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경제 전문 매체인 블룸버그가 지난 2일(현지 시각) 발표한 ’2021년 블룸버그 혁신지수'에서 우리나라가 90.49점으로 세계 1위를 차지했습니다. 벤처 강국인 이스라엘(7위)이나 실리콘밸리가 있는 미국(11위)을 제치고 조사 대상 60국 가운데 가장 점수가 높았습니다. 그런데 한국이 1위를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블룸버그가 혁신지수를 내놓은 9년 중 7번째 1위입니다. 첫 발표 때인 2013년에는 미국이, 지난해에는 독일이 각각 1위를 했습니다.

하지만 “정말 한국이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인 국가일까” 의문을 표시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습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양적 1등일 뿐, 질적 1등인지는 알 수 없다”는 말이 나옵니다. 이유는 블룸버그가 국가별 혁신 정도를 ‘채점’하는 방식 때문입니다. 블룸버그는 연구개발(R&D) 지출 집중도, 제조업 부가가치, 생산성(경제활동인구 대비 국내총생산 규모 등), 첨단기술 집중도(국내 상장기업 중 첨단기술 기업 비중 등), 교육 효율성(대학 진학률 등), 연구 집중도, 특허 활동의 순위를 매겨 종합합니다.

한국은 R&D 집중도(2위)와 제조업 부가가치(2위), 연구 집중도(3위) 등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특허 부문에서는 1등을 했습니다. 김광석 한국경제산업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블룸버그의 특허 평가는 100만명당 특허 숫자 등 양적인 지표 위주”라며 “실제로 쓰이지 않는 장롱 특허가 미국보다 많은 게 현실”이라고 했습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작년 12월 발표한 ‘기술무역통계’에 따르면, 한국의 2019년 기술무역수지(기술수출액에서 기술도입액을 뺀 금액)는 41억2000만달러 적자를 기록했습니다. 적자폭은 전년보다 6.7% 증가했습니다. 기술무역수지는 한 나라의 기술혁신 수준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지표로, 돈 되는 특허가 별로 없다는 뜻입니다.

이원재 요즈마그룹 아시아총괄 대표는 “한국이 블룸버그 평가에서 1등을 하는 것은 독일처럼 제조업이 강한 데다 이스라엘처럼 R&D 투자가 많은 종합적인 결과”라고 평가했습니다. 다만 이 대표는 “한국의 R&D는 정부의 출연 연구소 투자에서 그치고 사업화로 이어지지 않는 반면, 이스라엘의 R&D 투자는 많은 스타트업의 창업·사업화로 연결돼 결과를 내고 있다”고 했습니다. 이른바 ‘1등 혁신국가’가 속 빈 강정이 될 수 있다는 경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