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먹고 나면 어질어질해서 넘어질 뻔한 적이 있나요?” 만약 그런 일이 자주 있다면 식후 저혈압 가능성이 있다. 이는 말 그대로 식후에 혈압이 과도하게 떨어지는 상태다. 현기증, 어지럼증, 넘어질 것 같은 증상이 나타난다. 고령자는 그때 넘어져 골절 부상을 입기도 한다. 혈압 저하가 일어나는 시간대는 대개 식후 30분~1시간이다.
장이 음식을 소화하려면 피가 많이 필요하다. 그래서 식후에는 혈액이 장에 모이는데, 몸은 뇌 혈압을 유지하려고 심박 수를 늘리고, 장 이외 부분은 혈관을 수축시킨다. 그런데 나이가 들면 식후 이런 변화에 반응이 떨어진다. 밥 먹으면 혈류가 장으로 모이지만, 충분히 심박 수가 상승하지 않고 혈관도 수축하지 않는다. 그 결과 혈압이 크게 떨어진다.
식후 저혈압은 고령자 3명 중 1명에게 발생할 정도로 흔하다. 파킨슨병이나 당뇨병 환자에게서도 자주 보인다. 질병이 없는 젊은 사람은 거의 나타나지 않는다. 가정용 혈압기로 식전과 식후 1시간에 혈압을 재서, 수축기 혈압(최고 혈압)이 식전과 비교하여 20(mmHg) 이상 떨어지면 식후 저혈압 가능성이 있다.
식후 저혈압 증세가 있으면 식전에 혈압 약을 복용하지 않는 게 좋다. 저혈압 증상이 심하면, 밥 먹고 누워서 다리를 높이고 쉬는 게 좋다. 탄수화물을 너무 많이 먹으면 식후 저혈압을 일으키기 쉬워지므로 저(低)탄수화물 식이를 권장한다. 조홍근 심장내과 전문의는 “빨리 먹으면 그만큼 장에 혈액이 모이기 쉬워서 식후 저혈압이 잘 일어난다”며 “천천히 먹고, 딱딱한 음식부터 먹고, 식전에 차가운 물을 마시거나 커피나 녹차 등 카페인을 마시면 저혈압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