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단추를 잘못 꿴 재회. 29일 경기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지드래곤(본명 권지용·37) 단독 콘서트는 이렇게 요약할 수 있다. 지드래곤은 29·30일 이틀간 이곳에서 8년 만의 단독 공연 복귀식을 치렀다. 마약 투약 누명, 긴 공백 끝에 돌아온 무대이자 지난달 발매한 독집 정규 음반 ‘위버멘쉬’의 신곡을 처음 라이브로 들을 기회로 기대를 모았다. 이틀간 6만여 관객이 몰렸다.
그러나 관객이 첫날부터 마주한 건 ‘73분간의 시작 지연’이었다. 당초 오후 6시 30분 시작이었지만, 주최 측 쿠팡플레이는 무대 시작 1시간 직전 ‘오후 7시 개최’를 알렸다. 강풍 등 기상 악화로 인한 안전 문제가 이유였다. 공연은 더 늦어져 오후 7시 43분에 시작됐다. 관객들은 추가 안내도 없이 야외 공연장에서 영하로 떨어진 체감 온도와 칼바람을 견뎠고, 결국 객석에서 야유가 터졌다. 공연 시작 후 지드래곤은 “기다리게 해서 죄송하다”고 사과를 전했다.
더 큰 문제는 성대가 다친 듯이 들리는 지드래곤의 심각한 목 상태였다. 첫 곡 ‘PO₩ER’부터 마지막 곡 ‘무제’까지 2시간 30분간 이어진 23곡 무대에서 여러 차례 음정이 벗어났다. 신곡 ‘Drama’, ‘Too Bad’ 등 일부 무대 곡들은 사전 녹음한 노래를 틀고 겹쳐 불렀음에도 거칠고 음을 잡지 못하는 목소리가 튀어나온 못처럼 귀를 거슬리게 했다.
다만 신경을 많이 쓴 편곡 만큼은 귀를 기울이게 했다. ‘환상 속의 그대’(가수 서태지와 아이들) 도입부를 차용한 ‘크래용’, 미국 힙합 스타 켄드릭 라마가 수퍼볼에서 선보여 화제가 된 ‘Not like us’의 공연 장면을 오마주한 ‘개소리’, 디스코펑크의 제왕 다프트펑크의 노래 ‘Get Lucky’를 오마주한 ‘Too bad’ 등의 편곡에서 프로듀서로도 활동해온 지드래곤의 음악적 취향을 엿볼 수 있었다. 히트곡 ‘Heartbreaker’는 비트박서 윙이 입으로 낸 소리에 맞춰 불렀는데, 올 상반기 공연 중에서도 손에 꼽게 과감한 시도였다.
미흡한 공연 진행은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신보 ‘위버멘쉬’가 차용한 니체의 초인론을 주제로 한 5분짜리 공연 영상이 세 차례 상영됐는데, 그때마다 무대 흐름이 뚝뚝 끊겼다. 진행 요원 부족으로 지드래곤이 객석에 다가갈 때마다 관객들이 달려들어 위험한 모습이 연출됐다. 인파에 갇힌 지드래곤이 “물러나 달라”며 마이크에 대고 직접 하소연했지만 효과가 없자 경호원 손을 잡고 무대로 탈출하는 아찔한 순간도 있었다.
관객은 그래도 지드래곤의 복귀를 반겼다. “오랜만에 지드래곤이 돌아왔어요! 88개월 만!”을 외친 그에게 3만여 관객은 “고마워”를 연호했다. 지드래곤은 공연 막바지 “저와 형제들(빅뱅)이 내년 스무 살이 된다. 셋이 뭉치는 섹시한 성인식을 구상 중”이라며 내년 빅뱅의 데뷔 20주년 공연 계획을 알렸다.
지드래곤은 5월부터 일본, 필리핀, 마카오, 대만,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홍콩 등 아시아 7국 8개 도시에서 월드투어를 이어간다. 고양 공연의 수익금 중 3억원은 경북·경남 지역의 산불 피해 복구 지원에 기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