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미주리주의 강과 호수에서 고기를 낚는 강태공들에게 최근 날아든 섬뜩한 공지가 화제입니다. 정제되고 중립적 단어로 점철돼있기 마련인 공공기관의 알림에서 피비린내 철철 넘치는 살의가 가득합니다. 내용인즉슨 이렇습니다. 낚싯대나 그물에 걸려든 물고기가 외래침입종인 가물치라면 절대로 놔줘선 안된다고 못을 박습니다. 그렇다고 이 침입자를 뭍에 놔두는 ‘소극적 살처분’으로 상황을 모면할 생각은 하지 말아야 합니다. 이 놈은 허파고기나 짱뚱어처럼 뭍에서도 오랫동안 숨쉴 수 있는 특출난 심폐기능이 있어 몸을 비틀고 꾸불텅대 다시 물로 돌아갈 공산이 크거든요.
◇가물치놈은 목을 베고 배를 따라
하여 걸려든 가물치는 무조건 숨통을 끊어야 한다고 알립니다. 선택지는 세 개입니다. 첫째, 참수(斬首). 날카로운 칼날로 머리를 단숨에 베어냅니다. 얼마 간 아가미를 헐떡이며 피를 뿜어내면서 눈을 치켜뜨고 입을 꿈벅이겠지만 놈이 재생과 분열의 상징인 플라나리아가 아닌 이상 살아날 일은 없을 겁니다. 두번째 배 따기 입니다. 가장 연약한 복부에 칼을 들이밀어 홈을 파내 뒤 그 안에 있는 모든 것을 죄다 끄집어냅니다. 위속에서 삼켜지던 개구리·도롱뇽·새끼오리가 절반쯤 삭혀진 채 너무 뒤늦게 볕을 다시 보는 가슴아픈 장면이 펼쳐질 수도 있죠. 그것을 삼켰던 놈이 단말마 속에 숨이 잦아드는 장면을 보는게 괴로울 수가 있어요. 마지막은 질식살해입니다. 튼튼한 봉지에 몸뚱이를 넣고 밀봉시켜서 숨을 멎게 하는 거죠.
전근대적 왕권 시절 절대 권력이 자행하던 무자비한 형벌이 21세기 미국의 야생에 부활한 셈입니다. 이렇게라도 가물치의 숨통을 끊은 뒤 사진을 찍어서 당국에 제출하도록 합니다. 자칫 측은지심이 발동해 되돌렸다는 정황이 확인될 경우 각종 민·형사상 불이익에 직면할 수 있다는 공포감을 살며시 풍겨내는 듯 해요. 이렇게 살벌한 참수령을 발동할 정도로 미주리주는 지금 가물치 포비아가 뒤덮고 있습니다. 아시아에서 유입돼 미국 전역의 하천을 초토화시키며 민물의 괴수이자 폭군으로 등극한 가물치가 끝내 2019년 유입이 확인됐거든요.
하지만 가물치는 그 단면에 불과합니다. 곳곳에서 외래침입종 물고기의 씨를 말리기 위한 전투가 가열차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분투에도 불구하고 진지가 곳곳에서 뚫리면서 이들에 대한 퇴치 방식은 더욱 극단적으로 바뀌는 느낌이에요. 낚시꾼들에게 강제로 ‘가물치 참수령’을 발동하는 미주리주의 경우처럼 말이죠. 다른 침입종도 정도와 방식만 다를 뿐 피비린내 가득한 박멸작전이 전개되고 있습니다. 그 긴박한 작전의 단면을 들여다봅니다.
◇잉어놈은 각을 뜨라
가물치 못지 않게 미국의 하천 곳곳에 퍼지면서 생태계를 황폐화시키는 놈 중에 ‘잉어(carp)’로 일컬어지는 놈들이 있답니다. 잉어라고 하니 수염을 달고 눈을 꿈벅이며 하천을 어슬렁거리는 큼지막한 물고기가 떠올릴법도 하지만 여기서 말하는 잉어들은 특유의 수염이 없는 동남아산 대형 민물고기들입니다. 과거 우리나라에도 양식됐던 것으로 알려진 대두어(大頭魚)와 초어(草魚), 강청어, 붕어인데요. 이들 네 종류를 묶어 침입자 아시아 잉어(Invasive Asian Carp)라고 일컫습니다. 이들은 심지어 물뱀과 새끼오리까지 삼키는 흉포한 포식자 가물치와 달리 식물성 플랑크톤을 주식으로 하는 채식주의자입니다.
