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정 고무신’ 사태에 만화계가 공동 대응키로 했다. 만화를 둘러싼 저작권 분쟁으로 괴로워하다 지난 11일 세상을 등진 만화가 고(故) 이우영(51)씨 유족 측에 대한 연대 방침을 정한 것이다. 한국만화가협회는 최근 대책위원회를 꾸렸고 이르면 20일쯤 공동 성명서를 발표할 예정이다. 협회 관계자는 본지 통화에서 “유족 측에 법률 지원을 우선 제공하고 향후 만화가들이 대거 참여하는 저작권 보호 운동을 전개할 것”이라며 “지금도 업계에서 고통받는 작가들을 위한 긴 싸움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추억의 만화 ‘검정 고무신’을 둘러싼 난맥상은 200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만화 연재 종료 이듬해부터 3년에 걸쳐 고인은 사업자 형설앤과 ‘검정 고무신’ 캐릭터 사업 계약을 맺었다. 형설앤 측은 “당시 파생 저작물 및 모든 2차적 사업권에 대한 권리를 위임받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사업 리스크 등을 이유로 절반 가까운 저작권 지분도 획득했다. 한 만화출판사 관계자는 “사업자가 작가의 저작권까지 확보하는 건 드문 경우”라고 말했다. 그러나 계약 이후 정산 문제 등으로 관계가 악화됐고, 2019년 형설앤 측은 고인이 협의 없이 다른 곳에 만화를 그려 수익을 냈다며 저작권 위반 혐의로 고소하기에 이르렀다. 고인은 최근 법정 진술서에서 “(원고는) 캐릭터 사업을 포괄 대리하면서 아무 동의나 고지 없이 진행하고 있다”며 “창작 외에는 바보 같을 정도로 어리석은 창작자의 권리를 되찾도록 도와 달라”고 호소했다. 아직 1심이 진행 중이다.
창작자 대 사업자 구도의 일반적 분쟁과 달리 ‘검정 고무신’은 사정이 더 복잡하다. 글·그림 작가가 따로 있는 공동 저작물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글 작가(이영일)는 형설앤과 더불어 이 소송의 원고 중 한 명이다. ‘검정 고무신’ 원작자가 또 다른 원작자와 법정 다툼을 벌이고 있는 셈이다. 고인은 법정 진술서에서 “금전적 제안이 있었고 이씨가 유혹을 이기지 못한 게 아닐까 짐작할 뿐”이라고 했다. 그러나 이영일씨는 본지 통화에서 “그런 일은 일절 없다”고 말했다. 이어 “원작 스토리를 쓴 나와는 상의도 없이 만화 ‘하얀 고무신’을 그리는 등 고인이 ‘검정 고무신’ 관련 독단적인 활동을 했다”며 “형설앤과의 계약 당시에도 모든 조건에 동의해 놓고는 시간이 지나자 마음이 바뀐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