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파묘' 비하인드 스틸. /쇼박스

어릴 적 봤던 동네 뒷산의 묘 이장에서 출발한 영화 ‘파묘’가 1000만 관객을 돌파했다. 파도 파도 나오는 이야깃거리로 입소문을 자아냈고, “반일 영화” ”좌파 영화” 등의 설왕설래가 이어지며 호기심을 끌었다. 지난 21일 천만 돌파를 앞두고 만난 장재현(43) 감독은 파묘를 둘러싼 논란에 대해 답했다.

무덤에서 나온 ‘험한 것’의 정체를 추리해 가는 초반부의 완성도엔 이견이 없으나, 일본 다이묘 정령이 등장하는 후반부부턴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렸다. 장 감독은 “시나리오 단계부터 예상했던 바”라면서도 “앞부분은 대중적으로 편안하게 만들고, 뒷부분은 마니아들을 위해 만들었는데 반응이 달라서 조금 의외였다”고 했다. “한 곳을 파고 파다 점점 깊숙이 들어가는 이야기이지, 전혀 다른 장르로 바뀐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이질감이 들 순 있지만, 정령도 초자연적인 현상이니까요.”

'파묘' 장재현 감독. /쇼박스

일본 정령에 맞서 한일 무속전을 펼치는 데다, 독립운동과 관련된 코드를 곳곳에 심어놔 ‘반일 영화’라는 꼬리표도 붙었다. 장 감독은 이에 대해선 동의하지 않는다고 했다. “한국인이라면 정도는 다르겠지만 누구나 이 땅의 슬픔과 아픔에 대한 안타까움을 갖고 있잖아요. 한국 사람이라면 느낄 만한 보편적인 감정을 담았다고 생각해요.”

‘건국전쟁’의 김덕영 감독이 “반일을 부추기는 영화에 좌파들이 몰리고 있다”고 주장하며 오히려 노이즈 마케팅이 되기도 했다. 장 감독은 “영화를 보는 각자의 시선이 있으니까 옳다 그르다 말할 순 없다. 제가 의도한 바는 아니기 때문에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관심을 가져주셔서 감사하다”고 했다.

그는 “주제 의식을 표면으로 드러내지 않는 게 감독으로서의 목표”라고 했다. “관객은 영화관에 공부하러 오는 게 아니잖아요. 관객이 느낄 감정을 먼저 생각해 왔어요. ‘검은 사제들’에선 희망을 주고 싶었고, ‘사바하’는 대답 없는 신 앞에 선 인간의 슬픔에 대한 이야기였고요. 이번 영화는 개운함과 후련함, 끝에는 약간의 뭉클함을 주고 싶었고 관객들도 그런 감정을 안고 기분 좋게 극장을 나오시지 않았나 싶어요.”

영화 '파묘' 비하인드 스틸. /쇼박스

오컬트 영화지만 무섭지 않고 통쾌하게 끝난다는 점은 관객층을 넓히는 데는 도움이 됐으나, 오싹한 장르물을 기대했던 마니아들에겐 실망을 줬다. 장 감독은 “신작이 나올 때마다 듣는 소리”라며 웃었다. “‘검은 사제들’을 좋아한 분들은 ‘사바하’에 실망하셨고, ‘사바하’를 좋아한 분들은 ‘파묘’를 보고 ‘이게 뭐냐’고 하시더라고요. 아마 다음 작품도 그럴 거예요. 계속 비슷하게 만들면 발전이 없잖아요. 비슷한 틀에서 조금씩 새로운 걸 보여주면서 진보해 나가야죠.”

그가 영화를 만들 때 가장 중요시하는 건 “호기심과 긴장감”. “파묘도, 전작들도 무서우라고 만든 영화는 아니었어요. 호기심과 긴장감이 저의 엔진이자 왼팔과 오른팔이에요. 둘을 놓치지 않고 잘 표현하면 다소 ‘무섭다’고 느낄 수도 있겠지만요.”

네 명의 ‘묘벤저스(묘+어벤저스)’가 다시 뭉칠 속편을 기대하는 관객도 많다. “‘사바하’는 주인공이 무언가를 추적하는 이야기니까 속편을 만들기 수월한데, ‘파묘’는 풍수지리와 무속이 엮여 있다 보니 또 다른 좋은 이야기를 만나는 게 쉽진 않을 것 같아요. 아직 속편을 만들 계획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