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쿄의 한 영화관에서 14일 한 관객이 이날 개봉한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신작 포스터를 보며 사진을 찍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마법 같은 영화다, 아들도 울고 나도 울었다” “기승전결이 없다, 계속 졸았다”.

영화 제목과 포스터 외에 어떤 정보도 공개하지 않는 전무후무한 ‘무(無)마케팅’으로 관심이 증폭됐던 미야자키 하야오(宮崎駿·82) 감독의 신작 ‘그대들 어떻게 살 것인가’가 극과 극으로 엇갈린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 14일 일본에서 단독 개봉한 ‘그대들…’은 미야자키 감독이 은퇴 선언을 번복하고 10년 만에 선보인 장편 애니메이션이다. 아동문학가 요시노 겐자부로의 동명 소설(1937)에서 제목과 아이디어를 빌려왔으나 전반적인 내용은 미야자키 감독의 창작이다. 주인공 소년 마히토(眞人)가 엄마를 구하러 푸른 왜가리와 함께 신비한 나라를 모험하는 성장기다. 그의 나이 때문에 이번 작품이 진짜 은퇴작이 될 것으로 예상하는 이들이 많다.

개봉 후 반응은 “울다 나왔다”와 “졸다 나왔다”로 갈린다. 일본 최대 영화 평가 사이트인 필마크스 등에서는 만점인 5점과 1점으로 점수가 나뉘면서 평균 평점이 3점대에 수렴하고 있다. NHK에 따르면 개봉일인 14일 도쿄 영화관에는 오전 9시 30분 첫 회 상영부터 많은 관람객이 몰렸다. 영화를 본 NHK 기자는 “수작업으로 그려낸 엄청난 밀도의 애니메이션에 압도당했다”며 “82세 나이가 느껴지지 않는 신선하고 활기찬 연출이 돋보였다”고 평했다. 영화에는 ‘원령공주’ ‘하울의 움직이는 성’ 등 전작에서 본 듯한 이미지가 다수 포함됐다. 이 점에 대해서도 “미야자키의 집대성”이라는 호평과 “전작의 복제판”이라는 부정적 의견이 동시에 나왔다.

극찬하는 이들도 “한 번 보고는 이해하기 어려운 작품”이라는 점에는 의견이 일치한다. 심지어 미야자키 감독 자신도 지난 2월 내부 시사회에서 “나도 잘 이해가 안 된다”고 말해 참석자들 사이에서 웃음이 번진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시사회에 참석했던 원작자의 손자인 요시노 다이치로는 아사히 기고문에서 “소년의 큰아버지가 말하는 ‘네 힘으로 전쟁 없는 세상을 만들어라’라는 대사가 미야자키 감독이 후대에게 전하는 메시지인 것 같다”고 했다.

주제가는 오네즈 겐지의 ‘지구본(Globe)’이며, 일본의 톱스타 기무라 다쿠야와 배우 산토키 소마 등이 성우로 참여했다. 국내에서도 연내 개봉 예정이며, 북미에서는 ‘소년과 왜가리(The boy and the heron)’라는 제목으로 개봉할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