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동 킥보드를 이용하는 개인이 운행 도중에 난 사고를 보장받을 수 있는 보험이 최초로 나왔다. 지금까지는 공유 킥보드 업체 등이 업체 차원에서 가입하는 보험만 있었고, 개인 운전자가 가입할 수 있는 보험은 없었다. 규제 완화에 따라 전동 킥보드 사고가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면서, 보험 개발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DB손보, 첫 개인용 전동 킥보드 보험 출시
DB손해보험은 기존 상품인 ‘참좋은 오토바이 운전자보험’에 전동 킥보드 등 개인형 이동장치 운전 중 사고를 보장해주는 담보를 추가했다고 10일 밝혔다. 교통사고로 인한 사망을 비롯해 장해 지급률 80% 이상의 후유장해, 골절수술비, 부상치료비, 입원 시 입원 일당 등을 보장한다.
오토바이를 운전하지 않아도 전용 플랜을 통해 이런 담보만 별도로 보험에 가입할 수 있다. 개인이 소유하여 이용하는 경우뿐만 아니라 공유 서비스를 통해 이용하는 경우에도 보장받을 수 있다. 별도 가입 시 보험료는 월 1만원 안팎이라고 한다. DB손보 관계자는 “지금껏 보험의 보장 영역 밖에서 위험에 노출돼 있던 개인형 이동장치 운전자들에게 필요한 보장 영역을 제공하고자 한 것”이라고 했다.
◇전동 킥보드 이용 늘어나며 사고도 덩달아 증가
전동 킥보드 이용자는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차량이나 대중교통으로 이동하기 애매한 거리를 편하게 이동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인기가 늘어난 것이다. 그러나 이와 동시에 ‘킥라니’라는 오명도 붙었다. 킥보드와 고라니의 합성어로, 고라니처럼 갑자기 불쑥 튀어나와 운전자를 위협하는 전동 킥보드 운전자를 이르는 말이다.
그만큼 전동 킥보드를 이용하는 게 위험하다는 뜻이 담겼다. 지난달에만 전동 킥보드 사망사고가 2건 터질 정도다. 교통안전공단에 따르면, 전동 킥보드 등 개인형 이동장치 관련 접수사고 건수가 2017년 117건에서 2019년 447건으로 늘었다.
그러나 안전 규제는 되레 뒷걸음질 치고 있다. 지금은 전동 킥보드가 ‘소형 오토바이’와 유사한 취급을 받지만, 오는 12월 10일부터 개정 도로교통법이 시행되면 전동 킥보드는 자전거와 유사한 취급을 받게 된다. 원동기 면허증 없이도 만 13세 이상이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 자전거 도로도 달릴 수 있다. 헬멧 등 안전장비 착용 의무는 있지만 벌칙 조항은 없다. 전동 킥보드 사고로 인한 피해가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보장 사각지대 여전…"보험 의무화 검토해야"
전동 킥보드 사고의 위험이 커지고 있지만 보험 측면에서는 여전히 ‘보장 사각지대’라는 평가가 나온다. 현재 시중에 나온 전동 킥보드 보험은 매우 드물다. 그나마 나온 것도 대부분 공유 킥보드 업체가 업체 차원에서 가입하는 보험이다. 개인이 가입할 수 있는 보험은 이제 막 나왔다. 그나마도 운전자보험이라, 운행 중 사고에 대해 피해자 본인을 보장하는 내용이다.
금융감독원은 이런 문제 때문에 ‘묘수’를 쥐어 짜냈다. 전동 킥보드에 치여 다쳤는데 가해자가 보상을 거부할 경우 본인이나 가족 명의로 가입한 자동차보험에서 치료비(보험금)를 받을 수 있게 한 것이다. 자동차보험에는 자동차보험 가입자 또는 가입자 가족이 보행 도중에 무보험 자동차에 상해 피해를 당하면 보상해주는 ‘무보험 자동차 상해’ 담보가 있다. 전동 킥보드 사고 시 일단 자동차 보험사가 치료비를 내주고, 이후 가해자에게 구상을 청구하는 방식이다. 보장 사각지대를 좁히긴 했지만 임시방편이라는 지적이다.
현재 국회에서는 공유 전동 킥보드 업체의 보험 가입을 의무화하는 내용의 법안이 발의돼 있다. 금융권에서는 개인 역시 보험 가입을 의무화할 필요성이 거론된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자동차처럼 면허가 필요한 것도 아니라, 의무보험으로 규정한다고 강제할 방안이 마땅치 않은 건 사실”이라면서도 “상징적인 차원에서라도 보험 가입을 의무화하는 방안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