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새벽 끝난 월가 증시에서 다우지수는 1.34% 상승한 3만2654.59에 마감했습니다. S&P500은 2.02% 오른 4088.85를 기록했습니다. 나스닥은 2.76% 상승한 1만1984.52에 마감했습니다. 이날 미 재무부에 따르면,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전날보다 0.1%포인트 오른 연 2.98%를 기록했습니다.

오전 8시 유튜브를 통해 생방송 된 ‘방현철 박사의 월스트리트’는 오늘의 월스트리트 세 가지 포인트로 ‘인플레 속 소비’, ‘”중립금리 이상 주저 않는다”’, ‘펀드매니저들 현금 쏠림’을 꼽았습니다.

가치 투자의 대가인 워런 버핏의 투자 회사 버크셔 해세웨이는 13F 공시(포트폴리오 변동 내용 공개)를 통해 1분기 매수한 주식들을 추가로 공개했습니다. 버크셔 해서웨이는 1분기에 금융회사인 시티그룹 주식을 5500만주 추가 매수했고, 미디어 업체 파라마운트 글로벌의 지분도 매수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런 소식에 이날 시티그룹 주가는 7.6%, 파라마운트는 15.4% 급등했습니다. 방송에서 버핏이 매수한 다른 기업의 명단도 알아 봅니다.

조선일보가 마련한 ‘방현철 박사의 월스트리트’는 경제부 차장이자 경제학 박사인 방현철 기자가 글로벌 경제의 신호등이자 알람 시계 역할을 하는 월스트리트의 시황을 증시 전문가들과 함께 매일 오전 8시 세 가지 포인트로 정리해서 전해 드리는 유튜브 방송입니다. 함께 즐겨 주시고 ‘좋아요’ ‘구독’ 부탁드립니다.

방현철 박사의 월스트리트

◇ 인플레 속 소비

월가 3대 지수가 출렁임을 보이다 상승세로 마감한 하루였습니다.

높은 인플레가 지속되는 가운데도 소비가 견조하다는 발표가 나오면서 월가를 짓누르던 경기 침체 우려가 다소 완화되는 분위기를 보였지만,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의 매파적 발언을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를 두고 고민을 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이날 미국 상무부는 미국의 4월 소매판매액이 6777억 달러로 전달보다 0.9% 증가했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월가 전망인 1.0% 증가보다는 다소 낮지만 소비가 견조하게 증가하고 있는 모습을 보여준 것입니다. 소비는 미국 경제의 70%를 차지하기 때문에 소매판매 추이가 미국 경제의 방향을 가늠하는 데 상당히 중요한 요소입니다. 최근 월가에서 경기 침체 우려가 강해지고 있지만, 소비가 아직은 괜찮다는 것입니다.

미국의 월별 소매판매액 증가 추이. /자료=미 상무부

3월 소매판매도 앞서 발표된 0.5% 증가에서 1.4% 증가로 대폭 상향 조정됐습니다.

4월에는 자동차와 주유소 판매를 제외하고도 소매판매가 1% 증가했습니다. 자동차 가격과 휘발유 가격 급등으로 지출이 늘어난 부분도 있지만, 이를 제외하고도 소비가 늘어나고 있다는 것입니다. CIBC은행의 이코노미스트 앤드류 그랜섬은 “물가 압력이 가계 수입을 압박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재량적인 지출에 큰 타격을 주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했습니다.

다만, 이런 소비 증가가 카드빚 증가 등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어서 높은 인플레 속 소비 증가가 얼마나 지속될 지 의문이 나오기도 합니다. 소비 증가가 견조한 것은 금리를 올려 수요를 줄이고자 하는 연준의 입장에서는 ‘빅스텝 인상’을 계속해야 한다는 근거가 되기도 합니다.

소비 증가가 소매 업체의 실적 등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지는 의문입니다. 이날 실적을 발표한 월마트의 경우 분기 매출이 1415억7000만 달러로 월가 전망인 1390억900만 달러보다 좋았지만 주가는 11.4%나 폭락했습니다. 주당순이익이 1.3달러로 월가 전망인 1.48달러에 못 미쳤기 때문입니다. 인플레로 인해 비용이 늘어나서 기업 이익이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시장 조사업체 팩트세트에 따르면 이번 실적 발표 시즌에서 ‘인플레’를 언급한 기업들의 숫자와 비중은 역대 최고 수준으로 늘어났습니다. 3월15일~5월12일까지 실적을 발표한 445개 기업 중 377개가 실적 발표 컨퍼런스 콜에서 ‘인플레’를 언급했습니다. 팩트세트가 자료를 조사한 2010년 이후 가장 많은 숫자였습니다. 인플레를 언급한 비중도 85%에 달했습니다.

