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 ‘파우스트’에서 노년 파우스트 역을 맡은 배우 정동환이 오페라 첫 출연 소감을 밝히고 있다./연합뉴스

“연극 하는 정동환입니다. 여기 와 보니 제가 신인이네요.”

지난 20일 세종문화회관 연습실. 데뷔 반세기가 넘은 배우 정동환(76)이 웃으며 말했다. 1969년 연극 무대를 통해서 데뷔했고 2009년 이해랑연극상을 받았다. 하지만 오페라는 이번이 첫 도전이다. 그는 다음 달 10~13일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리는 프랑스 작곡가 샤를 구노의 오페라 ‘파우스트’에서 노년의 파우스트 역을 맡았다. 그는 “대체로 가난하기 짝이 없는 소극장에서 연극을 하던 사람인데 대극장 무대에서 잘할 수 있을지, 오페라와 연극이 섞이면 자칫 왜소한 느낌이 들지 않을지 고민이 많다. 지금 헷갈리는 게 한두 가지가 아니라서 자칫 병에 걸려서 앓아누울까 걱정”이라고 푸념했다.

그런데도 흔쾌히 출연을 허락한 이유가 있을 터다. 이미 괴테의 ‘파우스트’ 원작의 연극에 두 차례 출연한 그는 “대사가 음악으로 들려야 한다는 생각을 항상 해왔다. 이번 기회에 연극이 오페라와 맞아떨어질 수 있는 방법을 개발하고 싶었다”고 했다. 그의 말처럼 이번 오페라에서는 1막에서 연극 형식을 입히는 새로운 실험을 감행한다. 정동환이 노년의 파우스트로 나와서 노래 대신에 독백 등을 한국어 대사로 연기하는 방식이다. 연출을 맡은 엄숙정씨는 “당초 오케스트라 연주는 그대로 가면서 그 위에 노년의 파우스트 대사를 얹는 방식도 고민했지만, 결국 정동환씨가 연기할 때는 음악을 멈추는 방식을 택했다”고 했다.

1막에서 어쩔 수 없이 음악적 흐름이 일부 끊길 수밖에 없다는 점은 도전거리이기도 하다. 지휘자 이든은 “연기와 음악이 시너지 효과를 일으키는 지점이 분명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반면 정동환은 “실패 확률이 높다는 점이야말로 제대로 잠 못 자는 이유”라고 걱정을 토로했다. 다시 2막부터는 기존 오페라로 돌아가서 성악가들이 프랑스어로 노래하게 된다. 원작 희곡은 독일어이지만 프랑스 작곡가 구노는 불어(佛語)로 오페라를 썼다. 젊은 파우스트 역은 테너 김효종·박승주, 악마 메피스토펠레스 역은 베이스바리톤 사무엘 윤과 베이스 전태현이 나눠 맡는다. 박혜진 서울시오페라단 단장은 “정형화된 형식에서 벗어나 오페라를 처음 접하는 관객들도 쉽게 빠져들 수 있도록 구성했다. 연극을 사랑하는 관객에게는 새로운 감각을, 오페라 애호가에게는 연극적 요소가 더해진 신선한 경험을 선사할 것”이라고 했다. 5만~17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