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교하게 빚어낸 평범과 낯설고 기발한 전위. 극과 극의 작품이 나란히 본심 후보에 올랐다. 동인문학상 심사위원회(정명교·구효서·이승우·김인숙·김동식)는 3월 월례 독회를 열고 김유진 장편소설 ‘평균율 연습’과 현호정 소설집 ‘한 방울의 내가’를 본심 후보작으로 선정했다. 작년 12월~올해 1월 출간작이 심사 대상이다.
김유진의 ‘평균율 연습’은 작년 10월 출간작. 이달 새롭게 심사한 작품은 아니다. 그러나 여러 심사위원이 “김유진을 포기할 수 없다”며 꾸준히 언급, 지지했다. 프리랜서 편집자 수민이 이혼 후 피아노 학원에서 조율 수업을 받는 이야기다. 모든 음이 오차를 공평하게 나눠 갖는 ‘평균율’은 완벽하진 않지만 모든 음이 편안하게 들린다. 음을 조율하듯, 수민은 삶의 오차를 차분히 다듬는다.
구효서 위원은 “평범함을 평범하게 쓰지 못하여 너나없이 과장하기 시작한다면 그것은 평범함을 파괴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며 “꾸미고 빗대는 추세에 저항하며 이끌어 올린 평범치 않은 평범”이라고 했다. 김인숙 위원은 “삶의 음계를 조절하는 소설”이라며 “오랜만에 이토록 잘 조율된 소설을 만났다”고 했다.
현호정의 ‘한 방울은 내가’는 간만에 심사위원들을 들뜨게 했다. 우주의 다양한 생명체를 독특한 방식으로 껴안는다. 정명교 위원은 “통상적인 상상력의 울타리를 멀찍이 월장(越墻)한 넓은 생각의 시공에서 다종의 존재들을 춤추게 한다”고 했다. 이를테면 생리혈을 먹고 자라는 말하는 화초(‘라즈베리 부루’)는 “생명을 위협하는 무언가로부터 나온 것이 아닌 피, 즉 폭력과 포식의 논리에서 벗어난 피”(김동식 위원)라는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다.
신화적 요소가 짙다. 김동식 위원은 “신화적 기원이나 동물적 기원을 지닌 주인공들이 21세기 이후의 시대를 살아가는 것 같다”며 “특정하기 어려운 과거와 미래의 시간이 한꺼번에 자리를 잡고 있다”고 했다. 심사위원들은 신선한 활기를 반겼다. 이승우 위원은 “문학의 자장 밖에서 용병처럼 뛰어 들어와 활력을 불어넣은 이들이 있었고, 그들에 의해 문학은 시대의 기운을 흡수하며 확장됐다”며 “현호정의 소설을 읽으며 그런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전문은 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