S&P500 기업의 실적 발표 중 인플레이션 언급 추이. /자료=팩트세트

이 같은 기업들의 인플레 언급은 실적 전망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팩트세트에 따르면, 애널리스트들의 올해 2분기 순이익률 전망은 12.5%인데 이는 3월 말 전망치인 12.7%보다 낮아졌습니다. 올해 전체 순이익률 전망은 12.6%로 역시 3월 말 전망치인 12.7%보다 낮아졌습니다.

여기에 더해 인플레로 인해 소비자 심리도 안 좋은 모습이라는 걸 감안해야 합니다. 지난 13일 발표된 5월 미시간대 소비자태도지수 이 지수 예비치는 59.1로 전월 확정치 65.2보다 무려 9.4% 하락했습니다. 이는 11년만에 최저치입니다.

한편 이날은 최근 부진했던 반도체 주식들이 큰 폭의 상승세를 보였습니다. 증권사 파이퍼 샌들러가 ‘비중확대’로 투자 의견을 상향한 AMD가 8.7% 올랐고, 엔비디아 5.3%, 퀄컴 4.3%, 마이크론 5.7% 상승했습니다.

◇ “중립금리 이상 주저 않는다”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이 17일 월스트리트저널(WSJ) 주최로 열린 ‘퓨처 오브 에브리싱’ 라이브 이벤트에서 연준의 인플레 억제 의지를 의심하지 말라며 ‘매파’적인 성향을 강하게 드러냈습니다.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 /로이터 연합뉴스

파월 의장은 “인플레가 확실히 설득력 있게 내려와야만 하며, 그 때까지 우리는 밀어 붙일(Keep Pushing) 생각”이라며 “만일 광범위하게 이해되는 중립적 수준을 지나쳐야 한다면 조금도 주저하지 않고 그렇게 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중립금리는 경제를 과열로도 침체로도 빠트리지 않는 수준의 금리를 가리킵니다. 파월 의장은 앞서 5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등에서 기준금리를 ‘중립’ 수준으로 올리기를 원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연준은 중립금리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명확히 밝히지는 않지만, 3월 FOMC 후 공개한 점도표로 추정하면 연준 위원들은 연 2.4%쯤으로 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납니다. 연준 고위 인사들도 개인적인 견해라면서 연 2~2.5% 수준을 제시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만, 파월 의장은 앞서 “중립은 개념”이라며 “정확하게 딱 집어서 얘기할 것은 아니다”라고 했습니다.

파월 의장은 미국 경제가 강력하다고 하면서 “덜 완화적이거나 긴축적인 통화정책에 잘 견딜 수 있는 상태”라고 진단했습니다. 파월 의장은 “물가 안정을 회복하는 과정에서 일부 고통이 있을 수 있지만, 강력한 노동시장이 지속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전망했습니다.

한편 최근 이슈가 되는 경기 침체 가능성에 대해선 “내가 연착륙 같은 착륙(softish landing)이라고 말했듯이 연착륙을 할 수 있는 여러 가지 가능한 경로가 있다”며 “우리의 임무는 확률을 방해하는 게 아니라 그것을 달성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다”라고 했습니다. ‘연착륙이 가능하다’는 말보다는 다소 누그러진 뉘앙스입니다. 파월 의장은 금리 인상에 따라 실업률이 다소 올라갈 가능성도 인정하고 있습니다.

파월 의장은 6월과 7월 FOMC에서 50bp(bp=0.01%포인트)씩 금리를 올릴 것이란 신호에 대해서는 “기정사실이 아니라 계획일 뿐”이라며 다소 여지를 남겼습니다. 또 현재 금융 시장의 반응은 투자자들이 연준의 메시지를 받아들이고 있는 것을 의미한다고 했습니다.

한편 연준 내 매파나 비둘기파나 모두 인플레에 강력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데는 한 목소리를 냈습니다.

연준 고위 인사들의 성향. 플러스는 매파적인 성향, 마이너스는 비둘기파적인 성향을 나타낸다. /자료=블룸버그

이날 연준 내에서 가장 비둘기파적 성향으로 분류되는 닐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연방준비은행 총재는 미시간에서 열린 한 이벤트에서 “지금은 매파가 되기 쉬운 상황”이라고 했습니다. 그 이유로 “인플레가 날 뛰고 있고, 고용 시장이 강하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다만 카시카리 총재는 수요를 억제해서 인플레를 끌어내리려다가 실업률이 오르면 갑자기 지금과 반대의 불균형으로 갈 수 있다며 “어떤 시스템이든 할 수 있다면 과도한 조정을 피하는 게 좋다”고 했습니다.

연준 내 대표적인 매파인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연방준비은행 총재도 이날 에너지 산업 컨퍼런스에서 “경제의 가장 시급한 문제는 인플레”라며 “연준은 인플레를 낮추기 위한 좋은 계획을 갖고 있다”고 했습니다. 불러드 총재는 다음 번 FOMC에서 50bp(bp=0.01%포인트) 금리 인상을 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습니다.