물고기 양식장에서 물탱크 등에 끼는 해조류를 없앨 목적으로 아시아에서 건너와 청소부로 활용했죠. 그런데 홍수가 나고 수중울타리가 무너지면서 미국 전역의 호수와 강으로 퍼져나갔어요. 게다가 다 자라지 않은 어린 아시아 잉어류를 스포츠낚시용 산 미끼로 활용하는 경우가 많았 데, 낚시에 꿰인 채 물로 내던져진 놈들이 몸을 부둥켜 용케 자유를 찾거나, 혹은 낚시가 끝나고 미끼를 물속에 버려두고 떠나는 강태공들이 많아진 것도 이들의 번성에 큰 도움을 줬습니다.
이렇게 대대손손 번성하며 경우에 따라는 몸길이 1m가 훌쩍 넘는 초대형 민물고기로 성장한 놈들은 역시 플랑크톤으로 연명하는 미국 토종 물고기들의 밥줄을 낚아채거나, 혹은 엄청난 점프력과 덩치로 여객선의 수중모터와 충돌하는 교통사고가 잇따랐습니다. 가물치와는 또 다른 형태의 수중 재앙이 된거예요. 하지만 일단 신체를 도륙해 목숨부터 빼앗는 가물치보다는 좀더 인간적인 퇴치 방법이 권고되고 있어요. 바로 먹어서 없애기입니다. 당국자들은 맛과 식감, 영양 등에서 미국인들의 입맛과 별 차이가 없다고 보고 식용으로의 활용을 적극 계도하기 시작했어요. 그래서 가물치보다는 훨씬 덜 잔혹하고 더 우아하게 놈의 숨통을 끊는 방법을 안내합니다. 바로 각 뜨기예요. 미주리주 환경보호국에서 아시아 잉어 요리법을 홍보한 동영상을 한 번 보실까요?
◇드렁허리놈에겐 쇼크사가 제격일지니
가물치·잉어(류)와 함께 미국 하천을 쑥대밭으로 만들고 있는 아시아산 괴물 물고기 3대 천왕에 어찌 드렁허리를 빼놓을 수 있을까요? 비늘하나 없는 매끈한 몸뚱이에 지느러미 하나 없는 생김새 때문에 종종 물뱀으로도 오인받는 드렁허리는 우리 논의 건강한 생태계를 상징하는 요정 같은 존재이죠.
하지만, 이 놈 역시 여러가지 복합적인 이유로 30여년전 현지 하천에 버려진 뒤 지금은 미국 동남부를 중심으로 토종 물고기·개구리·올챙이·가재까지 모조리 먹어치우는 하천의 대마왕으로 군림하고 있습니다. 놈들은 실개천부터 늪, 웅덩이까지 물이 있는 곳이면 어떻게든 맞춰서 살아가는 가공할 적응력을 과시하고 있어요. 그래서 다양한 방법들이 도입이 됐는데요. 대표적인 침입 지역인 플로리다주에서는 살충제의 하나인 로테논을 놈들에게 흩뿌렸는데, 상당한 박멸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하지만 아무래도 혹여 유해한 성분이 수중으로 침투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을 수 있죠.
하여 보다 효율적으로 잡을 수 있는 방법도 권장됐습니다. 바로 전기낚시죠. 이 방법은 역시아시아 잉어들을 잡을 때도 애용되고 있습니다. 물에 전류를 흘려서 충격받은 물고기들이 후두두둑 물밖으로 뛰어나와 기절한 모습, 그리고 앞으로 저들에게 전개될 운명을 생각하면 짠한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놈들이라고 이렇게 태어나고 싶어서 태어났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