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한강 작가가 6일(현지 시각) 스웨덴 스톡홀름 노벨상박물관에 기증한 소장품 찻잔. /연합뉴스

소설가 한강이 ‘노벨상 수상자 소장품 기증 행사’에서 옥색 빛이 감도는 찻잔을 기부했다. 이는 노벨상 수상자들이 수상한 해 노벨상박물관을 방문해 개개인에게 의미가 있는 물품을 기증하는 전통에 따른 것이다.

한강은 6일(현지 시각) 스웨덴 스톡홀름 노벨상박물관에서 진행된 ‘노벨상 수상자 소장품 기증 행사’에서 옥색 빛이 감도는 찻잔을 미리 준비해 둔 메모와 함께 전달했다.

한강은 메모에서 “’작별하지 않는다’를 쓰는 동안 몇 개의 루틴을 지키려고 노력했다”며 3가지 루틴을 소개했다. 여기에는 “아침 5시 30분에 일어나 가장 맑은 정신으로 전날까지 쓴 소설의 다음을 이어 쓰기” “당시 살던 집 근처의 천변을 하루 한번 이상 걷기” “보통 녹차 잎을 우리는 찻주전자에 홍차잎을 넣어 우린 다음 책상으로 돌아갈 때마다 한잔씩만 마시기” 등의 내용이 담겼다.

그는 이런 루틴을 전하면서 “그렇게 하루에 예닐곱번, 이 작은 잔의 푸르스름한 안쪽을 들여다보는 일이 당시 내 생활의 중심이었다”고 했다.

한강 작가가 기증한 찻잔과 메시지. /연합뉴스

한강은 이날 현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는 찻잔에 대해 “거창하게 하고 싶지 않았고 저의 루틴을 보여주는, 저에게 아주 소중한 것을 기증하는 것이 좋겠다고 단순하게 생각했다”며 “찻잔이 뭔가 계속해서 저를 책상으로 돌아가게 하는 주문 같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올해 겨울이면 작가로 활동한 지 꼭 31년이 된다”며 “대부분은 방황하고 무슨 소설을 쓸지 고민하고, 소설이 잘 안 풀려서 덮어놓고 걷고 그런 시간이 훨씬 더 많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찻잔은) 가장 열심히 했던 때의 저의 사물”이라고 했다.

한강은 평소에도 차를 즐겨 마시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강은 지난 10월 10일 노벨문학상 선정을 알리는 노벨위원회 관계자와의 첫 전화 통화에서도 “차를 마시고 싶다. 나는 술을 마시지 않는다. 그래서 아들과 차를 마시면서 오늘 밤 조용히 축하하고 싶다”고 말하기도 했다.

한강이 기증한 찻잔은 노벨상박물관에 영구 전시되며, 박물관 측은 한강이 직접 소개한 사연을 추후 관람객들에게 안내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