◇ 펀드매니저들 현금 쏠림

뱅크오브아메리카(BOA)의 월례 글로벌 펀드 매니저 조사에서 5월에 펀드 매니저들이 현금에 자금을 배분한 비중이 6.1%를 기록했습니다. 이는 4월의 5.5%에서 크게 늘어난 것으로, 2001년 9월 이후 20여년만에 최고치입니다.

글로벌 펀드 매니저들의 현금 비중 추이. /자료=뱅크오브아메리카

주식, 채권 시장 가리지 않고 강한 출렁임을 보이자 투자할 곳을 찾지 못한 글로벌 펀드 매니저들이 현금 비중을 늘리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BOA는 이번 조사 결과를 ‘극단적 약세 심리’라고 묘사했습니다. 이번 조사에 참가한 펀드 매니저들이 운용하는 자산은 8720억 달러에 달합니다.

펀드 매니저들은 올 들어 하락폭이 컸던 테크주에 대해서도 극단적인 약세 심리를 보여줬습니다. 테크주에 대한 자산 배분 비율은 한 달 사이에 23%포인트나 떨어져서 12% ‘비중 축소’ 비율을 나타냈습니다. 이는 2006년 8월 이후 테크주에 대해 가장 부정적인 투자 심리를 보여주는 것입니다.

대신 유틸리티, 필수 소비재, 헬스케어 등 방어적인 성격을 가진 주식들에 대해 ‘비중 확대’를 하고 있었습니다.

펀드 매니저들은 향후 가장 큰 테일 리스크로 매파적인 중앙은행을 꼽았습니다. 비율은 31%였습니다. 매파적인 중앙은행 항목은 한 달 전 조사에서 테일 리스크 2위였지만, 이번에 글로벌 침체를 제치고 1위로 올랐습니다. 그 다음으로 글로벌 침체가 27%, 인플레이션 18%,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이 10% 등의 순이었습니다.

펀드 매니저들은 연준이 월가를 도우러 나서는 ‘연준 풋’은 S&P500이 3529가 돼야 나타날 것으로 내다보고 있었습니다. 이는 현재보다 14% 쯤 더 떨어져야 되는 수준입니다.

한편 이 같이 현금 비중을 늘리는 펀드 매니저들과 달리 가치 투자의 대가 워런 버핏은 그 동안 모아 놓은 현금으로 ‘주식 쇼핑’을 하고 있는 게 드러나서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 /로이터 연합뉴스

지난달 30일 버핏의 투자회사인 버크셔 해서웨이의 연례 주주총회에 즈음해서 공개된 올해 1분기 재무제표에서 버크셔 해서웨이의 3월 말 현재 현금은 1063억 달러(약 134조원)로 작년 말의 1470억 달러에서 407억 달러나 줄었습니다. 그 만큼 주식을 순매수한 것입니다. 버크셔 해세워이의 1분기 주식 매수액은 510억 달러(약 64조원), 매도액은 97억 달러였습니다. 버핏은 코로나 위기 발생 이후 잠시 주식 매수 늘렸다가 큰 움직임이 없었는데, 이번에 주가 하락을 계기로 주식을 사 들이고 있는 것입니다.

버크셔 해서웨이가 1분기에 에너지기업인 쉐브론, 옥시덴탈과 테크기업인 액티비전 블리자드, HP, 애플 등을 순매수했다는 것은 이미 공개됐습니다. 그런데 이날은 버크셔 해세웨이의 13F 공시(포트폴리오 변동 내용 공개)를 통해 1분기에 매수한 주식들이 추가로 공개됐습니다. 버크셔 해서웨이는 1분기에 금융회사인 시티그룹 주식을 5500만주 추가 매수했고 미디어 업체 파라마운트 글로벌의 지분도 매수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대신 통신회사 버라이즌 등의 주식은 매도했습니다. 이런 소식에 이날 시티그룹 주가는 7.6%, 파라마운트는 15.4% 급등했습니다.

이제 월스트리트의 세 가지 포인트를 한줄평으로 요약해 보겠습니다. 첫째, 높은 인플레에도 불구하고 미국 소비는 아직 큰 타격을 받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다만 언제까지 소비가 강한 모습을 보일지는 논란의 여지가 있습니다. 소비는 미국 경제의 70%를 차지하는 만큼 경기 침체 여부를 가늠하기 위해 잘 챙겨봐야 하겠습니다. 둘째, 미 연준이 인플레에 강력하게 대응하겠다는 매파적인 성향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주가 출렁임에는 눈길을 크게 주지 않겠다는 것입니다. 긴축의 시대에는 연준의 행보에 특히 주목해야 합니다. 긴축 분위기가 바뀔 수 있을 지 살펴 보시기 바랍니다. 셋째, 글로벌 펀드 매니저들이 현금 비중을 늘리고 있습니다. 반면 가치 투자 대가인 워런 버핏은 그 동안 모아 놓은 현금으로 주식 쇼핑을 하고 있습니다. 서로 다른 투자 원칙에 따라 움직이는 것입니다. 스스로 투자 원칙을 세우고 지키는 게 중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