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사태는 과학기술의 정점에 올라선 시점에서 인간의 안전 문제로 눈을 되돌리고 문명을 반성하도록 촉발해 줬습니다. 이제 학문도 다시 ‘인간’에 초점을 맞춰야 할 것 같습니다.”

김광억(73) 대우재단 학술운영위원장(서울대 명예교수)은 30일 개최하는 학술 심포지엄이 “새로운 시대의 출발점에 선 인간의 현재와 미래를 가늠하는 논의의 자리가 될 것”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이날 오후 1시 30분 힐튼호텔에서 열리는 심포지엄 ‘인간·새로운 지평’은 대우재단(이사장 장병주)의 학술 사업 40주년을 맞아 열리는 행사다. 이진우 포스텍 교수, 노정혜 한국연구재단 이사장이 강연에 나서고, 김선욱(숭실대)·권보드래(고려대)·한경구(서울대) 교수 등이 분야별 전망에 대해 토론한다.

/김지호 기자

대우재단의 학술 사업은 1980년 김우중(1936~2019) 대우 회장의 출연금 250억원을 바탕으로 시작됐다. 김광억 위원장은 “겨우 압축적 경제성장의 열매를 향유하던 시기, 지식과 기술의 바탕인 기초 학문의 취약한 자생력을 위해 물을 주기 시작한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까지 연구 저서 784권을 출판했으며, 연구 지원은 1547건, 학자 지원은 1199건에 달한다. 지원금은 모두 445억원이었다. 운영은 학자들이 맡았고 대우 측은 간여하지 않았다.

김 위원장은 “앞으로 학술 연구의 방향은 생명체로서 인간의 안전 문제, 그리고 인간(human being)을 넘어선 ‘인간됨(being human)’의 문제로 나아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잊고 있던 동양적 가치관을 회복해 다시금 인간이 자연의 일부로서 공존해야 한다는 것이다. 학술 사업에 대해서는 “기초 학문의 질적 생산을 진작하고, 문명사적 전환점에 맞춰 학문의 벽을 넘어선 융합적 사고를 중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논문의 숫자를 따지는 교수 평가 제도가 학문에 해를 끼치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단발성 논문보다도 깊은 호흡으로 1~2년 틀어박혀 깊이 파고드는 연구서가 학문 발전에 도움이 되는데, 우리 현실에서 그랬다가는 낮은 평가가 나오기 십상이라는 얘기다. “학문의 자율성이 제대로 보장돼야 사회가 발전한다는 걸 잊지 말아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