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올리니스트 대니 구가 10일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연주하고 있다. 롯데콘서트홀 오전 음악회인 '대니 구의 플레이리스트'는 오는 3월 20일, 4월 17일, 5월 15일 세 차례에 걸쳐 열린다. 뉴스1

“제가 한국에 있었다면 클래식 음악을 못 했을 것 같아요.”

예능 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 출연 이후 ‘클래식의 아이돌’로 불리며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바이올리니스트 대니 구(34). 만면에 미소가 떠나지 않지만 10일 간담회에서는 잠시 말투가 무거워졌다. 뒤늦게 음악원 진학을 결심한 사연을 설명하던 대목이었다. 미 시카고의 한인(韓人) 유학생 가정에서 태어난 그는 “여섯 살 때 바이올린을 시작했지만 고교 3학년에 올라가기 전에 음대 진학을 결심했다. 늦게 시작한 만큼 열정과 헝그리 정신이 뜨거운 것도 사실”이라고 했다. 그는 보스턴 명문 뉴잉글랜드 음악원에서 공부한 뒤 2016년부터 한국에서 음악과 방송 활동을 병행 중이다.

올해 3~5월 롯데콘서트홀에서 세 차례 열리는 오전 음악회 ‘대니 구의 플레이리스트’에서도 진행과 연주를 맡는다. 클래식 외에도 영화음악과 재즈까지 다양한 장르를 다룰 예정. 그는 “바흐는 바로크 시대의 BTS였고 탱고 거장인 피아졸라는 록 스타였다. 그런 생각으로 굳이 예습하지 않아도 즐길 수 있도록 쉽게 풀어나갈 것”이라고 했다. 3월에는 재즈와 자작곡을 직접 노래한 음반을 펴내고, 한국 데뷔 10주년인 내년에는 클래식 연주 음반을 낼 계획이다. ‘클래식의 아이돌’이라는 별명에 대해서는 “서른네 살인데 민망하지만 관객들과 함께 커가는 느낌 때문에 감사하게 받아들인다”고 했다.

클래식이라는 ‘본캐(본캐릭터)’와 방송·재즈 같은 다양한 ‘부캐(부캐릭터)’ 사이에서 고민도 생길 법하다. 그도 “예능 프로그램을 처음 하면서 고민이 많았다. 화보를 찍다가 춤추다가 바이올린을 켜는 게 정신없기도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활동을 빵에 바르는 잼에 비유했다. “잼을 빵에 바르면 맛있는 것처럼 방송과 재즈 같은 다양한 활동을 통해서 클래식에 대한 관심을 높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잼을 넓게 바를수록 두께는 아무래도 얇아진다. 요즘에는 잼 자체가 맛있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연습하고 연구하는 중”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