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오세훈 서울시장과 함께 서울 강북구 미아동의 주택 재건축 정비구역을 찾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현 대통령 당선인). photo 뉴시스

3·9 대선에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꺾고 제20대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국민의힘은 지난 2017년 대통령 탄핵 사태 후 치러진 대선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앞세운 민주당에 정권을 내어준 지 5년 만에 다시 정권을 되찾았다. 반대로 민주당은 집권 5년 만에 부동산 정책 실패로 인한 세금폭탄과 여기서 촉발된 전월세 대란 등으로 최대 승부처인 서울 민심이 이반되면서 다시 야당으로 전락했다. 윤 당선인은 서울에서 50.56%의 득표율로 이재명 후보(45.73%)를 앞섰고, 특히 집값이 폭등한 소위 ‘한강벨트’에서는 강서구 한 곳을 제외하고 모두 이겼다. 부동산 정책 실패로 정권을 넘겨준 노무현 정부와 같은 귀결이다.

지난해 4·7재보궐선거와 3·9대선에서 연이어 승리한 국민의힘과 윤석열 정부는 자연히 문재인 정부의 기존 부동산 정책을 폐기하고, 도심 재건축·재개발 활성화 등 공급중심 부동산 정책으로 전환할 것으로 보인다. 전월세 대란을 촉발한 ‘임대차 3법’을 비롯해, 취득세·양도세·재산세·종부세 등 부동산 세금을 현실에 맞게 조정하는 수순에도 착수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관련 입법을 통과시킬 국회를 여전히 다수당인 민주당이 장악하고 있어 속도를 내는 데는 5월 10일 새정부 출범 후에도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재건축 초과이익부담금 완화

자연히 윤석열 당선인은 당장 법 개정 없이 취할 수 있는 조치에 착수할 것으로 보인다. 당장 쓸 수 있는 카드는 도심 재건축·재개발 기준 완화다. 문재인 정부는 주변 집값에 미칠 일시적 악영향 등을 이유로 도심 재건축·재개발을 인위적으로 억눌렀다. 하지만 지난 4·7재보궐선거에서 국민의힘 오세훈 서울시장이 당선되면서 서울 도심 재건축, 재개발은 어느 정도 숨통이 트이는 상황이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 때 수립한 ‘2030 서울도시기본계획(서울플랜)’에 따라 아파트 최고 층수를 35층으로 제한했던 소위 ‘35층룰’도 ‘2040 서울도시기본계획(안)’ 수립과 함께 사실상 폐기되는 수순을 밟고 있다.

신축주택 공급에 필수적인 도심 재건축·재개발 활성화를 정부 차원에서 지원할 것으로 보인다. 윤 당선인은 정책공약집에서도 “5년간 250만호 이상을 공급하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이 중 재건축·재개발을 통해서만 수도권 30만5000호를 비롯해 총 47만호를 공급하기로 했다. 도심 역세권 복합개발을 통해 수도권 13만호 등 총 20만호를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정밀안전진단 기준을 합리화하고, 재건축 초과이익 부담금을 완화하는 한편, 용적률 인센티브를 통해 공급물량을 20~30% 확대하겠다는 구상을 밝힌 바 있다.

30년 이상된 노후 공동주택은 정밀안전진단을 면제하는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정부는 도시빈민운동가 출신으로 소위 ‘구축(舊築) 옹호론자’인 김수현 전 청와대 정책실장의 지론에 따라, 안전진단 평가항목에서 ‘구조안전성’ 가중치를 되레 높였다. 주차장과 놀이터 부족 등 열악한 주거환경에도 재건축·재개발이 사실상 힘들었다. 윤 당선인은 ‘구조안전성’(현행 50%)은 반영비율을 하향조정하되, 설비노후도 및 주거환경 가중치를 상향조정하는 식으로 도심 재건축·재개발을 지원할 것으로 보인다.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를 완화해 도심 신축주택 공급을 위한 인센티브도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 부동산 폭등으로 문재인 정부에서 뒤늦게 추진했던 3기 신도시 조성에는 더욱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윤 당선인은 정책공약집에서 현재 개발을 추진 중인 공공택지(3기 신도시) 및 GTX 노선상의 역세권 콤팩트시티 건설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공급하는 주택물량은 수도권 74만호를 비롯해 총 142만호에 달한다. 윤 당선인은 철도 차량기지와 지상 전철부지 등을 활용한 국공유지 및 차량기지 복합개발을 통해서도 수도권 14만호를 비롯해 총 18만호를 공급할 계획이라고 공약했다.

