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목련의 계절이다. 서울 도심에도 곳곳에서 하얀 목련이 하늘거리고 있다. 윤성희 소설집 『날마다 만우절』에 있는 단편 ‘여섯 번의 깁스’를 읽다가 ‘목련 풍선’을 불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 대목을 보면 다음과 같다.

<주차장으로 돌아오는 길에 목련꽃이 활짝 핀 나무를 보았다. 나는 바닥에 떨어진 꽃잎 중에서 깨끗한 놈으로 하나를 골랐다. 끄트머리를 자르고 손으로 살살 문지른 다음 입으로 불어보았다. 불어지지 않았다. (중략) 한 번만 더. 나는 마지막으로 꽃잎을 주웠다. 목련꽃 그늘 아래서, 하고 노래를 부르며 꽃잎이 잘 벌어지도록 끄트머리를 살살 문질렀다. 그리고 풍선을 부는 느낌으로 천천히 꽃잎에 바람을 불어넣었다. 세 번 만에 성공이었다. 나는 두 손바닥 위에 목련 풍선을 올려놓고는 허공으로 던졌다 받았다 하며 길을 걸었다.>

목련 풍선. 목련 꽃잎 아래쪽을 1cm정도 자르고 살살 문지른 다음 바람을 불어 넣으면 만들 수 있다.

꽃에 관심을 가진 지 20년이 넘었지만 목련 꽃잎으로 풍선을 불 수 있다는 것은 이 소설을 보고 처음 알았다. 검색해보니 정말로 목련 꽃잎으로 풍선을 만드는 방법이 사진과 함께 자세히 나와 있었다. 지난 주말 활짝 핀 목련꽃 아래에서 시도해보니 진짜 목련 꽃잎이 풍선처럼 부풀었다. 방법은 다음과 같다.

1.깨끗한 목련 꽃잎을 주워 아래 부분을 1cm 정도 자른다.

2.자른 부분을 살살 비벼 입구를 만든다.

3.입구에 천천히 바람을 불어넣으면 목련 꽃잎이 부풀어 오른다.

어렵지 않다. 처음에는 여러번 실패했지만 몇 개 해보니 만드는 족족 성공이다. 꽃잎 아래 부분 자르기는 가위를 사용해도 좋고 손으로 잘라도 문제없다. 자른 부분에서 꽃잎 위쪽으로 2~3㎝ 정도까지 살살 문질러 바람 입구를 잘 만드는 것이 성패의 핵심인 것 같았다. 굳이 새 꽃잎으로 할 필요는 없으니 일부러 꽃잎을 따지는 마시길.

아이들이 목련 풍선에 큰 흥미를 가질 것 같다. 목련꽃 풍선의 원리는 목련 꽃에서 물을 다니는 길로 바람이 들어가는 것이라고 한다. 그러니까 물관에 바람을 불어넣는 것이다. 이런 과학적인 원리를 설명하면서 아이들과 함께 목련 풍선을 불어주면 좋은 추억거리로 남을 것 같다.

목련(木蓮)이라는 이름은 연꽃 같은 꽃이 피는 나무라고 붙인 것이다. 우리가 도시 공원이나 화단에서 흔히 보는 목련의 정식 이름은 백목련이다. 백목련은 오래전부터 이 땅에서 자라긴 했지만, 중국에서 들여와 관상용으로 가꾼 것이다. 이름이 ‘목련’인 진짜 목련은 따로 있다. 더구나 제주도 등에서 자생하는 우리 나무다. 진짜 목련이 중국에서 들어온 백목련에 이름을 빼앗긴 셈이다.

토종 목련. 꽃 아래쪽에 어린잎이 1~2개 붙어 있다.

목련은 백목련보다 일찍 피고, 꽃잎은 좀 더 가늘고, 꽃 크기는 더 작다. 백목련은 꽃잎이 9장(6장에다 꽃잎처럼 보이는 꽃받침 3장)처럼 보이지만 목련 꽃잎은 주로 6장이다. 목련 꽃받침은 개화 후 일찍 떨어져 버린다. 또 백목련은 다 피어도 꽃잎을 오므리고 있지만, 목련은 꽃잎이 활짝 벌어지는 것이 특징이다. 목련에는 바깥쪽 꽃잎 아래쪽(기부)에 붉은 줄이 나 있다. 무엇보다 목련엔 보통 꽃의 기부에 1~2개의 어린잎이 붙어 있어 백목련과 구별할 수 있다. 백목련에는 꽃이 필 때 이런 어린잎이 없다.

백목련. 꽃이 크고 꽃 아래쪽에 어린잎이 없다.

자주색 꽃이 피는 목련도 두 종류가 있다. 꽃잎 안팎이 모두 자주색인 목련을 자목련, 바깥쪽은 자주색인데 안쪽은 흰색인 목련은 자주목련이라 부른다.

목련을 소개하면서 함박꽃나무를 빠뜨릴 수 없겠다. 여름이 시작할 무렵인 5~6월 산에 가면 목련처럼 생긴 싱그러운 꽃을 볼 수 있다. 정식 이름은 함박꽃나무이고 흔히 산목련이라고도 부른다. 함박꽃나무는 잎이 먼저 나고 꽃이 피니 목련과 혼동할 염려는 없다. 함박꽃나무 꽃은 맑고도 그윽한 꽃 향기가 일품이다. 말 그대로 청향(淸香)이다. 수십 미터 떨어진 곳에서도 근처에 함박꽃나무가 있겠구나 짐작할 수 있을 정도로 향이 강하다. 함박꽃나무도 우리나라에서 자생하는 나무다.

함박꽃나무 꽃.

목련에 관한 글 중엔 김훈이 쓴 것이 기억에 남는다. 에세이집 ‘자전거여행’에서 목련이 피는 모습을 “목련은 등불을 켜듯이 피어난다. 꽃잎을 아직 오므리고 있을 때가 목련의 절정이다”고 했다. 꽃이 피어도 활짝 벌어지지 않는 백목련의 특징을 잘 잡아냈다. 이어 “꽃이 질 때, 목련은 세상의 꽃 중에서 가장 남루하고 가장 참혹하다”며 “나뭇가지에 매달린 채, 꽃잎 조각들은 저마다의 생로병사를 끝까지 치러낸다”고 했다. 그러면서 “목련이 지고 나면 봄은 다 간 것”이라고 했다.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꽃 위주로, 꽃이야기와 빛깔, 향기를 전해드리겠습니다.
꽃이야기 구독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