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영웅의 라이브 공연 취재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점을 꼽으라면, 단연 ‘부드러운 중저음 미성’일 것이다. 국내에선 폐부를 찌르는 절창과 자유자재로 고음을 꺾어내는 것이 절륜한 트로트 가수의 최고 조건처럼 꼽혀왔다. 하지만 임영웅은 2020년 TV조선 내일은 미스터트롯 시즌 1에서 그런 편견을 깨는 담백한 음색으로 우승을 거머쥐었다. 단 한 치의 과함도 없이 끝음을 깔끔하게 처리하는 그의 창법은 록·댄스·힙합·포크·재즈 등 다장르를 오가면서도 흔들림 없는 라이브를 펼치는 비결이다. 지난달 한국방송통신대학교에서 임영웅을 주제로 열린 ‘한국대중음악학회 정기 학술 대회’에선 ‘삼키는 듯한 절제된 감정 처리와 창법’ ‘진정성 있는 가사 전달력’ ‘위로를 주는 편안한 음색’ 등이 ‘영웅시대(임영웅 팬클럽명) 열풍’의 본질로 꼽혔다. 임영웅 콘서트의 관객 연령대가 10대부터 90대까지 고르게 퍼진 이유와도 상당 부분 일치할 것이다.

영화 ‘임영웅: 아임 히어로 더 스타디움’의 한 장면. 영화는 지난해 5월 서울 마포구 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임영웅의 단독 콘서트 실황을 담았다. /TV조선

29일 수요일 오후 6시 50분 TV조선에서 방영하는 설특집 영화 ‘임영웅│아임 히어로 더 스타디움’은 그런 임영웅의 목소리가 어떻게 완성돼 왔는지를 내밀하게 엿볼 수 있는 기회다. 지난해 5월 트로트 가수 출신 최초로 서울월드컵경기장 단독 공연 입성 기록을 만들기까지 약 1년 준비 기간을 세세하게 담은 콘서트 실황 영화. 이 영화가 TV 방송에선 처음으로 공개된다.

임영웅의 상암 공연은 진행 당시 이틀간 관객 10만명이 몰렸다. 앞서 대구, 부산, 대전 등 전국 각지에서 22만명 팬을 만나고 온 그의 전국 투어에 종지부를 찍는 순서. 그만큼 ‘대기 인원만 5만명’을 찍으며 표를 잡기 어려웠단 후기가 속출했다.

영화는 임영웅도 팬들만큼 상암벌 입성을 간절히 원했음을 22대의 시네마틱 카메라로 샅샅이 비춘다. 오랜 축구 팬이었던 그는 서울 FC 홈구장인 서울월드컵경기장의 잔디 훼손을 막기 위해 그라운드 좌석 판매도 포기한다. 무대에선 “공연장 빌리기 정말 힘들었다”는 짤막한 소감으로 대체됐던 그 과정이 영화에선 수백명의 제작진과 수차례 회의로 고뇌하는 임영웅의 모습들로 설명된다.

‘임영웅과 공연을 만드는 사람들’과 ‘공연 당일 비화’들은 이 영화를 일반적인 라이브 현장 녹화 DVD에 그치지 않게 만드는 특색점이다. 노래 ‘온기’의 작사가 김이나, 공연 안무를 담당한 댄서 립제이 등 유명인뿐 아니라 곳곳의 현장 스태프들까지 모두 주요 인물처럼 다뤄진다. ‘안내 요원이 좌석까지 고령 관객을 업어다 줬다’와 같은 미담이 왜 유독 임영웅 공연에서 속출했는지 알게 된다. 연출을 맡은 조우영 감독은 “이 영화는 단순한 콘서트 기록물이 아닌, 한 음악가가 어떻게 꿈을 이뤄 나가는지에 대한 이야기”라고 했다.

영화의 첫 시작부터 마지막까지 공연 일기처럼 이어지는 임영웅의 ‘독백’은 이미 그의 공연을 본 사람들뿐 아니라 곧 볼 사람들에게도 이 영화를 추천하는 이유다. “제 성공은 저만의 것이 아니다”라고 읊조리는 그의 다음 말은 그간 대중이 가장 사랑해 온 임영웅의 모습을 상기시킨다. “저는 단 한 번도 임영웅이 있기에 영웅시대가 있다고 생각한 적이 없어요. 영웅시대가 있었기에 저의 꿈이 현실이 될 수 있었고, 지금도 전 영웅시대가 만들어주신 세상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거라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