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에 국내 문학계에서는 오히려 “너무 늦은 일”이라는 반응이 나왔다. 그러면서도 늘 세계 문학의 변방에 머물렀던 한국 문학이 늦게나마 인정을 받은 것에 대해 아낌없이 기쁨을 표했다. 김병익 문학평론가는 “매년 다른 나라에 상이 돌아갈 때마다 아쉬웠는데, 늦었지만 축하할 일”이라면서 “그동안 한국어가 지역적인 한계를 벗어나지 못했다면, 이제는 우리 문학의 높은 수준을 세계에서 인식하게 된 것”이라고 했다.
김화영 문학평론가는 “이번만큼은 한국이 받을 것이라 예상했다”면서 “최근 4~5년 동안 BTS를 비롯해 영화, 음식까지 모든 관심이 한국으로 쏠리면서 스웨덴 한림원도 한국을 주목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이들은 한강 작가의 예술성과 역사성을 아우르는 작품 세계에 찬사를 보냈다. 강동호 문학평론가는 “한강 작가는 소설인데도 시를 쓰는 것처럼 고도로 섬세하고 밀도 높은 문장을 구사한다”면서 “또한 한국 사회가 겪어왔던 역사적 비극들을 다루는 감각 역시 뛰어나다”고 했다.
강지희 문학평론가는 “노벨문학상은 정치적인 성격을 띠는 면이 있다”면서 “광주 민주화 운동을 다룬 ‘소년이 온다’나 제주 4·3사건을 다룬 ‘작별하지 않는다’처럼 한국 현대사의 참혹한 폭력을 형상화해온 작품이라 이런 부분을 중요하게 여겼을 것”이라고 했다. 또 “‘채식주의자’나 ‘희랍어 시간’은 미학적 실험을 통해 삶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을 던진 작품이라, 양쪽 모두를 겸비한 작가로 평가된 것 같다”고도 했다.
김태선 문학평론가는 “대부분의 해외 작가들이 늦은 나이에 노벨문학상을 받는 반면, 이른 나이에 여성 작가로서 노벨문학상을 받은 것은 대단한 업적”이라며 축하를 전했다. 그는 “한국 문학을 통해 주류 기득권의 언어가 아닌 억눌려왔던 소수자의 목소리가 펼쳐진 것이라고 해석된다”고 했다.
그동안 꾸준히 한국 문학을 해외에 알린 번역가들과 한국문학번역원의 공로도 높이 평가했다. 문학평론가 신수정 명지대 교수는 “한국 번역계의 노력이 이러한 결과를 가져온 것”이라며 “앞으로 국가 차원에서 한국 문학 번역에 대한 지원을 늘려야 한다”고 제안했다. “지금까지는 우리 문학을 해외로 어떻게 보내느냐만 이야기해왔지만, 이제는 우리 문학을 높은 수준으로 번역해 해외에 내보낼 수 있는 번역가 양성에 더 힘을 쏟을 필요가 있다.”
강동호 평론가 역시 “한국 문학을 세계에 알리기 위한 번역 인프라도 한몫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축적돼온 것이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며 “대산문화재단, 한국문학번역원 등이 훌륭한 번역가를 양성하고 좋은 작품을 선정해 국제무대에서 충분히 읽힐 수 있는 작품들을 소개하는 작업을 계속 해왔다”고 했다.
이들은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이 문단 전체에 미치는 파급 효과도 클 것으로 내다봤다. 강동호 평론가는 “이제 한국 문학도 단순히 세계 문학의 주변부에 있는 게 아니라 당당한 일원이 되어가고 있다”면서 “이번 노벨문학상 수상을 계기로 한국 문학이 세계 시장에서 재평가되며 새로운 국면을 맞이할 것”이라고 했다.
김화영 문학평론가는 “가요나 영화, 드라마 같은 대중문화에 이어 한국의 문학과 역사까지 심층적으로 들여다보며 우리나라가 어떠한 나라인지 다시 보게 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