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은행·보험사에서 증권사로 연금저축계좌(개인연금)나 개인형 퇴직연금(IRP)을 옮기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증권사의 IRP 수익률이 은행·보험사에 비해 높았는데, 더 많은 수익을 거두기 위해서 연금을 옮기는 것이다.
9일 미래에셋대우·삼성증권·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지난 1~2월 은행·보험사에서 이들 세 증권사로 이전된 개인연금과 IRP는 총 1만7835개였다. 지난해 1~2월(5636건)의 3배가 넘는 수준이었다. 연금 투자의 경우 노후 소득 마련이라는 측면에서 안전성이 중요한 요소였지만, 이제는 투자자들이 더 공격적인 투자를 위해 자금을 옮기는 것이다. 지난해 증권사가 은행이나 보험사에 비해 IRP 수익률 등이 전반적으로 높았고, 증권사로 연금을 옮기면 상장지수펀드(ETF) 등에 투자가 가능하다.
◇연금은 이사 중
지난 1~2월 미래에셋대우 등 3개 증권사로 옮겨온 개인연금과 IRP의 수는 2019년 1~2월(1747건)에 비하면 10배 수준으로 늘어난 것이다. 지난해 한 해 동안 옮겨진 개인연금과 IRP의 수가 4만144개였는데, 올 들어 두 달 만에 작년 한 해 이동한 연금 계좌의 44% 수준의 계좌가 증권사로 옮겨진 것이다. 이들 세 증권사로 옮겨진 연금 자금의 규모도 5075억원으로, 2019년 1~2월(622억원)이나 지난해 1~2월(1816억원)에 비해 크게 불어났다.
이러한 자금 이동의 가장 큰 원인은 ‘수익률 차이’다. 금융감독원 연금포털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업권별 금융사의 IRP 수익률(각 업체 수익률의 단순 평균)은 증권사가 6.2%로 보험사(2.4%)나 은행(3%)보다 높았다.
증권사를 통해 연금 투자를 할 때 가장 큰 장점은 상품의 다양성이다. 우선 주식 거래 시스템을 갖춘 증권사에서는 상장지수펀드(ETF) 투자가 가능하다. 또한 삼성증권 등 일부 증권사에서는 IRP에 상장 리츠도 편입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삼성증권은 “리츠는 변동성이 상대적으로 낮고 배당수익률이 높아 장기 투자를 해야 하는 연금 투자에 적합하다”고 했다. 삼성증권 등 증권사에서는 IRP를 통해 채권 투자도 할 수 있다.
최근 투자자들은 연금에 최적화된 TDF(타깃 데이트 펀드)에도 많이 투자하고 있다. TDF는 은퇴 시점 등 목표 시점(타깃 데이트)에 맞게 상품을 골라서 투자하면, 안전자산과 위험자산의 비중을 시기에 맞게 조정해주는 펀드다.
◇연금 투자로 절세 재테크
개인연금과 IRP는 국민들의 노후 소득 보장을 위한 연금 계좌라 연말정산 시 세액 공제 혜택이 있다. 개인연금과 IRP에 납입한 금액을 합쳐 700만원(개인연금 최대 400만원·IRP 최대 700만원)까지는 세액 공제 혜택을 누릴 수 있다. 예를 들어 급여가 5500만원 이하(종합소득금액 4000만원 이하)인 사람이 개인연금을 400만원, IRP를 300만원 납입하면 세액 공제 되는 금액은 115만5000원이다.
2022년까지는 한시적으로 만 50세 이상인 사람이 연간 급여가 1억2000만원 이하고, 금융소득 종합과세 대상자가 아니면 연간 납입금액 900만원(개인연금 최대 600만원·IRP 최대 900만원)까지 세액 공제를 받을 수 있다. 이 조건에 해당하는 사람이 개인연금을 600만원, IRP를 300만원 납입하면 총 148만5000원을 세액공제 받을 수 있다.
이승준 삼성증권 세무전문위원은 “당장 소득이 없더라도 개인연금 등을 통해 투자하면 세제 혜택을 누릴 수 있다”고 했다. 예를 들어 일반 계좌에서 해외 주식형 펀드에 투자할 경우 수익금의 15.4%를 세금으로 내야 하지만, 개인연금 계좌를 통해 투자할 경우에는 펀드를 매도할 때 과세가 되지 않는다. 나중에 연금으로 받을 때 세액공제를 받은 원금과 수익금에 대해 연금소득세(3.3~5.5%)를 내면 된다. 세금을 내는 시점을 뒤로 미루고, 세율도 낮추는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해외 주식형 펀드를 환매해 500만원의 수익이 났으면 일반 계좌의 경우 77만원을 세금으로 내야 하지만, 개인연금의 경우 당장은 세금이 없는 셈이다.
이승준 세무전문위원은 “개인연금과 IRP로 노후 자금을 마련해둬야 국민연금 등과 함께 안정적인 노후 생활이 가능하다”며 “자금 여력이 된다면 세제 혜택을 볼 수 있는 한도까지는 투자를 하는 것이 좋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