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마을금고가 업무자동화시스템(RPA·Robotic Process Automation) 도입을 확대하면서 빠르게 자동화되고 있다. 새마을금고는 안정적이면서도 보수적인 금융기관으로 알려져 있었지만 RPA를 다양한 업무 영역에 도입하면서 획기적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새마을금고는 지난 2021년 새마을금고중앙회에서 RPA를 처음 도입했다. 이어 2023년 11월에는 전국 약 1300개 새마을금고 전 법인 직원을 대상으로 사용자를 전면 확대했다. RPA는 업무 과정 중 반복적이고 단순한 업무를 자동화하는 소프트웨어다.
◇하루 걸리던 작업, 1~2시간 만에 해결
금융권에서 RPA는 사실 익숙한 용어다. 국내 금융기관들이 코로나 확산 이전부터 조금씩 RPA를 도입하며 업무 고도화에 나섰기 때문이다. RPA는 도입 초기에 본점의 주 업무인 보고서 작성에 가장 적합한 시스템으로 평가받았다. 이런 특성 때문에 RPA를 금융기관 지점에 도입하는 데에는 많은 진통이 따랐다. 현금 흐름이 발생하는 창구 업무에까지 이 시스템을 도입하는 것에 대해서는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이 특히 많았다. 금융기관은 혹시 모를 금융 사고 예방을 가장 우선시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새마을금고는 금융기관 중에서도 진보된 것으로 평가받는 형태의 RPA를 구현해 우려를 불식시켜 나가고 있다. 새마을금고는 본점이 하나인 은행과 달리 전국에 약 1300개의 독립 법인으로 구성돼 있다. 따라서 개별 법인 각각이 본점 업무와 법인 공통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RPA 도입이 새마을금고의 업무 방식을 개선하는 데 큰 영향을 미친 이유다.
RPA는 각 금고의 경영 진단 자료 추출, 실적 보고서 작성 등 업무를 도맡고 있다. 보고서 작성의 경우, 업무 화면을 조회하고 결과 자료를 엑셀로 다운로드한 후 편집하는 모든 과정이 RPA를 통해 자동으로 진행된다. 업무 가능 범위도 단순 보고서 작성을 넘어 PPT 파일, 워드 파일 작성 등 모든 작업이 가능해 기존에 하루가 걸리던 작업을 1~2시간 이내에 완료할 수 있게 됐다.
RPA는 자금 거래를 수반하는 업무도 수행 중이다. 각 금고에서 매일 수행하던 금융결제원과의 자금 정산 업무도 RPA가 대신 처리하고 있다. 매일 정해진 정산 시간에 자리에 묶여 있어야 했던 직원들의 업무 효율이 개선된 것이다. 덕분에 직원들은 더 활발히 대외 영업 활동을 하거나 고객 응대 업무를 할 수 있게 됐다.
또 고객이 상속 등의 이슈로 많은 양의 거래 증명서를 요청할 경우에도 RPA가 직원을 대신해 발급 작업을 수행한다. 일선 창구에서는 수작업이 필요해 오랜 시간이 소요되는 업무에 RPA를 도입하고 있다. ‘RPA 덕에 일손이 절감되는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는 것이 새마을금고 직원들의 공통된 반응이다.
◇직원 직급별 RPA로 보안 강화
새마을금고의 RPA는 효용성뿐 아니라 보안성 측면에서도 우수함을 보여주고 있다. RPA 구현 과정에서 해결해야 할 최대 과제는 바로 기관 내 보안 이슈다. 금융권의 보안 수준은 매우 엄격한 기준을 충족시켜야 하는데, RPA를 이 같은 기준에 맞춰 구현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새마을금고는 이를 위해 RPA 설계 단계에서부터 남다른 방식을 선택했다. 전체 직원 1만7000여 명이 각자 고유한 RPA 아이디(ID)를 만들었다. 직원별로 생성된 RPA는 각 직원이 갖고 있는 권한 이상을 행사할 수 없도록 설계됐다. 평직원의 RPA ID가 임원급 권한을 갖게 되면 보안상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세계 최대 RPA 소프트웨어 공급사인 UiPath사 관계자도 새마을금고의 RPA 구축 방식과 특성을 높이 평가했다.
치밀하고 정교한 RPA는 사용자에게 친절한 업무 처리 안내와 직관적인 UI(User Interface·사용자 접속 환경)를 제공하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망고봇’이라는 이름의 RPA 캐릭터는 직원들 생일이 되면 온라인 프로그램 상에서 촛불 케이크를 들고 축하해 주는 이벤트를 선사하기도 한다.
새마을금고중앙회 관계자는 “새마을금고는 향후 2025년 인공지능(AI)을 활용한 RPA 고도화를 계획하고 있다”며 “조직 내 직원이 체감할 수 있는 DT(Digital Transformation) 환경을 구현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