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이 좋았습니다.
겸손도 아니고 그것을 가장한 교만도 아니고, 진심으로 그렇게 믿고 있습니다. 앞으로 살아가면서 마주하게 될 행운들을 지금 다 써버린 건 아닌지, 그래서 남은 인생을 불행하게 살게 되는 건 아닌지, 걱정되기까지 합니다.
감사한 분들의 이름부터 불러 보겠습니다. 사랑한다는 말 이외의 다른 말은 떠오르지도 필요하지도 않은 가족들, 대학 시절부터 지금까지 늘 감정을 충만하게 해주는 Bassment167의 멤버 철하와 봉겸이, 지금 제가 일하는 분야에서 자리 잡을 수 있게 도와주신 도원이 형과 종상이 형, 조금 많이 먼 곳에서 지켜보고 있기를 바라는 지훈이, 그리고 제 부족한 시들의 첫 번째 독자가 되어 주신 유계영 시인, 서효인 시인, 박준 시인, 김기택 시인, 장석주 시인께 감사의 말을 전합니다. 그 누구에게보다, 서른이 넘은 나이에 하고 싶은 일을 하겠다며 고집부리던 아들을, 그 일을 하다 허리를 다친 아들을, 그래서 몇 달째 생활비조차 주지 못하는 아들을 항상 사랑해주는 엄마에게, 가장 큰 감사의 말을 전합니다.
시를 쓸 때마다 늘 괴로웠고 열등감에 시달렸습니다. 제가 보았던 시들은 사람의 얼굴을 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살갗이 있었고 피가 돌았습니다. 알아들을 수 없는 외국어로 말하고 있던 순간들조차도, 그 얼굴들이 짓던 표정들은 언어마저 가로질러 기어이 와닿고야 말았습니다. 저에겐 뼈밖에 없었습니다. 살아 있지도 않은 뼈다귀들을 붙잡고 억지로 움직여 보면서, 때로는 복화술로 살아 있는 척하면서, 진짜로 살아 있는 시들을 질투했습니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아직도 자신이 없습니다. 언젠가는 열등감도 질투도 없이, 시를 쓰고 싶습니다. 다시 한번 이 기회를 주신 모든 분들과 모든 우연들에게, 어쩌면 우연으로 착각하고 있었을지도 모를 모든 인연들에게, 감사의 말을 전합니다.
이진우
-1988년 서울 출생
-경희대 연극영화과 졸업
-영상 촬영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