공시가 2020년 수준으로 환원

주택 관련 금융규제도 대규모 조정이 예상된다.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로 자산 형성 기간이 짧은 청년·신혼부부는 금융지원 없이 내 집을 마련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했다. 윤 당선자 역시 선거공보에서 “대출규제를 완화하고 매물 유도를 위한 거래세 개편도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주택시장에 신규 진입하는 2030세대를 겨냥한 대출규제가 완화될 것으로 보인다. 윤 당선인 측은 LTV(주택담보대출비율) 규제를 단순화하고, 주택 수에 따른 규제방식으로 전환할 것도 공약했다. 생애최초 주택구매 가구는 LTV 상한을 80%까지 인상하고, 나머지 지역은 지역에 관계없이 70%로 단일화하는 안(案)이다. 대신 다(多)주택자에 대해서만 보유주택에 따라 LTV를 40~30%로 차등적용할 것으로 보인다.

신혼부부 등 생애최초 주택구매자에 대한 금융지원을 강화하는 방안도 공약에 포함됐다. 신혼부부의 경우, 4억원 한도에서 3년간 저리로 내 집 마련 비용을 금융지원하고, 출산 시에는 이를 5년까지 연장하는 방안이다. 이와 함께 신규 주택 취득에 따라붙는 취득세 개편에도 착수할 것으로 보인다. 윤 당선인은 공약집에서 “1주택자의 원활한 주거 이동을 보장하기 위해 1~3%인 세율을 단일화하거나 세율 적용구간을 단순화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특히 생애최초 주택구매자에 대해서는 취득세를 완전 면제하거나, 1% 단일세율을 적용하는 방안도 추진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주택공급 물꼬를 트기 위해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세율 적용도 최대 2년간 한시 배제할 방침이다.

부동산 공시가 폭등으로 덩달아 인상된 재산세와 종부세 등 부동산 관련 세금 정상화에도 나설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 세금은 새 정부 출범 직후인 6월 1일 종부세 대상 가구가 확정되고, 7월부터 재산세 1차분 고지서가 발부될 예정이라 가장 시급한 과제로 꼽힌다. 하지만 조세법률주의에 따라 부동산 세제개편은 다수당인 민주당의 동의가 필요해 당장 법 개정이 쉽지 않다. 이에 국민의힘 측은 국토교통부 차원에서 조정이 가능한 공정시장가액비율 조정 등을 통해 문재인 정부에서 폭등한 부동산 공시가를 우선 2020년 수준으로 환원하기로 약속한 바 있다.

‘임대차 3법’과 함께 세금부담 전가 등으로 전월세 대란을 촉발한 종부세의 경우, 공정시장가액비율을 현재 수준인 95%에서 일단 동결하고, 1주택자 종부세 세율은 문재인 정부 출범 이전 수준으로 인하하기로 방침을 정한 상태다. 1주택 장기보유자에 대해서는 연령과 관계없이, 매각·상속 시점까지 납부를 이연하는 것도 허용할 방침이다. 윤석열 당선인은 선거공보에서 “1주택자에 대한 징벌적 세금은 옳지 않다는 생각”이라며 “2022년 공시가격을 2020년 수준으로 정상화하여 부담을 낮춰드리고 종합부동산세와 재산세 통합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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