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다는 정답이 없는 여자 같아요. 하나의 색깔을 가진 인물이 아니기 때문에 기존에 알던 헤다의 색깔을 바꿔보고 싶었어요.”
입센 원작의 연극 ‘헤다 가블러’는 여성에게 억압적인 사회 분위기의 19세기 노르웨이가 배경으로, 주인공 헤다는 흔히 타인뿐 아니라 자신도 파멸시키는 어두운 이미지로 그려졌다. 하지만 내달 7일 강서구 LG아트센터 서울에서 개막하는 이 연극의 포스터에서, 주인공 ‘헤다’ 역 이영애 배우는 천진한 소녀와 절망을 체득한 여인의 표정을 함께 보여준다. 익숙지 않은 해석이다. 8일 제작 발표회에서 이영애는 “밝은 모습을 찾는 과정에서 이면의 어두운 모습이 더 잘 드러나지 않을까 생각한다. 지금도 열심히 찾아가는 중”이라며 웃었다.
“캐릭터를 연구할수록 어제와 오늘이 다르고, 대본을 반복해 읽을수록 또 달라요. 저도 몰랐던 새로운 색깔이 나올 때 ‘아, 나한테 이런 모습이 있었나’ 하고 희열을 느낍니다. 무대 위의 ‘헤다’도 볼수록 새로운 색깔, 새로운 모습일 것 같아요.” 전인철 연출가는 “한 달쯤 함께 연습했는데 대단히 귀엽고 사랑스러운 면이 많은 배우”라며 거들었다. “헤다의 무서운 면에 더해 배우의 여러 가지 얼굴을 관객에게 다 보여주고 싶다고 생각하며 균형점을 찾고 있습니다.”
이영애에겐 32년 만의 연극 무대. 그는 “20대 중반이던 그때는 함께 포스터 붙이러 다니고 지하철에서 전단도 나눠 드렸다. 관객과 같이 호흡했던 뿌듯한 감정이 매체 연기 하면서도 그대로 남아 결국 ‘헤다’로 이어진 것 같다”고 했다. “늘 더 잘하고 싶지만 드라마는 늘 시간이 부족하죠. 조금 더 많은 시간과 공을 들여 준비해서 좋은 무대를 올려보고 싶은 목마름이 있었던 것 같아요. 연습 과정 자체가 연기 이상으로 제게 큰 힘을 주고 있어요.”
이날 제작 발표회엔 백지원, 김정호, 지현준, 이승주 등 출연 배우들이 함께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