간에 공부했다. 이들 악기에 대해 그는 “건반이라는 점은 같지만 한글 타자와 영문 타자처럼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이 세 가지를 모두 겸할 때의 음악적 장점에 대해서 그는 이렇게 설명했다. “하프시코드는 강약의 차이가 없기 때문에 연주할 때 박자와 타이밍의 중요성에 대해서 체감할 수 있다. 반면 오르간은 서로 다른 음을 자연스럽게 이어서 연주하는 레가토(legato)의 의미를 느끼기에 좋다.” 그는 “피아노나 오르간으로 악기가 바뀌면 자연스럽게 제 몸도 반응하면서 연주 방식도 달라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피아니스트 조재혁이 18일 서울 서초구 코스모스 아트홀에서 '쇼팽' 음반 발매 및 전국 투어 리사이틀 기자간담회에 앞서 리허설을 하고 있다. 2022.04.18. pak7130@newsis.com

귀공자 같은 미소 덕분에 인생의 쓴맛은 모르고 살았을 것 같지만, 그는 “수도 없이 실패했고 쓴맛도 많이 보았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국제 콩쿠르도 1차나 결선에서 무수히 떨어졌고, 20대 후반에는 회의가 들어서 과감하게 피아노를 던지고 6개월간 로스쿨 준비를 한 적도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청년 시절 방황을 통해서 얻은 교훈도 있었단다. 그는 “피아노로 돌아오고 난 뒤에는 덕분에 배짱이 생겼다”고 말했다.

10~20대에 국내외 콩쿠르에서 입상하고 나이 들면 교편을 잡는 경우와 달리, 그는 40~50대에 이르면서 더욱 활발하게 음반과 연주 활동을 하고 있다. 베토벤 소나타와 라흐마니노프 협주곡에 이어서 이번 쇼팽 독주곡까지 6장의 음반을 발표했다. 앞으로 모차르트 협주곡 음반도 출시를 앞두고 있다. 하지만 그는 “모차르트의 간단한 소품을 칠 때도 실은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음악계에서는 ‘경력 역주행’이라는 말도 나온다. 그는 “좋아하는 작곡가와 작품으로 제 연주 인생의 컬렉션(collection)을 만드는 것이 꿈”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