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수향(39)·김영준(38)씨는 생후 35개월 딸 아윤이와, 16개월 된 세쌍둥이 채윤(딸)·도윤(아들)·소윤(딸)을 키우고 있다. 부부는 “노래와 춤을 잘하는 흥이 많은 첫째, 볼살 통통 둘째, 날쌘돌이 셋째, 애교쟁이 막내”라고 소개했다.

부부가 처음부터 ‘대가족’을 계획한 것은 아니었다고 한다. 아내 남씨는 “아이가 외동인 것보다는 둘인 게 낫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남씨는 아래로 13살, 17살 터울의 늦둥이 동생들이 있다. 그는 “동생들이 아기였을 때는 마냥 귀여웠지만, 자라나고 보니 형제가 많은 게 좋았다”고 했다. 남편 김씨의 생각은 정반대였다. 그는 “‘한 명만 낳아 잘 키우자’는 주의였다”면서도 “아내와 양가 부모님의 끊임없는 설득으로 ‘둘째 만들기’에 나섰다”고 했다.

‘둘째’ 임신을 확인한 것은 2023년 초였다. 남씨는 “시험관 시술 후, 임신 테스트기로 임신을 확인한 날 친정아버지가 갑작스럽게 돌아가셨다”며 “몇 주 후 초음파검사 과정에서 세쌍둥이라는 것을 확인했고, 선택적 유산을 권유받았지만 아버지가 주신 마지막 선물이라고 생각하고 낳기로 했다”고 말했다. 세쌍둥이는 조산이나 유산 위험이 커서 선택적 유산을 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결혼 후 경기 김포에 자리 잡았던 부부는 세쌍둥이 출산을 앞둔 2023년 6월 김씨의 고향인 경남 창원으로 이사했다. 미술을 전공하고 패션 디자이너로 일하던 김씨가 이직을 준비하고 있었는데, 미술 학원에서 아이들을 가르쳐보면 어떻겠냐는 제안이 들어와 가족의 터전을 옮기기로 결심한 것이다.

이사까지 겹친 세쌍둥이 임신·출산 과정은 쉽지 않았다. 남씨는 세쌍둥이 임신 30주 만인 2023년 9월 출산했다. 임신중독증이 와서 1주일간 고위험 산모 병실에 입원했고, 상태가 좋지 않아 응급수술을 받았다. 다행히 아이들은 자가 호흡을 할 수 있는 건강한 상태로 태어났다. 남씨는 “당시 시댁 어르신들이 첫째 아윤이를 돌봐주셨고, 덕분에 우리 부부는 이른둥이로 태어난 세쌍둥이를 돌보는 데 전념할 수 있었다”고 했다.

아이들은 집 안에 웃음과 활력을 불어넣는 존재다. 남씨는 “35개월인 첫째가 몇 달 전부터 말을 시작한 이후 매일매일이 감탄과 놀라움의 연속”이라며 “세쌍둥이가 조금 더 커서 첫째와 함께 넷이서 율동하고 노래 부르는 모습을 상상하면 행복하다”고 했다. 김씨도 “하루가 다르게 커가는 아이들을 보고 있으면 피로가 싹 풀리는 느낌”이라고 했다.

4남매는 같은 어린이집에 다닌다. 첫째 아윤이가 창원으로 이사 후 다니기 시작한 곳에 세쌍둥이가 지난해 9월 합류했다. 가족의 원칙 중 하나는 “어린이집 등원은 가족 모두 함께”다. 미술 학원에서 근무하는 김씨는 오후 1시쯤 출근해 밤 11시에 퇴근한다. 따라서 아침 시간이라도 가족 모두가 함께 보내기 위해 등원을 함께하는 것이다. 남씨는 “남편은 아침잠이 정말 많았는데, 아이들 등원 준비를 같이 하다 보니 어느새 ‘아침형 인간’이 됐다”며 “제가 식사를 못 하면 직접 요리해서 밥을 챙겨주는 자상한 남편”이라고 했다. 김씨도 “아이들을 등원시킨 후 아내와 집안일을 함께하며 육아 고민 등을 나눈다”며 “이 시간에 육아 과정에서 힘들었던 일을 나누며 부부 관계가 더 단단해지는 것 같다”고 했다.

가족이 늘다 보니 생활 패턴도 완전히 바뀌었다. 남씨는 “결혼 전엔 시간 나면 여행을 다녔지만, 결혼하고 아이가 태어나니 모든 것이 아이 위주로 바뀌었다”고 했다. 근교로 외출하더라도 목적지에 수유실이 있는지, 기저귀 교환대는 잘 갖춰져 있는지 찾아본다.

4남매의 엄마인 남씨는 주변에서 ‘육아 척척박사’로 꼽힌다. 주변 지인들 사이에선 ‘맘카페’ 역할도 한다. 초보 엄마들은 육아를 하다 궁금한 점이 있으면 맘카페나 육아 커뮤니티에 질문을 하고 답변을 얻는데, 남씨 지인들은 남씨에게 질문을 한다. 네 아이를 키우며 ‘산전수전’ 다 겪은 남씨의 경험을 높이 사는 것이다. 남씨는 “스스로 생각해도 ‘만능 육아 맘’이 된 것 같다”며 “육아템(육아용품)도 보면 ‘이건 괜찮다, 저건 없어도 되겠다’는 생각이 절로 들 정도로 육아 박사가 됐다”고 했다. 김씨도 “아내가 어느새 가족과 육아를 위해 뭐든지 할 수 있는 ‘수퍼 우먼’이 된 것 같다”고 했다.

남씨는 육아를 ‘특권’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출산과 육아는 쉽지 않지만, 아무에게나 주어지는 기회도 아니다”라며 “아이와 교감하며 행복과 사랑이라는 감정을 느낄 소중한 기회”라고 했다. 이런 생각을 바탕으로 지인에게 ‘출산·육아 전도사’로 나서기도 했다. 결혼을 했지만, 아기를 원치 않던 친구에게 대뜸 ‘아기 신발’을 선물하며 “육아의 기쁨을 느껴보라”고 한 것이다. 이후 출산을 한 친구는 남씨에게 “세상에서 가장 잘한 일이 아기를 낳은 것”이라며 고마움을 표했다고 한다.

다둥이를 키우다 보면 아쉬운 점들도 있다. 남씨는 “아이들을 데리고 외출하면 ‘힘들겠다, 정부에서 지원 많이 받겠다’는 얘기를 많이 듣는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며 “아이들이 자라면서 돈이 더 많이 들어가는데 지원은 출산 초기에 집중돼있다”고 했다. 김씨도 “매달 10만원인 아동 수당은 턱없이 부족하다”며 “다자녀 가구를 위한 정부 차원의 지원이 더 늘어났으면 좋겠다”고 했다.

-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와 조선일보가 공동 기획합니다. 위원회 유튜브에서 관련 내용을 볼 수 있습니다. 아이들이 선물한 행복을 공유하고 싶은 분들은 위원회(betterfuture@korea.kr)로 사연을 보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