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신문협회(이하 신문협회)는 네이버가 정정 보도 청구가 들어온 기사 검색 결과 페이지에 ‘정정보도 청구’ 문구를 노출하는 조치를 철회할 것을 네이버에 촉구했다.
전국 일간 신문 및 통신사 54개를 회원사로 둔 한국신문협회는 25일 네이버와 네이버 뉴스혁신포럼 위원들에게 ‘네이버의 정정보도 표시에 대한 한국신문협회 의견’을 전달하고 해당 조치를 즉각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문협회는 “기사의 허위 사실 여부와 상관없이 ‘정정보도 청구 중’이라고 표시하는 것은 기자를 잠재적인 가해자 또는 악인(惡人)으로 낙인찍는 것”이라며 “비판·의혹 보도에 ‘정정보도 청구 중’ 딱지를 붙여 후속 보도를 막기 위한 수단으로 악용할 우려가 크다”며 이같이 요구했다.
즉, “이번 조치가 ‘언론의 위축 효과’를 노리는 ‘전략적 봉쇄 소송’과 유사한 방식으로 비판·의혹 보도를 봉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신문협회는 “언론은 정정보도 청구를 피하기 위해 자기 검열 과정을 강화하게 되고 권력 감시나 비판 보도에 대한 추가·후속 취재는 위축될 수밖에 없다”며 “뉴스 보도에 ‘정정보도 청구 중’이라는 문구 등을 추가하는 것은 편집권을 명백하게 침해할 뿐 아니라 궁극에는 언론의 자유를 훼손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지난 15일 네이버는 정정, 반론, 추후 보도 청구가 들어온 기사에는 포털 검색 결과 페이지에 ‘정정보도 청구 중’ 문구를 노출하겠다고 발표했다. 서면과 등기우편으로만 접수하던 정정보도 등 청구 절차도 온라인을 통해 간편 청구할 수 있도록 청구용 웹페이지를 신설하겠다고 밝혔다. 네이버의 이번 조치는 현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이하 언론중재법)’ 제17조의2(인터넷뉴스서비스에 대한 특칙)를 근거로 하고 있다. 해당 조항은 포털이 정정보도 청구 등을 받은 경우 정정보도 청구 등이 있음을 표시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네이버는 정정보도가 청구된 콘텐츠에 대해 네이버뉴스 본문 상단에 정정보도 등 청구가 있음을 알리는 표시를 노출하고 있는데, 앞으로는 뉴스 검색 결과에도 ‘정정보도 청구 중’ 문구를 노출한다는 것이다.
신문협회는 의견서에서 “네이버의 이번 조치는 ‘언론의 자유와 공적 책임의 조화’라는 언론중재법 제정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신문협회는 “입법권자들이 언론중재법 제17조의 2에 대한 벌칙을 두지 않은 이유는 언론 보도로 인한 피해 구제와 언론의 자유를 조화롭게 모색하려는 취지”라며 “법률 취지를 감안할 때 네이버가 근거로 내세우는 법률 규정은 타당하지 않다”고 했다.
신문협회는 이어 “진실을 파헤치고 진상을 규명하려는 과정에서 의도치 않게 오보가 나올 수 있으나 이는 취재 편집 과정의 착오 등에 의한 것이지 의도적‧악의적으로 날조한 거짓 보도와는 다르다”며 “하지만 ‘정정보도 청구 중’이라는 표시 자체가 취재기자를 잠재적 가해자로 둔갑시켜 국민들에게 악인(惡人)이라는 각인 효과를 줄 수 있다”고 했다.
게다가 “대부분의 보도가 사실이나 일부 보도 내용을 허위 정보로 규정해 ‘정정보도 청구 중’을 표시하는 것은 과잉금지원칙에도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신문협회는 의혹이 제기되거나 비판 보도의 대상이 된 정치인·고위공직자·이해 당사자가 “’가짜뉴스’라는 오명을 씌우기 위해 온라인 청구를 남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선거 등 중요한 시기를 앞두고 네이버가 민감한 기사 유통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려는 의도로 비춰질 수 있다”며 “이번 조치를 전면 철회하고 언론계와 협의를 통해 인격권(언론 보도로 인한 피해구제)과 언론의 자유가 조화를 이룰 수 있는 해결방안을 모색하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