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문제로) 욕도 많이 먹었는데 좀 억울한 감이 없지 않아 있긴 합니다. 과정대로 찬찬히 얘기 하자면 저희는 원래 (2년 전) ‘비(BE) 앨범이 마지막이었어요.”

이 이야기를 하기까지 왜 이리도 오랜 시간이 걸려야 했을까. 28일 영국 밴드 콜드플레이 콘서트 출연을 위해 아르헨티나에 머물고 있던 방탄소년단(BTS) 진이 자신의 군 입대 논란에 대한 속내를 처음 털어놨다. 올해 초부터 그와 BTS 멤버들의 병역 의무를 두고 국내 정치권에서 갑론을박이 벌어질 때도, 지난 17일 입영 연기 신청을 철회하고 군대에 가겠다는 깜짝 발표 때도 들려주지 않은 뒷이야기였다.

28일 밤 자신의 군 입대 문제를 둘러싼 논란들에 대해 온라인 라이브 방송을 통해 속내를 처음 고백한 BTS 멤버 진. /위버스

“군대를 군대라 부르지도 못 하고…군 문제는 ‘볼드모트’”

이날 진의 심경 고백은 콜드플레이와 협업한 자신의 솔로곡 ‘디 애스트로넛’ 발표를 기념해 팬들과 실시간 라이브 방송을 진행하던 중 나왔다. 현지 시각으로 오전 8시, 한국 시간으로 자정에 가까운 시각에 진행한 이 방송 후반부에서 진은 “(군대는) 지금 시점에서 빼놓을 수 없는 얘기”라며 “회사(소속사 하이브)에선 사실 이야기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하는데 이제는 관련이 없을 것 같다”며 자신의 군 문제를 언급하기 시작했다.

그는 자신의 병역 의무를 수차례 “볼드모트”라 지칭했고, “자꾸 군대를 군대라고 부르지도 못하고 간다고 말도 못하고…”라며 그간 말을 하지 못 해 답답했다는 식의 표현을 반복했다. ‘볼드모트’는 소설 ‘해리포터’ 시리즈에서 극 중 이름을 함부로 언급해선 안 되는 무시무시한 악당으로 등장한다.

진의 주장에 따르면 본디 그가 군대를 가려했던 시점은 ‘2년 전’. “애초에 ‘BE’ 앨범을 마지막으로 군대에 다녀오려 했고 멤버들도 준비가 다 끝난 상태였다”고 했다. 그런데 “‘다이너마이트(2020년 8월 발매한 싱글곡)’가 예상 외로 잘 됐고, 팬들을 위해 ‘버터’랑 ‘퍼미션 투 댄스’까지 하게 됐다”는 것이다.

실제 진은 2020년 11월 스페셜 앨범 ‘BE’ 발매 기자 간담회에서 병역 의무에 대해 구체적인 계획은 밝히지 않았지만 “나라가 부르면 언제든 응할 생각”이라고 했었다. 하지만 이후 신곡들의 흥행 상황이 변하면서 군 입대가 미뤄졌다는 게 그의 설명이었다. 다이너마이트는 발매 직후 BTS에게 처음으로 빌보드 싱글 차트 ‘핫100′ 1위를 안겨준 곡이었다.

◇“그래미까지만 하고 가려 했는데…”

지난 4월 한국 가수 최초로 미국 그래미 어워드에 수상 후보로 참석한 BTS의 모습. 왼쪽부터 멤버 뷔, 슈가, 진, 정국, RM, 지민, 제이홉. /AFP 연합뉴스

진의 설명에 따르면 이후 그의 군 입대를 또 다시 미룬 건 ‘그래미 시상식’이었다. 그는 “(이후 올해 4월 열린) 그래미까진 끝내고 가자고 해서, 이를 마친 뒤 군대 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추운 걸 싫어해서 무조건 (올해) 5월이나 6월에 가겠다고 회사에 말했고 회사에서도 ‘오케이’ 했었다”고 했다.

