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마다 러닝을 하는 사람들과 종종 차를 마신다. 사람들은 나를 보고 사람이 밝다고 했다. 어쩌다 내가 빠지는 날은 허전하다는 말과 함께. 누군가 전에 무슨 일을 했느냐고 묻기에 회사 영업 사원으로 10년간 일했다고 이야기했더니, 개중 한 분이 그럴 줄 알았다는 표정으로 “E네요, E!”라고 했다. ‘E’가 뭐냐고 물으니 외향형이라는 뜻이라고 했다.
어떤 날은 출판사에서 미팅을 했다. 나는 다른 작가들과 소설집을 내는 일에 거의 참여하지 않는다. 내가 소설집 전체의 평균치를 깎아 먹어 다른 작가에게 민폐를 끼치는 일을 극도로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같은 이유로 두 명 이상 한 팀을 이루어서 하는 스포츠보다는 혼자 하는 러닝이나 헬스를 즐기는 편이다. 이런 말을 했더니 직원 분이 “아, I시군요. 예상대롭니다”라고 했다. ‘I’가 뭐냐 물었더니 내향형이라는 뜻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나는 외향형일까, 내향형일까? 사람은 내향적인 면도, 외향적인 면도 있는 다면적 존재 아닐까? 무엇이라고 딱 잘라 구분하는 것이 가능한가.
나는 나의 MBTI가 무엇인지 아직도 모른다. 아니, 일부러 외면하고 찾아보지 않은 것에 가깝다. 그것이 ‘사람의 성격을 나타내는 기호로군’ 하는 정도로 인식하고 있다. 그럼에도 너무나 많은 사람과 방송에서 MBTI를 말하는 바람에, MBTI가 사람의 성격을 16가지 유형으로 나눈 것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입사 시험에서 MBTI를 물어본다는 기사를 접하고는 어안이 벙벙했던 적이 있다. 최근에는 알바 면접에서도 물어본다고 한다. 어떤 업무는 어떤 성격의 사람이 잘한다는 선입견을 품지 않고는 일어날 수 없는 일이다. 이를테면 INTJ는 과학자형이니 연구소에 알맞고, ENTJ는 지도자형이니 팀장에 알맞은 사람일까? 문득 건설 장비들이 모인 인력 사무소에서 “자네는 굴삭기로군. 땅을 파는 곳으로 가시게. 그 뒤에는 레미콘인가? 시멘트 공장에서 일하면 되겠구먼” 하고 대화를 나누는 장면을 상상했다. 유감스럽게도 사람은 그런 식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애초에 MBTI의 성격을 규정하는 방식이 과학하고는 거리가 멀다.
그렇다면, 나처럼 MBTI를 믿지 않는 사람을 규정하는 MBTI는 뭘까, 그런 게 있는지 궁금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