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예쁘게 장식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독서를 하는 것은 멋지다”는 이른바 ‘텍스트 힙’의 영향을 받아 ‘책꾸’라는 문화가 등장했다. 책꾸는 ‘책 꾸미기’의 줄인말. 휴대폰을 꾸미듯이 각종 스티커 등으로 책을 꾸민 후 #책꾸, #책꾸미기 등 해시 태그와 함께 소셜미디어에 업로드한다.
사생활 보호나 책의 훼손을 방지하기 위해 쌌던 북커버는 취향을 드러내는 도구가 됐고, 인덱스나 라벨 스티커, 북마크, 책갈피 등을 활용하기도 한다.
서점가에서 책꾸에 사용되는 소품들의 판매량도 급증했다. 인터넷 서점 예스24에 따르면 지난해 1월 1일부터 지난달 15일까지 북커버는 전년 대비 판매량이 195.1%, 인덱스·라벨 스티커는 93.3%, 북마크·책갈피는 42.8%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책 표지에 빈 공간이 많아 꾸미기에 좋은 책이 많이 팔리는 현상마저 등장했다. 표지에 여백이 많고 단색으로 통일된 책 ‘문학동네 시인선’ 시리즈와 ‘위즈덤하우스 단편소설 위픽’ 시리즈가 그 대상.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2300여 개의 #책꾸 게시물 중 대부분이 두 책의 표지에 스티커를 붙인 사진들이다. 20대 구매자가 전체 연령 중 31.8%, 38%를 각각 차지하며 인기를 끌었다. 문학동네 시인선 시리즈 판매량은 전년 대비 17.2%, 위픽 시리즈는 15.2% 증가했다.
책꾸 열풍이 불면서 출판사도 관련 상품을 내고 있다. 지난해 9월 무라카미 하루키의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문학동네)은 스티커를 함께 넣은 책꾸 에디션이 나왔다. ‘오늘 가장 빛나는 너에게’(더퀘스트)도 한정판으로 ‘책꾸 스티커’를 함께 제공했다. ‘말하는 고양이 호섭씨의 일일’(미래의창)은 출판사에서 직접 책꾸 리뷰단을 모집해 홍보하기도 했다. 강지연 예스24 마케팅 팀장은 “최근 텍스트힙 열풍이 불며 책의 인상적인 구절이나 표지 등을 소셜미디어에 공유하며 취향을 드러내는 것이 유행”이라며 “1020세대는 ‘꾸미기’ 커스텀 문화가 정착되어 있어, 본인의 책도 차별화할 수 있도록 꾸미는 문화가 생긴 것 같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