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이 현실이 되는 곳, 메이커 스페이스 66개 추가 선정’.

지난 5월 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가 낸 보도 자료 제목이다. 메이커 스페이스가 뭘까? 보도 자료에 따르면 일반인들이 누구나 찾아가 아이디어를 시제품으로 만들 수 있는 창작 공간이란 뜻으로, 중기부가 창작 활동을 지원하는 사업 이름이다. ‘열린 제작실’ 혹은 ‘창작 활동 공간’이라는 쉬운 표현이 있는데도 어려운 외국어를 겹쳐 써서 알쏭달쏭하게 했다.

정부가 발표하는 정책 용어에 외국어, 외래어가 많아 이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많다. /신현종 기자

정부가 발표하는 정책 용어에 외국어·외래어가 많아 뜻을 알기 어렵다는 지적이 많다. 국립국어원이 지난해 말 발간한 ‘2019년 중앙행정기관 공공언어 진단’ 보고서를 보면 문제의 심각성이 잘 드러난다. 45개 중앙행정기관의 보도 자료와 정부 업무 보고 자료, 누리집 첫 화면 등 언어 사용 실태를 분석했다. 특히 45개 기관 전체에서 사용된 어려운 정책 용어로 165개가 선정돼 기관당 평균 3.7개의 빈도로 난해한 정책 용어를 쓰고 있었다.

‘스마트 팜 테스트 베드’(농촌진흥청), ‘러닝 팩토리’(고용노동부), ‘에코 사이언스 파크’(환경부), ‘플래그십 프로젝트’(기획재정부)…. 각각 ‘지능형 농장 시범 운영 지구’ ‘공동 실습장’ ‘환경 친화 공원’ ‘대표 사업’으로 바꾸면 귀에 쏙쏙 들어온다. 보고서는 “전문적인 내용을 효과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부득이한 경우도 있겠으나, 전후 내용을 살펴보면 외래어나 외국어를 사용함으로써 돋보이는 효과를 기대한 게 아닌가 의심을 하게 되는 경우가 많았다”고 지적했다.

공공기관이 어려운 용어를 남발할수록 정부 정책에 대한 국민의 이해도는 떨어진다. 현대경제연구원의 ‘공공언어 개선의 정책 효과 분석’(2010)에 따르면 우리 국민의 57%가 공공 문서 및 정책 용어에 영어를 사용하는 것에 불만을 표시했고, 67.4%는 무슨 일을 하는지 알기 힘들다고 답했다. 연구원은 또 어려운 정책 용어로 생겨나는 국민과 공무원의 시간 비용이 연간 285억원에 이른다고 분석했다. 정부가 남발하는 어려운 정책 용어가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초래한다는 것이다.

흔하게 쓰는 용어 중에서도 ‘옴부즈만’은 ‘정책 자문단’으로, ‘바우처’는 ‘이용권’, ‘플랫폼’은 ‘공간’으로 바꿀 수 있다. 김미형 국어문화원연합회 회장은 “정부 기관이 정책 용어를 어렵게 만들면 국민이 해당 사업을 이해하지 못해 안전 문제와도 직결될 수 있고, 받아야 할 복지 혜택도 놓칠 수 있으며 특히 고령화 사회일수록 노인에게 취약하다”며 “우리말로 변경 가능한 용어들부터 바꿔가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