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박미소 기자 = 수도권의 사회적 거리 두기 2.5단계 시행을 하루 앞둔 7일 오후 서울 강남구 코엑스몰의 한 영화관에 마스크 착용 안내문이 붙어있다. 다중 이용 시설 가운데 2단계 유흥 시설에 이어 방문 판매 등 직접 판매 홍보관, 노래연습장, 실내 스탠딩 공연장 등에 집합 금지가 내려지며, 영화관, 피시(PC)방, 이·미용업, 300㎡ 이상 종합 소매 업종에 해당하는 상점·마트·백화점 등 다중 이용 시설 대부분은 오후 9시부터 다음 날 오전 5시까지 운영 시간이 제한된다. 2020.12.07. misocamera@newsis.com

급전직하(急轉直下). 올해 한국 영화 산업을 설명하는 사자성어다. 지난해 2억2600만명으로 역대 최다 관객을 기록했지만, 올해는 역대 최소로 뒤집어질 판이다.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지금까지 집계된 올해 극장 관객 수는 5840만명. 연말까지 사회적 거리 두기 2.5단계가 지속되면 올 한 해 관객은 6000만명을 넘기기 힘들 전망이다. 영진위 통합전산망 집계를 시작한 첫해인 2004년(6920만명)에도 못 미치는 수치. 전산망 집계 이전까지 합치면 올해 관객 수는 IMF 외환 위기 직후인 1999년(5470만명)~2000년(6460만명) 수준으로 돌아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이미 공유·박보검 주연의 ‘서복’과 류승룡·염정아 주연의 ‘인생은 아름다워’ 등 연말 특수(特需)를 기대하던 대작들이 개봉 일정을 줄줄이 미룬 상태다.

밤 9시 이후 극장 심야 영업이 중단되면서, 하루 6만~7만명대를 유지하던 관객 숫자도 지난 8일 2만1757명까지 떨어졌다. 하루 관객 수가 2만명대로 떨어진 건 지난 4월 이후 8개월 만이다. 평일 밤 극장을 찾는 ‘올빼미족’은 하루 관객의 30%. 이들이 빠져나가면 1만5429명의 최저치를 기록했던 지난 4월 초의 악몽이 재현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하루 관객 수가 1만명대로 떨어지면 극장 문을 열어놓는 게 사실상 큰 의미가 없다”는 극장 관계자의 탄식이 예사롭지 않다.

신작과 화제작을 잃은 극장가는 재개봉관으로 전락했다. 6년 전 개봉한 ‘인터스텔라’(6위)와 3년 전의 ‘덩케르크’(10위) 등 국내 팬이 많은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의 옛 영화들이 박스오피스 상위권에 오르는 기현상이 벌어진다. 반대로 제작비 240억원의 SF 영화 ‘승리호’ 등 국내 대작 영화들은 넷플릭스에서 ‘진공 청소기’처럼 거침없이 빨아들인다. “이대로 가면 한국 영화 제작사들은 넷플릭스의 하청 업체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최광래 JNC 미디어그룹 대표)는 호소도 나온다.

극장의 위기는 미국도 마찬가지다. 97년 역사의 할리우드 영화사인 워너브러더스는 올해 말부터 극장 개봉과 동시에 자사(自社)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인 HBO 맥스를 통해서도 공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당장 이달 말 개봉하는 ‘원더우먼 1984’를 시작으로 내년 상영 예정인 ‘매트릭스 4’와 ‘듄(Dune)’ 등 17편도 여기에 해당한다. 코로나 여파로 100여 년 영화사의 불문율이었던 ‘극장 우선 개봉’이라는 공식마저 무너지는 것이다. 워너브러더스와 오랫동안 작업해온 놀런 감독은 “전날까지도 최고의 영화 스튜디오와 일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잠들었는데 다음 날 일어나 보니 최악의 동영상 서비스를 위해 일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며 반발했다. 뉴욕타임스는 “넷플릭스(가입자 2억명)와 디즈니플러스(7370만명)에 비해 뒤처진 HBO 맥스(860만명)의 경쟁력을 끌어올리려는 시도”라고 분석했다.

미국 최대 극장 체인인 AMC는 코로나 재확산으로 올해 말이나 내년 초에 자금이 바닥날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마저 나온다. 어쩌면 훗날 코로나는 영화사의 한 페이지를 바꿔놓은 주범(主犯)으로 기록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