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폐막하는 올해 부산국제영화제(부국제)는 그 어느 해보다 거센 OTT 의 입김, K팝 스타의 등장으로 논란과 화제를 불렀다. 대중성을 강조한 올해 부국제의 방향은 박광수(69) 부국제 이사장의 색깔이기도 하다. 박 이사장은 지난 2월 취임 후 공석인 집행위원장 역할까지 일부 맡아가며 영화제를 지휘했다. 그는 1996년 제1회 부국제부터 3년간 부위원장을 지낸 원년 멤버다. 영화 ‘칠수와 만수’(1988), ‘그들도 우리처럼’(1990) 등을 연출하고 한국예술종합학교 영화과 교수를 지냈다. 박 이사장은 지난 5일 본지 인터뷰에서 “올해 개막작인 넷플릭스 영화 ‘전,란’을 재미있게 봤다는 관객이 많다”며 “대중의 호응이 있어야 영화관도 영화제도 오래 갈 수 있다”고 말했다.
-작년까지 부국제는 이용관 전 이사장의 전횡 등으로 내우외환에 시달렸다. 조직 정비는 어느 정도 진행됐나.
“취임해 보니 인력 과다가 가장 큰 문제였다. 부국제 정규직만 해도 47명이나 된다. 세계 최고라는 칸 영화제의 2배다. 프로그래머가 9명이나 되는 영화제는 전 세계에 부국제밖에 없을 것이다. 비효율은 말할 것도 없고 예산에 엄청난 부담이 된다. 그렇다고 당장 인력을 내보낼 수는 없다. 해외 영화제 간 네트워크를 형성해 상시 인력 교환 프로그램을 운영해 보려 한다.”
-집행부 핵심인 집행위원장이 아직도 공석이다. 이사장 눈높이가 비현실적이라는 일부 의견도 있는데.
“위원장 응모 요건에 부산 거주 필수 등이 문제다. 부산에 살아야만 영화제를 잘 운영할 수 있는 건 아니지 않은가. 정관을 개정해 곧 훌륭한 분을 모실 것이다.”
-개막작부터 시작해서 넷플릭스 입김이 지나치다는 지적도 있다. 국내 대표 영화제인 부국제가 극장 영화를 외면하느냐는 비판이 있다.
“넷플릭스가 OTT라서가 논란인 게 아니라 해외 자본이라서 미움을 받는 측면도 있는 것 같다. 만약 티빙 같은 국내 OTT였으면 지금과 같은 비판이 쏟아졌을까. 부국제 행사장 바로 옆 건물에 걸린 커다란 광고판도 우리 집행부와 상관없이 해당 건물주와 넷플릭스가 계약해 성사됐다. 옥외광고물법에 저촉돼 구청에서 철거 요청을 한 것으로 안다.”
-정부 지원이 줄었다. 내년이 30주년인데, 어떻게 해결하려 하나.
“정부 지원이 줄면 기업 후원을 더 받아 오면 된다. 부국제 기업 후원은 지난해 23억원에서 올해 37억원으로 50% 이상 늘었다. 부국제가 국내 대표 영화제라 가능했던 것 같다. 다만, 기업 후원은 일회성 계약이기 때문에 내년은 내년대로 더 열심히 뛸 것이다.”
-내년 30주년 영화제 일정을 앞당긴다는 설이 있다.
“내년엔 10월이 아니라 9월 중순에 한다. 내년 10월엔 추석이 있는 데다 전국체전까지 겹치기 때문이다. 교통과 숙박 문제가 불거질 수 있어 부국제가 옮기기로 했다.”
-올해 두드러진 대중성은 내년 이후로도 계속 유지할 것인가.
“대중이 함께 즐길 수 있어야 한다는 건 전 세계 영화제 공통 추세다. 개막작부터 재미없으면 관객에게 외면당한다. 영화관에서 더 이상 관객을 떠나가게 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