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멘트 제조의 핵심 원료인 유연탄 가격이 급등하면서 시멘트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최근 국제 경기 회복세에 맞물려 세계적으로 수요가 급증한 유연탄 가격이 작년보다 200~300% 치솟았고, 시멘트 제조 원가 상승으로 이어진 것이다. 국내 시멘트 제조사들은 “유연탄 가격이 원가의 40% 정도를 차지하는데, 이 추세면 만들수록 손해를 보게 된다”고 울상이다. 시멘트 수급 불안은 건설 시장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올여름 철근 가격 급등으로 물량 확보에 차질을 빚었던 건설업계는 시멘트 대란까지 벌어질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3배 이상 치솟은 유연탄값

3일 한국자원정보서비스에 따르면. 작년 10월 말 t당 55.2달러였던 동북아산 유연탄 가격은 지난달 29일 기준 209.2달러로 1년 만에 279% 올랐다. 최근 3년간 100달러 이하를 유지하던 유연탄 가격은 올해 6월 100달러를 돌파했고, 10월에만 60달러 가까이 올랐다. 중국에서 생산되는 석탄 가격이 오르고, 러시아·호주 등에서도 전력 수요가 급증한 것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시멘트는 석회석 등 원재료를 유연탄으로 구워서 만든다. 보통 시멘트 1t을 만들 때 유연탄 0.1t 정도가 필요하고, 유연탄 가격은 시멘트 제조원가의 30~40%를 차지한다. 한국시멘트협회는 올해 작년과 같은 양(4752만t)의 시멘트를 생산할 때 필요한 유연탄 구매 비용이 5656억원 추가될 것으로 보고 있다. 시멘트업계가 수입에 의존하는 유연탄 대신 폐플라스틱 같은 폐기물을 연료로 대체하고 있지만, 아직 대체율이 23% 정도에 불과하다.

시멘트업계는 올해 7월 유연탄 등 원·부자재 가격 인상을 반영해 레미콘업체에 납품하는 가격을 t당 7만5000원에서 7만8800원으로 5.1% 인상했다. 한 시멘트업체 관계자는 “7년 만에 납품가를 올렸는데 그 이후로 국제 유연탄 가격이 80% 넘게 올랐다”며 “추가 가격 인상이 안 되면 시멘트 생산량을 줄여서 비용이라도 아끼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주택 공급 차질 빚을 수도

시멘트 수급 불안은 건설업계에도 작지 않은 파장을 불러올 수 있다. 정부가 신도시 개발 등 주택 공급 확대 정책을 추진하면서 건설 현장마다 시멘트 수요는 많은데 생산량이 이에 못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달 말부터 일부 지역의 중소 공사 현장에서 시멘트 부족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통상 시멘트 제조사들은 12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 생산 설비 등을 보수하느라 생산량을 줄이는데 올해는 유연탄 가격 급등까지 맞물려 감산 기간이 예년보다 길어질 가능성이 크다. 올해 초에도 시멘트 재고가 떨어져 레미콘 트럭이 시멘트 공장 앞에 줄을 서서 당일 생산된 시멘트를 받아다 공사 현장으로 나르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당시 대한건설협회가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전국 80여 곳에서 시멘트 부족으로 공사가 중단됐다.

시멘트 업계는 납품 가격 인상을 요구하고 있지만, 건설업계는 “시멘트, 레미콘, 철근 등 원자재 가격 인상분을 다 반영하면 결국 소비자에게 공급되는 주택 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다”며 난감해하고 있다. 박철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유연탄 가격 상승세가 내년까지 지속하면 건설 관련 영세 업체부터 타격을 입는다”며 “건설 경기 위축과 아파트 등 주택 공급에도 차질이 빚어질 수 있는 만큼 시멘트 수급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