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에서부터 ‘중증외상센터’에 출연한 배우 주지훈, 추영우, 윤경호. 원작 웹툰의 인물을 매력적으로 살려 인기다. /넷플릭스

‘천재 의사’(주지훈), ‘1호’(추영우), ‘항유림’(윤경호). 세 남자의 호흡이 국경도 넘어 웃음을 선사했다. 로맨스만 빼고 의학·액션·코미디·스릴러를 다 담은 넷플릭스 드라마 ‘중증외상센터’가 2일 현재 넷플릭스 TV쇼 시청 순위 세계 3위에 오르며 국내외에서 인기다. 평점 사이트 IMDb에서 평균 평점도 8.4점으로 높고 ‘또 다른 한국 히트작이 나왔다’ 같은 열성적인 후기도 나오고 있다. 1~2위는 미국 드라마 ‘나이트 에이전트’와 ‘더 리크루트’, ‘오징어 게임’은 5위다.

이번 흥행은 배우들이 연기한 캐릭터가 빛을 발한 덕이다. 의학 드라마(의드)에 계륵 같았던 로맨스를 빼고, 그 자리를 동성의 케미스트리로 채웠는데 ‘로맨스 없는 의드’에 대한 반응은 생각보다 훨씬 뜨겁다. 벌써부터 “후속 시즌에도 로맨스를 빼달라”는 목소리가 높다. “한국의 전형적인 로맨틱 코미디 의학 드라마일 줄 알았는데 기분 좋게 놀랐다”(IMDb) 같은 해외 평도 나오고 있다. 로맨스를 뺀 건 드라마에 이미 장르 만석이었기 때문. 최근 만난 이도윤 감독은 “코미디, 액션, 스릴러까지 가벼움을 주려는 완충 장치가 많아 멜로까지 들어가면 시소가 너무 기울 것 같았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주지훈은 능청스러운 천재 외과 의사 ‘백강혁’, 추영우는 가르침을 받는 동시에 천재 스승의 부족한 사회성을 메꾸는 제자 ‘양재원’, 윤경호는 빌런에서 조력자로 변하는 하이 텐션 외과 과장 ‘한유림’을 연기한다. 하영·정재광 등 나머지 배우들도 모두 돋보이지만, 세 주인공은 특히 만화적 캐릭터를 현실에서 더할 나위 없이 소화했다. 세 사람이 만나면 만화 속에 들어온 것처럼 호흡이 척척 맞았다.

드라마가 경쾌해 보여도 연기는 쉽지 않았다고 한다. ‘궁’ 등 만화 원작 작품을 많이 해본 주지훈도 “연기 인생에서 가장 고민 많이 했다”고 했을 정도다. “만화니까 가능한 것들이 많아 현장에서 괴리가 굉장히 많이 생기거든요. 조율하는 과정에 고민이 많았습니다. 사람의 생명을 다루기 때문에 더 짐이 무거웠어요.” 추영우는 머리를 쥐어뜯는 등 원작 웹툰에 그려진 인물의 행동을 그대로 옮겨봤다고 한다. “감독님이 모니터로 보기에 이상하지 않다고 하면 시도를 계속했다. 그 과정에서 인물을 표현하는 스펙트럼을 넓힐 수 있었다”고 했다. 이번 작품에서 조연 이미지를 넘어 배우의 재발견에 가까운 활약을 한 윤경호는 “현실적인 이야기와 판타지적인 장면의 간극을 잘 유지하려고 노력했다. 감독님이 선을 잘 잡아줬다”고 말했다.

감독의 역량도 작품에 잘 맞아떨어졌다. 의외로 코미디나 액션 장르는 해본 적이 없고 캐릭터 관계성을 드러내는 데 강점이 있는 감독이자 각본가다. 이 감독은 “인물 숫자를 줄여 집중도를 올리고 1~4화에서 시청자가 인물을 사랑할 수 있게 만들었다. 그런 뒤 큰 이야기들을 진행했다”며 “여러 장르를 써봤지만 아무리 좋은 이야기도 전달이 되지 않는다면 무슨 소용일까, 그만큼 코미디가 중요하다는 것을 느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