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걸 산업은행 회장과 정몽규 HDC현대산업개발 회장이 26일 아시아나항공 인수 문제를 놓고 만났다.

HDC현대산업개발이 재실사 요청을 고수하면서 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M&A)이 결국 ‘마침표’를 찍게 됐다. 아시아나항공은 이제 산업은행을 주축으로 한 채권단 관리에 들어가 기간산업안정기금으로부터 2조 원 가량 자금을 수혈 받을 것으로 보인다. 3일 채권단과 업계 등에 따르면, 매각 측인 금호산업은 이르면 이번 주 HDC현산에 계약해지 통보를 할 예정이다.

채권단 관계자는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과 정몽규 HDC현산 회장이 만났는데도 결론을 내지 못했기 때문에 더 이상 할 수 있는 것이 없다”며 “HDC현산과 M&A는 끝난 것으로 봐야하고, 협상 당사자인 금호산업이 곧 계약해지를 통보할 것”이라고 밝혔다.

작년 11월 HDC현산은 아시아나항공 우선협상대상자에 선정된 후 12월에 금호산업과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 인수 금액은 2조5000억 원 이었다. 순조롭게 진행되는 듯 했던 아시아나항공 매각작업은 올해 초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사태가 전 세계로 확산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아시아나항공은 심각한 자금난에 빠지게 됐고, 채권단은 올해 4월 운영자금 1조7000억 원을 긴급 수혈했다.

이에 대해 HDC현산은 자신들의 동의가 없이 자금 지원이 된 것과 회계 관리가 부실했다는 점을 문제 삼아 채권단과 금호산업에 재실사를 요청했다. 그러나 채권단과 금호산업은 HDC현산이 인수의지를 보이지 않고, 협상을 지연시키려는 의도라고 판단해 이를 받아들이지 않아 교착 상태에 빠졌다.

채권단과 금호산업 측은 지난 달 12일부터 계약해지 통보를 할 수 있다고 밝힌 뒤, 지난 26일 이동걸 회장이 직접 정몽규 회장을 만나 “채권단이 추가 지원할 의지가 있으니 요구 조건을 알려달라”로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HDC현산은 2일 채권단 측에 “재실사를 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은 이메일을 보냈다.

채권단 고위 관계자는 “이메일엔 명확한 의사표시 없이 또다시 애매모호한 내용들만 담겨있었다”며 “최종 담판 뒤에서 답신이 그렇게 왔기 때문에 준비했던 ‘플랜B’로 갈 수 밖에 없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금호산업이 금명간 HDC현산 측에 계약해지 통보를 하면, 채권단과 아시아나항공은 곧바로 기간산업안정기금을 신청할 것으로 보인다. 기안기금 지원 금액은 올해 연말까지 필요한 자금으로 최대 2조 원 가량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다른 채권단 관계자는 “딜이 무산된다는 것을 악재로 판단해 리스 비행기와 자금을 회수하려는 리스사나 채권자가 나올 수 있기 때문에 투입금액을 2조원까지 보고 있다”며 “정부의 지원의지를 분명히 보여주는 것이 관건이고, 채권자들도 안심을 한다면 신청금액은 더 낮아질 수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