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선 전화를 받았을 때, 심장이 뜨겁게 뛰면서도 놀란 덕분인지 등에는 차가운 물줄기가 흐르는 듯했다. 수업 직전이었고 커피가 담긴 잔의 온기가 유난히 고마웠다. 아이들이 얘기하고 웃는 모습을 보면서, 너희 덕분이구나, 미소 지을 수 있었다. 아이들은 내일의 모습을 짐작할 수 없는 구름 같고, 나는 순간순간의 구름을 기록하고 싶은 사람인 듯하다. 이 마음이 시를 쓰게 했다.

미루어 짐작하지 않고 하나하나 묻는 아이들의 태도를 좋아한다. 쏟아지는 물음을 통해, 짐작에서 착각, 거기에서 또 오해로 연결되어 마음 끓이는 나를 수정하곤 한다. 아이들을 통해 깨달으며 어른과 아이의 경계가 사라지는 것을 본다. ‘너 그렇구나’ 하며 단정 짓기보다 ‘넌 어떠니’를 물어주는 사람이 되고 싶은 마음과, 다친 고양이를 걱정하는 아이들 마음, 길고양이를 식구로 들인 지인 이야기, 아들아이와 얼굴을 맞대고 자는 우리 집 회색 고양이의 따스함이 모두 어우러져 ‘고양이 기분’을 빚었다.

시를 세상에 내보일 수 있게 해주신 심사위원님과 축하해 주시는 분들께 감사드린다. 세상의 슬픔과 부조리를 아이들에게 전달하고 나면, 뒤돌아서 나의 언어와 비언어 모두를 반성할 때가 많다. 이 반성을 멈추지 않고 좋은 언어로 세상과 만나겠다. 꾸준히 즐겁게 쓰는 것만이 격려와 주어진 행운에 보답할 길이다. 소식을 전하지 못할 사람이 더 많겠지만 시간을 두고 무르익은 시로 인사하고 싶다. 하늘을 열어 보여주는 산책길과, 도서관의 충만한 고요와 우직한 불빛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임미다

-1976년 서울 출생

-서울예대 문예창작과 졸업

-중앙대 대학원 문예창작학과 석사 수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