진은 그 근거가 지난 6월 온라인으로 활동 잠정 중단 계획을 깜짝 공개해 하이브 주가 폭락으로까지 이어졌던 ‘방탄 회식(5월 중순 촬영)’ 동영상이라고도 주장했다. “원래는 군대 가겠다는 내용이었는데 그걸 간접적으로 에둘러서 한 이야기였다”는 것이다. 다만 당시 이 방송에서 진과 BTS 멤버들은 군대와 관련된 언급은 전혀 하지 않았었다. 리더 알엠(RM)이 “우리 1막은 사실 ‘온(ON·2020년 2월 발매된 정규 4집 타이틀곡)’까지였다”고 언급하긴 했지만, 영상 공개 후 “활동 잠정 중단 선언”이란 해석이 이어지자 멤버들과 소속사가 “단체 활동을 이어갈 것”이라고 재차 해명하기도 했다.

진은 이후 가급적 따뜻할 때 입대하고 싶었던 자신의 바람이 ‘2030 부산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 기원 콘서트’ 기획과 멤버들의 설득으로 한번 더 미뤄졌다고 했다. “이게 우리가 할 수 있는 마지막 콘서트가 될 것 같으니 이것까지 진행해줬으면 좋겠다. (코로나19 때문에) 함성 있는 공연을 제대로 하지 못 해 너무 아쉬운데 이것까지 하고 가는 게 팬들에 대한 예의인 것 같다고 멤버들이 저를 설득했어요. 고민을 진짜 많이 했죠.”

진은 부산 콘서트를 “‘눈물의 콘서트’로 만들고 싶지 않았다”고도 했다. 콘서트 전 군 입대를 알리기 위해 동영상도 버전 별로 여럿 찍었지만, “팬들이 슬퍼하면서 공연 보는 걸 원치 않아서” 발표를 미뤘다는 것이다.

◇“저는 비정규직…재계약 해야 하는데 회사에 밉보이면 안 된다”

BTS 진./빅히트 뮤직

그는 그간 이런 심정을 털어놓지 못 한 이유로 “(제가) 비정규직으로 일 하지 않느냐”면서 “회사와 재계약도 해야 하는데 밉보여서 뭐 하나. 회사와 좋은 방향으로 이야기해야 하지 않겠나. 저도 앞으로 더 열심히 일해야 하는데”라고 했다.

자신과 BTS의 병역문제에 대해 제기돼 왔던 비판 여론에 대한 소감도 밝혔다. 지난 4월 이진형 하이브 COO(커뮤니케이션 총괄)는 BTS의 라스베이거스 콘서트 도중 “최근 몇년 간 병역 제도가 변하고 있고 시점을 예측할 수 없기에 아티스트들이 힘들어하는 게 사실”이라면서 “아티스트 병역 관련 사안이 전세계적으로 큰 관심사이기에 이번 국회에서 정리 됐으면 좋겠다”며 언급했고, 병역 혜택을 바란 발언이란 해석이 이어지며 논란이 됐었다. 이후 BTS와 진은 침묵을 지켰고, 정치권과 대중들 사이 이들을 둘러싼 병역 특례 찬반 논쟁이 과열됐다.

이에 대해 진은 “저희는 그냥 단지 눈물의 공연을 하고 싶지 않았을 뿐인데 여기저기서 ‘얘네 안 가는 게 맞지 않겠냐’ ‘무조건 가야 된다’ 이러면서 과열이 많이 됐다. 그럴 수 있다 생각하긴 하지만 욕을 많이 먹었다. 아쉽긴 하지만 그래도 팬분들이 눈물의 공연을 보지 않게 되어서 다행인 것 같아 나름 만족한다”고 했다. 다만 “인터넷 댓글 중 아직도 안 갔냐, 그냥 좀 가라, 빨리 좀 가라, 아직 안 가고 뭐 하고 있냐 이런 글을 보면서 마음이 아팠다. 갈 건데 왜”라고 했고, “우리는 (군대 갈) 준비도 다 끝낸 상태여서 회사에 ‘이거 빨리 얘기 좀 하면 안 될까요’ 하기도 했다” 그간의 심정을 드러냈다.

진은 이날 차후 입대 계획에 대해서도 보다 상세히 밝혔다. 그는 “아르헨티나 공연이 끝나고 돌아가면 며칠 안에 곧 (입영 관련 서류를) 쓸 것 같다”고 했다. 직후 병무청이 입영 통지서를 보내는 시점에 따라 진은 이르면 올해 안에 입대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