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나 보러 갈까?” 선뜻 말을 꺼내기가 어려워졌다. 2018년 1만2000원(주말 2D 영화 기준)이던 티켓값은 코로나 이후 세 차례 올라 1만5000원이 됐다. 주말 아이맥스·4DX 등 특수상영관 티켓값은 2만원을 훌쩍 넘는다.

서울 시내 한 영화관의 전광판에 ‘더 퍼스트 슬램덩크’ ‘파벨만스’ 등 외화들이 걸려 있다. 지난달 극장을 찾은 한국 영화 관객 수는 173만명으로 3개월 연속 100만명대를 기록했다. /뉴시스

치솟은 티켓값 때문일까. 코로나가 종식된 이후에도 관객들은 쉽사리 극장에 돌아오지 않고 있다. 지난 4월 극장을 찾은 관객 수는 697만명으로 코로나 이전인 2019년 동월 대비 52% 수준에 그쳤다. 한국 영화 관객 수는 173만명으로 3개월 연속 100만명대를 기록했다.

티켓값을 내린다면 관객들은 다시 극장으로 돌아올까. 본지가 SM C&C 설문조사 플랫폼 ‘틸리언 프로’에 의뢰해 20대부터 50대까지 총 4031명이 설문에 응답한 결과, 76.2%는 “티켓값을 내린다면 영화관에 갈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최근 영화 티켓값이 비싸 보고 싶은 영화를 관람하지 못했다”는 답변도 52.7%에 달했다.

국민 10명 중 8명은 현재 영화 티켓값이 비싸다고 답했다. 응답자의 절반이 넘는 53.4%는 “비싼 편이다”라고 답했고, 25.6%는 “매우 비싸다”고 생각했다. 이들이 생각하는 주말 2D 영화 기준 적정한 티켓값은 8000원 미만(33.4%), 8000원~1만원(45.4%), 1만~1만2000원(15.5%)이었다. 78.8%가 티켓값 적정가가 1만원 이하라고 답한 것이다.

정지욱 영화평론가 역시 “영화는 산업이기도 하지만 대중을 위한 문화이기도 하다”라면서 “좀 더 많은 이들이 영화에 다가갈 수 있게 하려면 1만원 안팎으로 티켓값을 내려야 한다”고 했다. “극장들이 티켓값을 올리면서 영화 산업을 살리겠다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영화 제작 환경을 위해서라면 제작·배급사와 극장 간 부율 조정 등 다른 방법을 충분히 고민해볼 수 있다.”

2019년 한국은 국민 1인당 영화 관람 횟수 4.4회로 세계 1위를 기록했다. 하지만 이제 국민의 27%는 영화관에 간 지 1년도 넘었다고 답했다. 일주일 이내에 영화관에 갔다는 답변은 13.7%에 불과했다. 한 달 이내에 갔다는 답변도 19.1%에 그쳤다.

영화관에 자주 가지 않는 이유로는 “영화 티켓값이 비싸서(40.2%)”가 1위를 차지했다. “볼만한 영화가 없어서(28.3%)”, “OTT로도 충분해서(26.9%)”, “코로나 감염 등 우려 때문에(24.3%)” 등의 이유가 뒤를 이었다. 특히 영화의 주소비층이었던 20·30대도 데이트 코스로 영화관 대신 미술관이나 박물관으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

코로나 이후 티켓값 상승은 전 세계적인 추세긴 하나, 이처럼 급격한 상승률은 선진국에선 찾아보기 어려웠다.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국가별 2019년 이후 3년간 영화 관람요금 인상률은 인도 28%, 멕시코 22.1%, 한국 21.8%, 미국 15%, 중국 13.5%, 독일 8.7%, 일본 5.2% 순이었다.

아직 희망은 남아 있다. 티켓값이 비싸도 볼만한 영화가 있다면 영화관에 가겠다는 응답자도 과반을 넘었다. “작품만 좋다면 영화 티켓값이 비싸더라도 극장에서 영화를 볼 의향이 있냐”는 질문에 38.8%가 “그런 편이다”, 11.7%가 “매우 그렇다”고 답했다.

올여름 국내외 기대작들이 비싸진 티켓값만큼 더 깐깐해진 관객들을 불러 모을 수 있을지 주목을 받고 있다. ‘범죄도시3′를 시작으로 류승완 감독·김혜수 주연의 ‘밀수’, 김용화 감독의 SF 영화 ‘더 문’ 등 여름 텐트폴 영화들이 줄줄이 개봉한다. 톰 크루즈 주연의 ‘미션 임파서블: 데드 레코닝 파트1′과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의 ‘오펜하이머’ 등 해외 대작들도 여름 개봉을 준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