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오전 10시쯤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위치한 ‘유니클로’ 매장 앞. 입장을 기다리고 있는 손님만 70여명이었다. 이날 유니클로는 이탈리아 패션 브랜드 ‘마르니’와 손 잡고 ‘유니클로 앤드 마르니’ 컬렉션을 출시했다.
마르니는 다채로운 색감과 패턴으로 패션 마니아들의 큰 사랑을 받고 있는 명품 브랜드. 이날 패션 애호가들은 마르니의 대표 디자인인 격자무늬, 꽃무늬 옷들이 저렴한 값에 풀린다는 소식에 유니클로 매장으로 집결했다. 체크 바지와 셔츠는 4만9900원, 꽃무늬 외투는 16만9000원, 워크웨어 자켓·바지는 각각 8만9900원, 3만9900원이었다. 마르니에서 통상 수십만~수백만원대에 판매하는 디자인이다.
◇유니클로 값에 질샌더·마르니·띠어리 득템
기자는 반일 불매 운동이 한창이던 지난 2020년 11월, 유니클로가 독일 디자이너 질 샌더(Jil Sander)와 함께 만든 ‘+J(플러스 제이) 컬렉션’을 구입하러 몰려든 인파를 취재한 적이 있다. ( ☞당시 현장기사 바로가기 https://url.kr/5jofp2 )
‘죽창가’가 우렁차게 울려퍼졌던 그 해, 유니클로 매장은 ‘출입하면 친일파로 낙인찍히는 공간’이었다. 전국 유니클로 매장 앞에서 1인 시위가 벌어졌고, 입장객을 촬영해 ‘친일파 매국노’라며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리는 사람도 있었다. 이후 서울 강남점 등 매장 50여곳이 문을 닫았고, 유니클로의 한국 매출도 반토막 났다.
‘NO JAPAN’ ‘사지 않습니다. 가지 않습니다’ 캠페인은 그럼에도, ‘유니클로×질샌더’ 열풍은 막지 못했다. 유니클로가 내세운 위기 타개책은 ‘명품 브랜드와의 대대적인 협업 마케팅’이었고, 이는 시장 소비자의 선택으로 이어졌다. 유니클로는 2020년 11월 질샌더 이후로도 일본 ‘화이트 마운티니어링’, 미국 ‘띠어리’, 영국 ‘JW 앤더슨’ 등과 잇따라 협업 상품을 쏟아냈다. 출시일마다 매장 앞에는 ‘오픈런’ 행렬이 나타났다.
실적도 반등하기 시작했다. 유니클로의 국내 사업을 맡고 있는 에프알엘(FRL)코리아가 공개한 자료를 보면, 2020년 회계연도(2019년 9월~2020년8월)에는 영업손실이 884억원에 달했지만, 지난해(2020년 9월~2021년8월)에는 영업이익 529억원을 기록하며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MZ 소비자들 “내 패션에 정치를 강요하지마.”
이날 라인업 팀이 ‘유니클로 앤드 마르니’ 컬렉션 출시 현장에서 만난 2030 소비자들은 우리 사회를 휩쓸고 지나간 ‘반일 불매운동’에 대해 하나같이 비슷한 얘기를 들려줬다. “정치 문제가 패션 소비 영역과 무슨 상관이냐”는 취지였다. 이들은 ‘사라 마라’ 강요하는 문화에 대해서도 “함부로 선을 넘는 것”이라며 불편해했다. 자신의 생각을 당당하게 표현하는 ‘진격의 MZ세대’ 목소리는 오는 26일 유튜브 채널 ‘라인업 LineUp’에서 자세히 공개할 예정이다.
일본의 수출 규제와 강제징용 배상 문제로 지난 5년 내내 최악이었던 한·일 관계는 최근 일본 MZ세대를 중심으로 불고 있는 한류 열풍, 윤석열 대통령 당선 등으로 다시 온기가 돌고 있다. 유니클로 매장에 몰려든 2030 소비자들의 모습은 라인업 취재진에게 많은 생각을 안기는 꽤 흥미로운 장면이었다.
( ☞라인업 테리가 작성한…강제징용 배상 기사 바로보기 https://url.kr/oj9yl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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