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8일 개막하는 연극 '꽃의 비밀'에 미모의 술고래 여성 '모니카'로 출연하는 배우 이연희, 안소희, 공승연(왼쪽부터). /연합뉴스

“저도, 극장에 오신 관객 분들도, 모두 우리 사회를 함께 살아가는 구성원이잖아요. 제가 만든 코미디를 보며 다 함께 웃을 수 있다면, 서로 다른 생각과 입장을 가진 사람들이 한 작품을 보며 공감하고 같은 걸 느끼게 된다면, 그 자체가 이 사회가 갖는 차이를 그나마 좁히는 일이 아닐까요.”

직접 쓰고 연출한 연극 ‘꽃의 비밀’의 내달 8일 개막을 앞두고 최근 서울 대학로 예술가의집에서 열린 기자간담회. 작가이자 영화감독, 연극 연출가 장진(54)은 ‘어지러운 시대, 혼란한 세상에서 코미디를 하는 이유’를 묻자 “극장 안에 있는 동안 하나의 공동 운명체라는 느낌을 가질 수 있다면, 작품을 보며 느낀 그 동질감으로 또 함께 앞으로 나아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대학로에 돌아온 ‘장진 스타일’

내달 8일 개막 예정인 연극 '꽃의 비밀' 간담회에 참석해 질문에 답하는 연출가 장진. 작가이자 영화감독으로도 자신만의 스타일을 구축해온 그가 코미디 연극으로 대학로에 돌아온다. /연합뉴스

한 창작자의 이름이 그 자체로 ‘스타일’로 불릴 수 있다는 건 놀라운 일이고, 장진은 그런 호명이 낯설지 않은 몇 안 되는 스타 창작자 중 한명이다. 그의 작품들은 ‘장진 스타일’ ‘장진표 코미디’로 불리며 독창적 개성을 인정받는다. 장 감독은 “10년, 20년 전이라면 코미디는 가려운 면을 긁어주는 통쾌하고 날카로운 풍자에 의의가 있다고 생각했겠지만, 요즘 솔직한 심정은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진 분들의 마음도 궁금하고, 귀기울여 들어야겠다고 느낀다”며 “이해할 수 없고 이견이 있는 사람이 객석 저쪽에 앉아있더라도, 잠시나마 같이 공감했다면 반대편까지 알게 모르게 이해하게 되는 느낌, 그것이 코미디의 도달 지점인 것 같다”고도 했다.

그의 연극 ‘꽃의 비밀’이 공연 10주년을 맞아 다음달 8일 서울 대학로 링크아트센터 벅스홀에서 다시 무대에 오른다. 이탈리아 북서부의 작은 마을 빌라페로사를 배경으로, 축구에 빠져 집안일을 소홀히 하던 가부장적 남편들이 하루 아침에 사고로 사라지면서 여성 4명이 보험금을 타기 위해 각자의 남편으로 변장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 ‘장진표 코미디’다. 2015년 초연에 이어 이번이 다섯 번째 시즌이다.

◇장영남·이엘·이연희·안소희·공승연…

장진 작·연출 연극 '꽃의 비밀' 포스터. /파크컴퍼니

10주년 공연인 만큼 캐스팅도 더 화려해졌다. 남편으로 변장해 모두를 속여보자는 황당한 작전을 주도하는 ‘왕언니’ 소피아 역에는 박선옥, 황정민, 정영주가, ‘술고래’ 자스민 역에 장영남, 이엘, 조연진이 출연한다. 능청스러운 유머와 수위 높은 농담을 맛깔나게 소화하는 역할. 예술학교 연기 전공 출신으로 빼어난 미모를 자랑하는 모니카 역은 이연희, 안소희, 공승연이 맡는다.

특히 이엘, 이연희, 공승연 등 영화와 드라마로 익숙한 배우들의 무대 도전, 걸그룹 원더걸스 출신으로 매체에 이어 무대에서도 활약 중인 안소희의 무대 연기도 기대를 모은다. 모니카는 남장을 했지만 숨길 수 없는 마성의 미모로 예상하지 못한 웃음과 유쾌한 재미를 보여주는 역할.

공승연은 “연극이 첫 도전이라 굉장히 많이 설레고 긴장되지만 좋은 작품, 연출가와 선배님들 만나 연습하는 시간이 행복하다. 얼른 관객을 만나고 싶다”고 했다. 출산 후 복귀작으로 ‘꽃의 비밀’을 선택한 이연희는 “장진 감독의 연극은 꼭 한번 해보고 싶었고 적절한 역할로 타이밍 맞게 출연 제의가 들어왔다”고 했다. ‘클로저’ 이후 두번째 연극 무대에 서는 안소희는 “무대 경험이 너무 좋고 재미있었다. 다시 연극으로 관객과 만나게 돼 기쁘다”고 했다.

◇장진 데뷔 30년… “중요한 건 현재”

‘여자 멕가이버’같은 지나 역의 김슬기와 박지예는 장진 연출과의 오랜 인연으로 호흡도 ‘척척’이다. 보험공단 의사 카를로 역 조재윤, 김대령, 최영준, 보험공단 간호사 산드라 역 정서우, 전윤민도 무대 위 ‘신(scene) 스틸러’의 면모를 보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1995년 희곡 ‘천호동 구사거리’가 조선일보 신춘문예 희곡 부문에 당선되며 데뷔한 장 감독은 올해가 본인 데뷔 30주년이기도 하다. 장 감독은 “30년이 됐다고 하니 민망하고 창피하다. 30년 전 대학로는 이렇게 되어야지 이야기했던 걸 해보지 못한 채로 여기까지 왔다”고 했다. “오늘 내가 뭘 만들 수 있느냐가 전부죠. ‘내가 옛날에 뭐 했던 사람인데’ 이런 건 바보 같은 생각이에요. 무대에 연극을 올리는 순간 30년차 연출가도 갓 데뷔하는 연출자, 작가와 똑같은 선상에서 평가받습니다. 이렇게 하면 100% 웃음이 터진다고 배우들에게 이야기하는데 곧 무대 위에서 판가름이 나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